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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 그리고 작은교회운동에 대한 짧은 생각

바이오매니아 2018. 4. 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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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오 목사님이 쓰신 <재편> (부제: 홀로 빛나는 대형 교회에서 더불어 아름다운 '건강한 작은 교회'로)을 읽었습니다. 이진오 목사님에 대해선 사실 과거 새벽이슬 때부터 명성을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이 목사님의 사역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천에 새로 교회를 개척하셨다고 해서 말입니다. 한국 교회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조금 다른 모습의 교회를 찾게된 것이죠. 


건강한 작은교회 운동을 다룬 책 <재편> 찾아보니 옛 새벽이슬 창간호가 집에 있더군요. ㅎㅎ


<재편>은 '건강한 작은 교회'를 설파(?)하는 책입니다. 작은 교회의 가치를 재평가합니다. 큰 교회, 큰 교단 등 규모에 집착하는 한국교회의 폐해를 드러내고 단순하고 작고 교제가 살아있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작음은 십자가의 정신이고 그러한 작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방향이란 신뢰와, 민주적 운영과 투명한 재정, 공동체적 예배, 자발성 있는 섬김,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있는 사역 등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것에 지나지 않지만 목사님의 삶을 통해 그런 주장을 하시는 의미를 알기에 딱히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지적하시는 현상들은 거의 대부분 옳습니다. 


그런데 제게 '작은교회운동'이 그렇게 새롭진 않습니다. 그간 한국 교회의 행태에 대한 수없이 많은 반성과 대안이 나왔었고 그 대안 중 하나로 많이 거론된 것이죠. 10년 전쯤인가 "동네작은교회"가 주목을 받기도 했고, 그 운동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알아본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교회"가 정말 좋은지 그 때도 그렇고 <재편>을 읽은 지금도 확신이 잘 서지 않습니다. 


이진오 목사님께서 주장하시는 대형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다 동의합니다. 한국교회 문제 많죠. 최근엔 정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과감하게 말하자면 한 번 크게 망해야 정신차리고 새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백약이 무효라고나 할까요? 특히 기도하자, 는 식의 말들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플로리다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총에 맞아 죽어갈 때 트럼프도 기도하자고 했었죠. 지금은 해야할 일을 행해야 할 때고 지금까지 기도도 하지 않았다면 회개부터 할 때일 겁니다.   


문제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교회 사이즈를 작게 만든다고 풀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이즈가 작아서 다른 문제들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얼마전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케냐 청소년들이 학교를 잘 다니지 못하고 교육을 잘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학교를 짓고, 선생을 보내고, 좋은 기자재를 구비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구충제를 보급했더니 학생들이 더 학교를 잘 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아프리카 교육의 문제를 건강의 문제로 해결했듯이, 대형 교회의 문제를 크기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죠. 


<재편>에서 교회가 작아야 하는 이유로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 숫자가 200명 선이라고 한 부분입니다. 분명 큰 교회는 익명성 뒤에 숨기 쉽고 교회를 관계 맺는 곳이 아닌 1주일에 한 번 예배 드리는 곳으로 전락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작음'의 가치, 즉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려놓음과 비움과 나눔의 정신' 역시 교회가 잊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가치이고 한국 교회가 잊어버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이외의 부분, 예를 들어 직분의 자발성, 민주적 운영, 회계의 투명성 등은 사이즈가 얼마든지 제대로 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있다면, 즉 교회를 개인의 욕망의 도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라면 크기에 큰 상관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없다는 것이죠. 물론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제 경험이나 그간의 생각을 통해 작은 교회에 갖고 있는 저의 우려(?)는 이런 겁니다.


첫째는 다양성이 떨어지는 공동체가 되기 쉽습니다.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모임은 확장성도 없고 내부 논리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둘째는 열린 공동체가 되기 어렵습니다. 끈끈한 작은 모임에 새로 들어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사를 가게 되면 사람들이 큰 교회를 찾는 이유가 주차가 편하고, 익명성에 숨을 수 있고, 뭔가 큰 교회에 속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런 것보다는 작은 모임엔 끼어들어가기가 힘들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다는 겁니다. 많은 경우 작은 모임이 새로 온 사람을 환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계합니다. 설령 뜻이 잘 맞는 사람이 새로 들어와도 오래 부대끼며 살다 보면 어려움이 생깁니다. 


셋째는 쉽게 휘청거립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 두 가정이 빠져나가면 쉽게 흔들리고 어려움에 빠집니다. 작은 갈등에도 마음이 돌아서고 갈라지기 쉽습니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중책이 자기에게 돌아올 때 회피하고 도망가기 쉽습니다. 


넷째는 오히려 작은 교회에서 목회자나 일부 중직자의 전횡이 더 심할 수도 있습니다. 소속감이 낮아서 반대편은 쉽게 교회를 떠납니다. 

 

쓰다 보니 마치 <재편>에 대한 비판만 늘어 놓은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의 답을 찾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제목이 reshaping인데 이젠 정말 하루 속히 한국교회의 reshaping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꼭 교회 크기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목회자들이 연합해서 은사에 따른 동역 목회를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여러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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