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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지방과 심혈관질환 논쟁, 그리고 식품의 기능성

바이오매니아 2014. 3. 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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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습니다. 포화지방이 심혈관질환에 유해하므로 섭취를 제한하고 오메가-3같은 다가불포화지방산 섭취를 늘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증거부족이라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뒤집는 내용이었죠. 

심혈관질환 주범이 포화지방? “근거 없다” (코메디닷컴)


심장질환의 한 주범으로 알려진 포화지방에 대한 통념은 근거가 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과대학 연구팀이 불포화지방 및 포화지방과 심장질환 간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한 논문 72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이 분석한 논문들은 세계 18개국 6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야자유나 동물성 지방에 함유된 지방산이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는 통념은 근거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위의 보도는 의학저널인 Annals of Internal Medicine의 최신호에 Association of Dietary, Circulating, and Supplement Fatty Acids With Coronary Ris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라는 제목으로 실린 메타 분석 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의 초록에 나온 결론을 그대로 인용하면 

Conclusion: Current evidence does not clearly support cardiovascular guidelines that encourage high consumption of polyunsaturated fatty acids and low consumption of total saturated fats. (현재까지의 증거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하고 총포화지방을 적게 섭취하라는 심혈관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뒷받침하지 않는다.)  

이라는 겁니다.


어느 지방이 더 좋은 지방일까요? (사진출처: 각얼음님 블로그)



사실 이 논문의 진위를 제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메타 분석의 구체적인 방법론과 자세한 데이터 선별 방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요. 다만 이 논쟁의 맥락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의료계 일각에서 지질 가설(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라는 이론)에 대한 반론이 심심치 않게 주장되어 왔습니다. 소위 "콜레스테롤 논쟁"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겠구요. 하지만 "아직까지" 의료계(과학계?)의 정설은 포화지방의 섭취는 해롭고 불포화지방의 섭취를 권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은 작년에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메디칼트리뷴 기사 클릭!)가 있었습니다. 노르웨이 연구진이 BMC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인데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가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으면 급성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이번 결과는 당뇨병군에서만 나타났을 뿐 비당뇨병군 및 전당뇨병군에서는 없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당뇨병 환자에서만 불포화지방산 섭취가 심혈관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연구는 메타 분석이 아니라 코호트 연구였습니다.(메타분석과 코호트가 뭔지 궁금하시면 옛 글 "과학(의학) 연구 방법론" 클릭!) 이러한 지질가설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논문들도 찾아보면 꽤 있는데 최낙언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 주시구요. 아무튼 이런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온다면 그 지금까지의 이론이 바뀔날이 올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오늘 사이언스에서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나왔습니다. 지난 주에 발표한 AIM 논문에 오류가 있고 논문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양 역학의 대가인 월터 윌렛은 논문 철회를 주장했고, 저자들의 자료 선택과 해석의 오류도 지적되었으며 심지어 저자들 사이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고도 합니다. 물론 '우리가 언제 포화지방 맘껏 먹으라고 했음?' 이런 식의 엉뚱한 오역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구요.


아무튼 이 연구 결과에 대한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구요. 제 생각에 이번 논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식품의 섭취와 건강에 대한 연구는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으며, 정확히 통제된 연구를 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약품이야 다른 방법으로 섭취할 가능성이 없으니까 위약(플라시보)을 사용해서 통제된 연구를 할 수 있지만 식품의 성분인 경우는 그 섭취량을 정확하게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지요. 오메가-3 지방산을 예로 들자면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식물, 동물, 어류, 식품보조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섭취할 수도 있고 그 양도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러므로 의약 효능 분석 툴을 식품에 적용할 때는 해석에 여러가지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될 것 같고, 동시에 식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식품 성분의 효능이나 기능성을 어떻게 검증해야 할 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기능성 측정 방법들은 사실 많이 허술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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