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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동치미, 과학을 대하는 자세

바이오매니아 2008. 12. 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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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는 베토벤과 동치미인데요.

1. 베토벤과 동치미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요즘 송년회 시즌이라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곤 합니다. 지난 주에는 저희 동료 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는 중에 과학적인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과학이 모든 것에 답을 주지 못하는데 과학자들이 너무 과학 만능주의 적인 사고를 한다는 비판과, 같은 과학자, 의사, 한의사들이 누구는 이게 좋다, 누구는 이게 나쁘다 이러는데 과연 어느 것이 맞느냐, 라는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과학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 두가지 서로 다른 예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는 베토벤의 사망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2. 베토벤은 어떻게 죽었는가?

어떤 위인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후대 사람들이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요즘 신윤복이 여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역사는 계속 재해석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료가 발견되기도 해서 과거에 정설로 알고 있던 것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소위 악성이라 불리우는 베토벤은 1770년 12월 16일 오늘이 생일입니다. 26의 나이인 1796년에 난청증세가 오고 48세에 청각을 완전히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그런데 베토벤의 사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최근까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베토벤은 후천적으로 젊어서부터 귀가 멀었는데 그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게 납중독의 증세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원래 베토벤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성병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당시 베토벤의 검시 결과에는 간경변이라고 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납중독 이야기가 힘을 받은 것은 베토벤을 따르던 페르디난드 힐러라는 음악가가 베토벤의 사후에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보관하다가 최근 그 머리카락을 분석했더니 정상인보다 30배나 더 많은 납성분을 함유하고 있슴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3. 베토벤 머리카락에서 왜 납이 나왔을까?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납이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당시 수돗물에 납이 섞여 있었다, 납으로된 술잔을 사용했다, 와인에 납 성분이 있었다 등등 정확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납의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르고 납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과학이 발단하면서 과거에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위험하다고 새롭게 밝혀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유연 크리스탈 유리잔에서 납이 용출되어 나온다는 것도 그 중의 하나죠. 지난 주에 고급 와인 잔에서 납이 나올 수 있다는 뉴스가 포탈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4. 와인 잔에서 납이 나온다?

보통 크리스탈을 만들 때는 유연, 즉 납 (산화납, PbO)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크리스탈 잔에다가 산성이 강한 쥬스나 와인을 오래 담아두면 납이 상당량 용출되어 나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알려졌죠. 뭐 몇 시간 정도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보관을 크리스탈 병에다 한다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연, 그러니까 납을 사용하지 않은 크리스탈도 개발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미량의 원소까지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알려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베토벤의 납 중독도 이 크리스탈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에 유행한 크리스탈 유리로 만든 하모니카인 아모니카 (Armonica)라는 악기를 베토벤이 매우 사랑했는데 이 악기를 불다가 납중독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는 비단 베토벤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죤 웨인의 죽음에 대한 논란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존 웨인의 사인에 대한 논쟁? 누가 죤 웨인을 죽였는가?

죤 웨인은 아시는대로 가장 미국적인 영화배우였습니다. 과거에는 서부영화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서부영화 주인공으로 가장 유명한 배우가 죤 웨인이었죠. 그래서 그를 American icon이라고도 합니다. 최근에는 람보가 아메리칸 아이콘으로 바뀌었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건장한 체구의 존 웨인도 1964년의 폐암 수술을 받았고 1979년에 위암으로 사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954년에 찍고 1956년에 공개된 그의 영화 <정복자, the Conqueror>에 출연했던 주요 배우들과 감독이 모두 암으로 단명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에 출연하거나 스태프로 일했던 220명 중에 91명이 1981년까지 암 진단을 받았고, 조연이었던 페드로 알멘다리즈는 1960년에 신장암 진단을 받고 자살했고 감독인 딕 파월이 1963년에 암으로 죽은 것을 시작해서, 죤 웨인이 1964년 폐암 발병 (1979년 사망), 여자 주연이었던 수전 헤이워드도 1972년 자궁암, 유방암, 피부암을 진단받고 1975년 사망, 아그네스 무어헤드 (시민케인에도 출연)도 1974년 자궁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와 같은 높은 암 사망 원인으로 가장 지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1950년대 초반에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이루어진 핵실험입니다. 서부영화 촬영이 많았던 유타는 네바다주의 옆이고 바람이 네바다에서 유타쪽으로 분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핵 분진이 위험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죠. 이렇듯 당시에는 잘 몰랐던 것들이 나중에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고 밝혀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6. 과학이 만능은 아니지만 아는 것이 힘이다.

과학이 사실 이런 위험을 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이 만능이 아니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분명히 과학이 만능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결국 이런 위험의 정도를 평가(assesment)하는 것도 과학이라는 점입니다. 베토벤의 죽음이나 존 웨인의 죽음을 예측하거나 막지는 못했어도 그 후대에 다시 그런 죽음이 없도록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음악 하나 듣고 정반대의 예인 동치미와 연탄가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7. 안재환씨의 죽음과 연탄가스 자살

올해는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큰 충격을 준 한해였습니다. 연예인들의 자살은 사회적으로 모방자살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올해 안재환씨가 연탄불로 자살을 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는데 이를 모방한 자살 사건이 여러 건 더 있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경기침체로 연탄사용량이 급증해서 연탄가스 중독에 대한 관심이 과거 보다는 훨씬 늘었습니다. 

8. 연탄가스 중독사고의 시대

사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난방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연탄이었습니다. 1975년 통계에 따르면 당시 연탄 사용량은 1년에 60억개, 연탄가스 중독 사망자는 3천명, 경증 중독자는 78만명이었다고 합니다. 엄청난 숫자죠.

9. 동치미국물이 연탄가스 중독에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간요법에 “숯머리에 동치미국물이 좋다”라는 것이 있는데 연탄가스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연탄가스 중독에 동치미 국물이 좋다고 알려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후반의 어느 학회에서 식초산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1980년에 "식초산과 암모니아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예방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연탄가스에는 식초, 동치미국물, 김치국물 등이 좋다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주게 되지요.

10. 연탄가스 중독의 원리

보통 연탄가스 중독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라고 합니다.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온 몸으로 운반됩니다. 근육에는 마이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로 운반되지요. 그런데 일산화탄소는 산소 대신 헤모글로빈과 훨씬 더 잘 결합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를 마시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심할 경우 질식해서 숨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산화탄소에 중독이 되면 공기를 빨리 환기시키거나 환자를 일산화탄소가 없는 곳으로 옮기고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고압산소를 흡입시키거나 하는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11. 동치미나 식초는 효과가 없다.

그런데 동치미나 식초는 산소 공급이나 일산화탄소 제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동치미국물을 먹이다가 기도로 잘못 들어가서 사망하는 경우가 1년에 여러 건씩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의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가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효과라고 한다면 정신을 차리는데 약간의 각성 효과 정도 도움을 주는 정도인데, 실제로는 필요없는 조치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때로는 잘못된 과학 정보들을 알고 있으면 오히려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12. (엉터리 정보는) 모르는 게 약이다.

요즘엔 워낙 정보가 다양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유통이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는 분명히 발전이고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 번 잘못 알려진 정보들이 검증 없이 마구 유통되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오늘 예로 든 동치미같은 경우가 그 한 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언제나 어떤 정보의 진위를 한 번 쯤은 따져보는 노력들이 필요한데요. 문제는 일반인들이 그런 것을 다 일일이 따질 시간도 없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도 서로 갈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지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은 학자들이 자기 연구결과나 이런 부분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언론에서도 너무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아주 새로운 주장이나 이론이 나오면 좀 기다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급성독성이나 급한 의료문제들의 해결은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끝으로 과학 기술은 계속 새롭게 발전하므로 새로운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어우러져야 진정 행복한 well-being의 삶을 우리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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