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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 시즌에 해보는 술 이야기2

바이오매니아 2008. 12. 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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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술 이야기 두 번째 시간인데요. 보통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술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내용은 주로 어떻게 쉽게 술에서 깰 수 있는가, 이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숙취와 숙취해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숙취란 무엇인가? 

숙취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이튿날까지도 깨지 않는 취기”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보통 “술을 마신 후의 안좋은 느낌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두통, 목마름(조갈), 메스꺼움(오심), 복통, 구토, 무기력, 운동기능장애 등의 부작용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입니다.

2. 그러면 몸속에서 숙취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나요?

실제로 몸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알코올 섭취에 따른 탈수, 저혈당, 비타민 (특히 B12)결핍, 그리고 지난 주에 이야기했던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숙취는 탈수를 가져오나요?

보통 술을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가게 됩니다. 알코올이 소변량을 늘려주기 때문인데 알코올이 항이뇨호르몬(바소프레신)의 분비를 억제하여 이에 따라 신장에서 수분의 재흡수가 억제되어 소변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예전 논문에 보면 사람이 25도짜리 술 250ml를 마시면 평균적으로 600에서 1000ml 소변을 배출한다고 합니다. (MONTASTRUC, P. L’alcool exagere la soif. (Alcohol exaggerates thirst). HCEIA Informations 4:41–42, 1986.) 그러니까 두배에서 많게는 4배의 소변이 배출되는 것이죠. 게다가 구토, 설사 등으로 더 심하게 탈수현상이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술을 과하게 마신 다음 날 아침에는 목이 마르게 되는 것입니다.

4. 왜 물은 많이 못마시는데 맥주는 많이 마실 수 있을까?  

일단, 물도 많이 마실 수 있습니다. 많이 먹기 대회에서 1등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이죠. 단기간에 물 많이 마시기죠. 1분 안에 2-3리터의 물을 마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위를 늘려야지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술을 더 많이 마실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왜냐하면 술은 마시면 탈수가 일어나거든요. 때문에 음주 후 커피 등 이뇨성분이 있는 것을 마시는 것은 숙취엔 별로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카페인도 바소프레신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5. 커피 마시고 술 깬다고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가요?
 
보통 좋지 않다는 이야기의 근거는 두가지인데요. 첫째는 술마시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사람들에게 카페인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므로 커피와 콜라 등 카페인 함유 음료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커피 역시 이뇨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탈수가 촉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음주후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지 않으면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반대로 서양에서는 카페인이 술 깨는데는 좋다는 민간 속설(?)도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탈수는 사실 단순하게 목이 마른 것 뿐만 아니라 뇌로 흘러들어가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의 양도 줄이기 때문에 두통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술드시고 난 아침에는 꿀물이나 설탕물을 드시곤 하셨죠. 수분을 보충하고 당도 보충하는 방식이죠.

6. 꿀물이나 설탕물이 효과가 있나요?

네. 일단 꿀물이나 설탕물은 탈수 현상으로 빠진 물을 보충해줍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숙취해소에 “물”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탈수와 함께 숙취의 또다른 현상 한가지는 저혈당입니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저혈당을 가져옵니다 (Alcohol-induced hypoglycemia). 포도당은 뇌의 영양공급원이기 때문에 저혈당은 심한 두통과 다른 숙취 증상을 일으키는 한 원인으로 여겨지는데 꿀이나 설탕은 당분이기 때문에 부족한 혈당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당뇨나 이런 지병이 있으신 분들에게 권할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탈수와는 달리 저혈당이 되려면 영양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술을 며칠씩 계속 드셔야 합니다. 식사는 제대로 못하시면서 며칠씩 음주하시는 분들에게 생기는 현상이므로 꼭 꿀이 아니라 물이라도 충분히 드시는 편이 좋습니다.

7. 탈수와 저혈당외에 숙취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숙취의 원인 물질로 가장 유명한 것은 지난 주에 말씀드렸던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입니다. 발암물질이기도 하고 (IARC carcinogen class 2B) 돌연변이 유발물질이기도 하며 반응성이 높아서 여러 가지 불필요한 반응을 몸속에서 일으키기 때문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초산으로 전환이 안되면 두통, 메스꺼움, 심장박동증가 등 다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말씀을 드렸었죠.

하지만 아세트알데하이드 외에도 다양한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술 속의 이물질(congeners)도 숙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물질이란 보통 발효중에 생산되는 부산물로서 대표적인 것은 메탄올이 있고 다른 유기산물질들이 있습니다.

메탄올은 구 소련 민간항공기 조종사들이 국내에서 구입하여 술대용으로 섭취한 후 사망한 사건(메탄올 마시고 돌아가신 할머니 사건도 있었죠)이 있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입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적포도주 두통 (Red wine headache)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일 발효 과정에 생긴 여러 가지 유사 알코올 물질에 의한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을 나타내는 말이죠.

8. 숙취 해소에 좋은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05년 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논문을 보면 현재까지 전통적으로, 또는 인터넷 등에서 숙취에 좋다고 알려진 방법들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해 본 논문이 있었습니다. 그 논문에서 인터넷이나 전통적인 숙취해소에 좋다고 하는 방법들은 아스피린, 바나나, 커피, 달걀, 운동, 신선한 공기, 칼슘 카보네이트, 과일 주스, 인삼, 녹차, 꿀, 피자, 숙취해소제 (RU-21) 등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9. 서양사람들은 해장하는 방법이 다른가요?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해장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호주와 캐나다 출연자는 “햄버거로 해장한다.”, “느끼한 음식으로 해장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피자도 해장 음식의 하나라고 하니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죠.

모 신문기사에 나온 바로는 미국에서는 당분이 많이든 컵케익을, 그리스에서는 위벽을 보호한다고 버터를, 청어회에 양파를 먹는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바나나밀크쉐이크, 굴, 소금에 절인 오이나 토마토즙, 얼스터 프라이(달걀 프라이, 토마토, 소시지, 버섯 등으로 만든 프라이) 등이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해장술 문화도 여러나라에 있다는 점입니다.

10. 해장술이 효과가 있나요?

영국에는 보드카와 토마토주스, 그리고 향신료를 넣은 블러디 메리 (Bloody Mary)라는 칵테일이 해장술로 좋다고 한답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허무맹랑하면서 유명한 것은 “개털(Hair of the Dog)”이라고 해서 전날 자기가 마신 술집에서 다시 술을 먹으면 술이 깬다는 속설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다수 과학자들과 의사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데요. 해장술은 효과도 없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죠. 보통 해장술은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에 의한 약한 신경마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진정효과 정도가 있는 것이지만 간에 대한 부담이 크고 아주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11. 그럼 우리나라 해장음식들은 어떤가요?

사실 우리나라 해장 음식들도 매우 많습니다. 보통 해장에 좋다고 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북어국, 콩나물국, 선지국, 쇠고기해장국, 뼈다귀해장국, 라면, 곰탕, 감자탕, 짬뽕, 대구탕, 복국, 올갱이 해장국, 재첩국, 미역국 등등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사실 한방에서 이야기하는 약초들, 한약재료들, 그리고 민간요법이라고 할만한 것들도 아주 많은데요. 제가 본 어떤 요리책에는 해장요리만 100가지 정도 나와있는 것도 있더군요.

12. 그럼 그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좋은가요?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의 숙취에 다 잘듣는 방법은 “없습니다” 또는 “모릅니다”가 현재까지의 정답입니다. 물론 논문을 찾아보면 무슨 무슨 추출물이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된다, 아세트 알데하이드의 독성을 제거해준다, 간세포 보호에 도움이 된다 등등의 논문은 꽤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논문이 많다고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선지같은 경우는 연구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그 많은 논문들을 몇가지로 카테고리화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1) 첫 번째로는 당류가 높은 식품들입니다. 알코올 섭취는 저혈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당류가 많은 꿀, 과일류 등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과당이 가장 주목받고 있지요. 설탕도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두 번째는 수분입니다. 탈수는 가장 대표적인 숙취증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장국이나 쥬스, 꿀물 등은 수분 보충효과가 있습니다.

3)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들입니다. 알코올 섭취가 갑자기 늘어나면 비타민 흡수가 잘 안되는 경우들이 있고 특히 Vit B12의 결핍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들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알코올 대사의 중요한 효소들이 미네랄이나 금속 이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충분히 공급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4) 네 번째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들입니다. 이 경우는 사실 숙취보다는 손상된 간의 재생에 좋다고 여겨지는 식품들입니다. 단기간의 숙취해소보다는 장기적인 간 건강에 필요한 식품이죠.

5) 마지막으로 고에너지 식품들입니다. 보통 음주 후에는 입맛이 없고 식욕이 많이 떨어져서 에너지가 모자랄 수 있는데, 에너지 보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걸 모두 종합하면 가장 좋은 해장음식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물이 많은 해장국과 차류 (녹차, 모과차, 매실차, 과일차) 또는 과일 등을 드시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숙취해소 음료도 있고 외국에는 알약으로 만든 제품들도 있습니다. 원리는 대부분 비슷한데, 알코올 분해효율을 높여주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숙취가 가장 심한 때는 실제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제로인 지점이기 때문에 알코올 분해효율을 높이는 것 만으로 숙취를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허무개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논문과 문헌에 숙취를 없애거나 해소하는 방법으로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거나 줄인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숙취를 없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숙취를 해소하는 방법보다는 지나친 음주를 삼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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