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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 시즌에 해보는 술 이야기1

바이오매니아 2008. 12. 2. 11:51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이런 송년회 자리에는 술이 빠지지 않지요. 그래서 오늘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대한민국이 술 소비량 세계2위? 우리는 술을 얼마나 마시나?

우리나라 음주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약 8.1리터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통계는 알코올 소비량입니다. 보통 맥주에는 4-5%, 소주는 20% 내이므로 맥주로 따지면 162리터 (500cc 생맥주로 324잔), 소주로만 따지면 41리터 (소주 117병)을 마시는 셈입니다.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 7.9ℓ('01) → 8.5ℓ('02) → 8.6ℓ('03) → 8.3ℓ('04) → 8.1ℓ('05) ※OECD Health Data, 2008

공식적인 통계로 보면 룩셈부르크, 헝가리, 체코,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의 나라들은 1인당 10리터가 넘는 소비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과거에 잘못된 오보가 있었는데 국제보건기구인 WHO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술 소비량 세계 2등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오보는 WHO가 주정을 증류주로 통계를 잡으면서 이중 계산한 결과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알코올 소비량 상위국가들이 맥주나 와인과 같이 알콜 도수 15도 이하의 순한 술을 자주 마시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주종이 소위 hard alcohol인 소주 (알코올 소비량 4.5리터)이기 때문에 2002년 통계로는 러시아(6.5ℓ), 라트비아(5.6ℓ), 루마니아(4.7ℓ)에 이어 4위에 해당된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독한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이죠.

2.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은?

보통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은 발효를 통해 만드는데 미생물은 18도 이상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알코올 도수를 맞추려면 증류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들은 전부 증류주죠.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은 폴란드 보드카(호밀이나 밀 등의 곡류를 발효하여 증류한 술)인 스피리터스인데 알코올 도수 95.5도라고 합니다. 이건 거의 독약이구요.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큰 일 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술 중에 가장 높은 도수의 술은 럼주(사탕수수발효증류주)인 바카르디151인데 75.5도라고 하는군요, (참고로 미생물을 죽일 때 쓰는 알코올 농도가 70%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는 안동소주가 약 45도 정도라고 합니다.

3. 추운 동네에서 독한 술을 먹는 이유?

보통 술을 먹으면 몸이 화끈 거리고 체온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술을 마시면 체온이 내려갑니다(Hypothermia), 우리가 감기에 걸려 체온이 오르면 춥게 느끼듯이 우리 체온이 내려가면 덥게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추운 지방에서 소위 독주를 많이 마시는 것은 체온을 조금 내려 덜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4. 너무 독하지 않은 와인 같은 술은 몸에 좋다고 하지 않나요?

최근에 와인의 붐이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각종 와인 바는 물론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에서부터 각종 와인 전문 서적이 나오고 와인학과에 소믈리에학과가 생기기까지 한다고 할 정도인데요. 이렇게 와인이 좋다고 하는 것은 와인이 과일 발효주이기 때문에 와인 속에는 알코올(에탄올) 이외의 다양한 성분들이 들어있고 그 중에 몸에 유용한 성분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와인이 심혈관 건강에 좋다, 또는 몇가지 암예방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는 것입니다.

5. 프렌치 패러독스 (프랑스의 역설?) 가 뭔가요?

간단히 이야기를 하자면 프랑스 사람들의 식습관을 봤더니 포화지방산이 많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데도 불구하고 심혈관계 질환이 적다는 데서 유래하였고 아마도 그 원인이 높은 적포도주 소비량 (프랑스인은 연 평균 60리터, 미국인은 15리터의 레드 와인을 섭취)에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게 더 유명해진 이유는 미국 CBS의 시사프로그램인 “60 minutes"에서 1991년 11월에 방송을 타면서부터입니다. 그해에 미국에서 와인 소비량이 44%가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심혈관 질환 발병자는 줄었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한가지 식품으로 어떤 질병이 예방되거나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를 통해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과 레스베라트롤 물질들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는 많이 되었습니다.

6. 와인의 좋은 성분 레스베라트롤

특히 최근에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물질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다양한 항암활성을 보이고 있고 강한 항산화효과도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물질입니다. 레스베라트롤은 phytoalexin이라고 해서 식물이 생산하는 자기 방어물질로서 포도껍질에 존재해서 적포도주 red wine에 들어있습니다. 백포도주 white wine은 대부분 껍질을 벗기고 발효를 하기 때문에 레스베라트롤이 매우 소량 들어있지요.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더 재미있는 사실은 레스베라트롤이 진짜 많은 부위는 포도송이가지라는 것입니다. 껍질보다 약 30에서 50배가 더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포도를 따지 않고 송이 가지 채 발효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7. 그러면 와인은 좋은 술인가요?

와인은 다른 술에 비해 훨씬 다양한 물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것도 있지만 몸에 안 좋은 물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발효부산물로서 다양한 유기산 및 부산물 (congeners)들이 있어서 와인을 과음하면 두통이 더 심하다고 하지요. 이런 것은 대부분의 과실주 발효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그리고 1년 전인 2007년 10월에 “수입산 와인에서 발암물질 발견”이라는 뉴스가 전국을 강타했었는데요. 그게 에틸카바메이트라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 에틸카바메이트는 알코올(에탄올)과 요소(urea)가 자연적으로 반응하여 발효나 숙성, 저장 과정  중 생기는 물질로서 우리나라 김치나 된장, 간장에도 꽤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이런 뉴스가 나오면 실제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뉴스가 매년 10월에 나오는 이유는 국정감사 시즌이라서 그런데요. 올해는 수입 커피 원두에서 곰팡이독소인 오클라톡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각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어떤 식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렇게 와인에도 명과 암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에서는 심혈관 질환자 숫자는 줄었을지 몰라도 (이것도 이견이 있는데),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 특히 청소년기 이전 사망과 음주와의 연관성은 더 심각하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8. 술은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나나요?

일단 답부터 말씀드리면 맞습니다. 알코올(에탄올)은 우리 몸에서 대사가 되는데 1차적인 대사와 2차적인 대사가 있습니다. 1차적인 대사라 함은 보통 위와 장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운반되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을 거쳐서 아세트산(초산)으로 변환되는 과정입니다. 이게 일차적인 대사과정인데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MEOS라는 또 다른 알코올 대사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MEOS가 활성화되면 알코올의 내성이 증가되어 알코올 대사율도 증가되기 때문에 마실수록 주량은 늘어나게 되어있습니다.

9. 그러면 술 못마시는 사람도 마시다보면 잘 마시게 되나요? 

반쯤 맞습니다. 알코올이 1차로 분해되는 과정, 그러니까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을 거쳐서 아세트산(초산)으로 변환되는 대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술을 조심해서 마셔야 합니다.

에틸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거쳐서 아세트산으로 분해되는데 우리가 흔히 알콜 분해효소(ADH)라고 부르는 효소는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알코올을 전환시키는 효소이고 알데하이드분해효소 (ALDH)라는 효소는 아세트산, 초산을 만드는 효소입니다.

술을 거의 못하거나 술을 조금만 마셔도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두번째인 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잘 작용을 못하여 몸속에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쌓이기 때문인데 사실 알코올보다는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실제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그리고 발암물질이기도 하고 (IARC carcinogen class 2B) 돌연변이 유발물질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반응성이 높아서 여러 가지 불필요한 반응을 몸속에서 일으키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도 술을 계속 마시면 주량은 조금 늘게 되지만 기본적인 대사과정이 남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통을 겪게 되므로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그 이상 마시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10. 술마시면 얼굴 빨개지는 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인가요? 

지금까지는 그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LDH는 사람에게 두 종류(ALDH-1과 ALDH-2)가 있는데 ALDH-2가 미토콘드리아에서 알콜 분해에 사용되는 효소입니다. 동양인의 약 40%는 ALDH2의 변이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어서 지나치게 알코올을 마시면 말초혈관 확장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증 (alcohol-induced facial flushing)이 나타납니다. 이 효소는 아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연이 많은 식품을 함께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들도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초산으로 전환이 안되면 두통, 메스꺼움, 심장박동증가 등 다른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알코올 중독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다이설피람(disulfiram,Antabuse)이라는 약은 acetaldehyde에서 초산으로의 진행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서 이 약을 먹고 술을 마시면 괴로워서 술을 못마시게 함으로서 만성 알코올 중독을 끊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보통 일반인들이 겪는 숙취에 따른 몇배의 고통이 주어지는 것이죠.

11. 여성들이 남성보다 술을 잘 못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보통 남성은 여성보다 더 빨리 알코올을 대사시킵니다. 실제로 동량의 알코올을 섭취하였을 때 여성의 혈중 알코올농도(Blood Alcohol Concentration, BAC)가 남성들보다 높고 그래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간, 심장, 뇌 등의 조직에 손상 정도가 심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 원인은 현재까지 두가지 이론이 있는데 평균 체중이 남자보다 적어, 간의 알코올 효소량 및 몸의 수분 함량이 적기 때문이라는 설과  여성의 위장(胃)에 존재하는 ADH isozyme이 남자에 비해 적게 분포되어 결과적으로 BAC가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아무튼 여성들이 개인적인 편차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술을 잘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12. 폭탄주가 뇌세포를 죽이나요?

지난 주 모 포탈 사이트에 “폭탄주가 당신의 뇌세포를 죽인다.”라는 기사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사람들에게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기사를 잘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폭탄주는 뇌세포를 죽이고, 그냥 음주는 아니다,라는 내용이 아닙니다. 내용은 좋았는데, 제목을 조금 흥미위주로 붙인 것 같습니다. 그 기사의 주제는 지나친 음주는, 그것이 폭탄주이든 아니든, 뇌기능에 문제를 가져온다는 내용입니다.

13. 필름이 끊기는 현상?

실제로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기는 것(blackout)이 뇌에 부담을 주는 첫 번째 신호입니다. 그렇다고 알코올의 독소가 직접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고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뇌의 해마에서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가운데 입력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입력만 문제지 출력은 잘 되기 때문에 그래도 집에는 잘 찾아가지요.
 
문제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시공간감각, 충동 조절, 언어 능력도 감퇴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전체 치매 환자 가운데 10% 정도는 알코올성 치매라고 하더군요.

이외에도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지방간을 불러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건강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와 손실도 만만치 않죠. 그래서 언제나 적당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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