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나름 국내 몇 안되는 극한미생물 전문가에 해양극한미생물연구소 소장인데(에헴!), 450도에서 사는 새우 이야기를 이전에도 몇 번 들었습니다. 들을 때마다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아무리 새우가 단단한 키틴질로 둘러쌓여 있다고 해도, 게다가 압력이 높은 심해저에 산다고 해도 450도에서 살 수 있다는 건 쉽게 믿을 수 없었거든요. 게다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제가 이런 포스팅을 한 적이 있거든요. 


가장 높은 온도에서 사는 미생물은? 

세계기록이 깨졌군요, 122도에서 자라는 Methanopyrus kandleri 


레이디제인의 과장창

그런데 최근에 듣기 시작한 과학 팟캐스트 "레이디제인의 과장창"에서 지난 2월에 흥미로운 방송을 했더군요.(하지만 GMO 관련된 에피소드는 좀 안습.ㅠㅠ) 제목은 "최강극한생명체 타이틀은 누가 차지할 것인가? 혹시 헬조선 인간?"편이었는데, 거기에 이 새우가 소개되었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하라는 중간고사 시험문제는 내지 않고 자료를 찾아 봤습니다.


일단 그 새우의 이름은 Rimicaris hybisae 입니다. 몇몇 언론에선 Rimicaris hybisea 라고 했던데 Rimicaris hybisae가 맞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2012년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국립해양센터팀이 450도의 환경에서 사는 희귀 새우를 해저화산인 ‘블랙스모커(Black Smoker)’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국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그 유명한 데일리메일이 걸리더군요.^^ 제목이 이렇습니다. 


"So how on Earth do you cook THIS? The shrimp that lives in water four times hotter than boiling point" 


제목에 물 끓는점보다 네 배가 뜨거운 물에서 사는 새우라고 나와 있네요. 하지만 기사 내용을 보면 450도라는 온도는 새우가 산다기 보다는 새우가 발견된 지역의 최고온도입니다. 그 지역은 수심 5천미터 이하의 해저 분화구(volcanic vents)인데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black smoker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눈에 띄는군요. 

Although the scientists were not able to measure the temperature of the vents directly, these two features indicate that the world's deepest known vents may be hotter than 450C, according to the researchers. (과학자들이 분화구의 온도를 직접 측정할 수는 없지만 이 두가지 특징, 구리가 비정상적으로 많고 미네랄을 네 배나 많이 쏟아낸다는 것, 으로 미루어 보아 세계에서 가장 깊은 것으로 알려진 분화구는 섭씨 450도가 넘을 것이다)   


즉 아마도 분화구의 중심 온도가 450도 정도 될 것이라는 추정이고 새우는 바로 그 부근에서 산다는 것이죠. 하지만 착각하시면 안되는 것이 새우가 그 분화구의 중심에 살진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보통 마그마의 온도는 땅속에선 1200도가 넘지만 바닷속에서 분출되면 물과 닿으면서 그 온도가 급격히 낮아집니다. 그래서 물과 처음 닿는 부분에선 400도 이상될 수 있어도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면 온도가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미생물의 경우도 121 또는 122도 정도가 생육할 수 있는 최고 온도인 것이죠. 즉 450도에서 그 새우가 사는 건 아닐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논문은 2012년 네이처 컴에 나온 이 논문입니다. Hydrothermal vent fields and chemosynthetic biota on the world's deepest seafloor spreading centre. 이 논문을 보니까 새우가 섭씨 450도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더 명확해졌습니다. 일단 연구자들은 두 지점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해저 2,300미터 부근의 VDVF 지점과 해저 4,960미터 지점의 BVF 지점입니다. 정확하게는 두 지점에 있는 분화구 위 5미터 이내 지점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거기서 나온 금속을 가지고 온도를 추정하는데 VDVF 지점의 분화액 온도는 섭씨 140도, BVF 지점은 섭씨 500도 이내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사실 이 논문에선 이 온도를 추정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새우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 부차적인데 VDVF와 BVF 주변에서 비슷한 종류의 새우가 발견되었다고 언급되었습니다. 논문 사진 상으로는 VDVF 주변엔 매우 많고 BVF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BVF의 굴뚝에서도 새우가 붙어서 살고 있었다는데, 그 온도가 얼마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Hydrothermal vent fields and chemosynthetic biota on the world's deepest seafloor spreading centre Nat Commun. 2012 Jan 10; 3: 620.


아무튼 제가 지질학적인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그냥 한 번 쓱 훑어본 것이지만 새우가 섭씨 450도에서도 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450도의 열수구 주변 환경에서도 새우가 살고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매우 뜨겁고, 깊고, 빛이 없는 환경에서 생물이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생명의 신비죠.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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