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일부 진통제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과 일부 제품의 리콜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진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진통제란 무엇인가?

진통제는 통증, 의학적 용어로는 동통(疼痛 (아플 동, 아플 통; 욱신거리거나 아픔)을 제거하거나 경감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으로서 주로 통증이 전달되는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입니다. 일반적으로 진통제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성이 있고 특별관리되는 전문의약품, 몰핀 등)와 비마약성 진통제로 구분하는데 우리가 흔히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들은 비마약성 진통제들이고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하고 안전한 물질들입니다.  

하지만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고 대증요법을 위한 약입니다. 대증요법이란  원인을 제거하여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뜻합니다. 감기약이라고 먹는 약들이 대부분 감기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감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인 것과 마찬가지죠. 이런 약들을 대증요법제라고 합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또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소염진통제, 해열소염진통제(아스피린) 등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해열은 열을 내려준다는 뜻이고 소염은 염증을 막아준다는 뜻입니다. 이런 작용들이 모두 신경계통하고 연관이 있기 때문에 통증을 막아주면서 다른 역할도 함께 하는 것이죠. 

2. 진통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리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에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 정도의 약 성분 이름은 외워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살리실산 계열(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계열(타이레놀), 이부프로펜, 그리고 이번에 논란이 된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이 포함된 복합진통제 (펜잘, 사리돈, 게보린 등)입니다. 앞의 세가지는 단일 성분 진통제들이고 이번에 논란이 된 제품들은 복합진통제들입니다. 

아스피린 (살리실산 계열)은 고대 인도, 중국, 그리스 등 세계 각국에 버드나무 껍질 추출액에 해열 진통효과가 있는 것에서 착안되어 개발된 약품으로 유럽,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1899년에 처음 시장에 나옴)를 갖고 있는 약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되었었죠.

반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타이레놀)은 아스피린이 일부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린이에게 심각한 부작용(라이 증후군, Reye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대용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의약품입니다. 소염작용은 하지 못하는 해열진통제입니다.

브루펜이라는 상품명으로 유명한 ibuprofen (미국에서는 Advil, Motrin)은 처음에는 숙취해소 효과를 위해 개발하다 발견한 물질로서 1960년대 말에 영국에서 관절염 진통제로 개발된 약품으로 아스피린과 비슷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 성분의 의약품은 국제보건기구 WHO의 “필수 의약품 표준 목록”에 포함되어 있고 많은 나라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에 논란이 된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성분이 포함된 복합진통제 (펜잘, 사리돈, 게보린 등)인데요. 그런데 이중 논란이 되고 있는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은 개발된 역사가 70년이 넘었고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60년 이상,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부터 수입되어 40년 가까이 사용되어온 약품들입니다.  

3. 이소프로필안타피린 성분 진통제가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논란의 시작은 작년 10월 10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에서 의약품 적색경보 6호를 발령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의약품 적색경보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내어놓는 자료입니다.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1호에 보톡스, 2호에 먹는 피임약, 3호에 어린이 감기약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지요.   

문제는 작년 10월 10일 의약품 적색경보 6호의 내용이 바로 이 진통제, 그중에서도 진통제 성분으로 사용되는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에 대해서 “우리나라 식약청도 시급히 이소프로필안티피린 단독성분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면밀히 실시하여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논쟁입니다.

4. 이 성분이 들어간 약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게보린, 펜잘, 사리돈, 암씨롱 등, 흔히 두통, 치통, 생리통에 무엇 무엇이라고 광고하는 상당수의 진통제 속에 들어있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약품이 이소프로필안티피린 한가지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다른 약물과 함께 복합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주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 (무수)카페인, 그리고 문제가 된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 우리나라에서 주로 판매되는 복합진통제의 성분들 (단위는 모두 mg/정)
   아세트아미노펜   이소프로필안티피린 무수카페인  기타성분 
 게보린 300 150 50  
 사리돈A 250 150 50  
 암씨롱 200 200 45.8  Benzylmandelate 50 
 펜잘 250 200 50 Deanol 25  
 펜잘Q 300   X 50 Ethenzamide 200 

5. 성분명은 다 비슷비슷하고 카페인도 들어가 있네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진통제들은 위의 3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에 카페인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커피의 주 성분 중에 하나죠. 어원도 커피에서 나왔습니다. 카페인은 잘 알려진 중추신경계 흥분물질로서 약한 각성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한 각성효과는 마약이 되죠.

그런데 카페인을 넣는 이유는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흥분시킴으로서 아세트아미노펜의 진통효과가 강화된다는 것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우리가 흔히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는 진통제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많이 쓰는 진통제죠. 따라서 이 약물들의 부작용이 이 세가지 주성분 중 어느 것의 부작용 때문인지 알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습니다. 

6. 그럼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의 부작용은 뭔가요?

일단 모든 약은 독이고 모든 독은 약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적정량을 사용하면 약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약물 오남용은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는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같은 진통제들도 역시 부작용이나 약물 알러지에 의한 부작용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가장 부작용이 적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골수억제작용에 의한 과립구감소증과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혈액질환과 의식장애, 혼수 등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약물의 부작용이 보고된 것은 공식적으로 3건이고 비공식적으로는 더 있을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 더 우려하는 것은 이 물질이 아미노피린이라는 물질하고 유사한 물질인데 아미노피린 계열 물질들이 부작용 때문에 현재는 약으로 쓰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7. 그럼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을 사용하는 나라와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현재 이 성분을 약으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이며 '제조판매금지'한 곳은 터키, 아랍에미리트이고 바레인은 해당 의약품이 철수된 상태라고 합니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심각한 통증이나 발열의 단기치료에만 승인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30년대부터 사용된 이 약을 아직도 사용하는 나라는 훨씬 더 많은데,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일본, 독일,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체코, 폴란드, 러시아, 헝가리, 칠레,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홍콩,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등으로 아직은 사용하는 나라가 사용하지 않는 나라보다 더 많습니다.

그런데 복합진통제는 현재 북미지역 (미국, 캐나다)에서는 시판되지 않지만 시판이 금지된 것인지 아니면 시판을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호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8. 새롭게 밝혀진 것이 별로 없는데 왜 이슈가 되었을까?

이번 논란은 사실 종근당이 기존의 펜잘을 리콜하면서 펜잘Q로 바꿔주었기 때문에 더 기사화가 되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서 보도자료를 내었을 때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한 회사가 리콜을 하면서 보도가 집중되었습니다. 

9. 진통제를 계속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되는가?

위에서 이야기한 비마약성 진통제의 경우는 내성이나 중독이 생기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카페인이 함유된 복합진통제의 경우는 카페인 때문에 일부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되는 것은 마약성 진통제들인데 이런 약물들은 처방전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10. 그럼 진통제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1) 의사/약사와 상의하세요.
일단 가장 큰 원칙은 의사/약사 분들과 상의하는 것입니다.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고 대증요법입니다. 즉 원인을 제거하여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일 뿐이죠. 그러므로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오남용되기 쉽습니다. 특히 간이 좋지 않거나 지병이 있으신 분들, 특히 통풍이나 고혈압약을 드시는 분들은 어떤 약이라도 함부로 드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2) 약한 통증에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것을 사용하세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위에 논란이 된 펜잘, 게보린, 사리돈 등의 복합성분진통제는 단기간에 극심한 통증이 올 때에 한해서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고, 약한 두통이나 통증에는 타이레놀,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의 단일 성분 진통제를 사용해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반복적인 통증에는 검진을 통해 원인을 치료하세요.
그리고 반복적인 만성 통증, 심한 생리통이나 치통 등은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셔서 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에는 진통제가 필요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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