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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의 위해성 : 휴대전화와 전자레인지

바이오매니아 2009. 1. 13. 11:32
(이 포스팅은 지난 저의 두 포스팅 "전자레인지 괴담. 근거는 있을까요?" 와 "휴대전화는 뇌종양을 유발할까요?"와 그 레퍼런스들을 방송용으로 재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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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모 포탈 사이트의 건강 관련 부분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중의 하나가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에 모주간지에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화나게 한다.”는 컬럼이 실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그래서 오늘은 전자파의 위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전자파(電磁波)란 무엇인가? 電子가 아니고 電磁

전자파를 흔히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파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가 일으키는 파동을 뜻합니다. 이런 전자파는 우리가 사용하는 각종 전기제품 뿐만이 아니라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말입니다. 이런 구분은 파장에 따라 하는 것으로 보통 파장이 길면 에너지가 적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 중에 가장 파장이 짧은 것이 X-선이고 그 다음이 자외선입니다. 그래서 X-선이나 자외선은 인체에 많이 해롭지요. 

2. 그러면 전자(電子)레인지는 어떤 전자파를 사용하나요?

전자레인지를 영어로 마이크로웨이브(마이크로파)라고 부르는데, 마이크로웨이브는 파장이 크고 진동수가 작아서 원적외선이나 가시광선에 비해 에너지가 약합니다. 그런데 이 마이크로파를 마그네트론이라는 기구를 통해서 방출하면 그 진동수가 2,450MHz(1초에 24억 5000만번)되도록 방출하는데 이 진동수가 물의 진동수와 같기 때문에 물분자가 진동을 해서 자기들끼리 충돌하면서 마찰열이 생깁니다. 이 열을 이용해서 식품을 가공하는 것이 전자레인지의 원리입니다. 그래서 수분이 없으면 가열이 안되는 특성이 있지만 다른 복사열이나 전도에 의한 가열보다 골고루 빨리 가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3. 그런데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이 문제가 되고 있나요?

사실 전자레인지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혹시 인체에 해롭지는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밝혀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몇가지 잘못된 정보들이 유포되면서 마치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가공한 식품들이 암을 유발하거나 인체에 해롭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4. 잘못된 정보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1) 미국의 상류층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단 전자레인지가 해로워서 미국의 상류층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세리자와 님의 포스팅의 그래프 참조)

2)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은 과학자들이 인정했다?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윌리엄 코프라는 사람과 한스 허텔 박사 이렇게 두 사람이 꼭 나옵니다. 역사에 먼저 등장한 것은 스위스의 식품화학자 한스 허텔인데 1980년대 후반에 한스 허텔과 일곱 명의 동료 채식주의자들이 호텔방에 2개월동안 틀어밖혀서 우유와 채소만 먹었는데 전자레인지로 덥힌 우유를 먹은 사람들에게서 "암스러운 상태의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병리학적 초기단계 증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논문으로 발표되지도 않았고 곧 잊혀졌습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사람이 윌리엄 코프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한스 허텔의 이야기와 출처불명의 이야기들을 묶어서 다양한 위험성을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전자레인지가 처음 개발된 것이 미국 회사인데 실은 나찌에서 연구되었다가 소련에서 그 기술을 이어서 개발하다가 너무 위험해서 그만두었다는 소설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단 한 편의 논문도 제대로 쓴 적이 없고 나중에 가전업계의 핍박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이름을 감추고 종적을 감춰버립니다. 문제는 이 두사람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죠.

3) 전자레인지로 가공하면 면역력이 약화된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결과라면서 “전자레인지에 의해 인체 면역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는 내용도 있는데 이것도 전혀 잘못 해석된 것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이와 관련된 논문이 하나 나온 것이 있는데 그 논문은 얼려놓았던 모유의 성분을 전자레인지로 녹일 때 항체나 라이소자임 등의 모유속 항감염인자(anti-infective factors)의 손실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논문입니다. 그런데 항체나 라이소자임 모두 단백질들인데 당연히 얼렸다 녹이면 활성이 떨어질 것이고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98도까지 돌린 경우는 더 떨어지겠죠. 그걸 가지고 면역력 약화라고 말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볼 수 밖에요.

4) 원적외선과 같은 천연의 전자파는 괜찮다?

일단 천연의 전자파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원적외선 뿐만 아니라 가시광선도 자외선도 다 천연의 것입니다. 하지만 자외선은 몸에 나쁩니다. 확실하게 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전자파가 천연이라고 좋고 인공이라고 나쁘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럴 리는 거의 없지만 마이크로파를 사람이 직쩝 쬔다면 당연히 나쁠 것이고 전자레인지 마그네트론을 직접 쳐다보는 것도 눈에는 나쁠 겁니다. 누구도 그걸 부정하진 못합니다. 실제로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대한 논문은 대부분 광원을 직접 쳐다본 사람들의 안과적 질병이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폭발같은 것이 대부분이지 전자레인지로 가공하는 식품의 성분 자체에 대한 문제는 거의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다. 

5. 지난 주에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이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지난 주에 모 포탈 사이트의 건강 관련 부분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중의 하나가 “'휴대전화, 뇌종양 유발'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자레인지와는 달리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우려는 여기저기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약간의 해설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 이전에 인터넷에 퍼져있는 몇가지 잘못된 정보를 먼저 짚고 넘어가보죠.

6.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있나요?

1) 휴대폰으로 팝콘을 튀긴다?
지금은 많이들 아십니다만 작년 여름에 휴대전화로 팝콘을 튀길 수 있다는 동영상이 소개되면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것도 미국인 버전, 일본인 버전, 러시아인 버전 등 전 세계 사람들이 실행해본 동영상이어서 더 충격이었습니다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요. 모 무선통신장비 회사에서 소위 viral marketing으로 만든 동영상이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실제로 팝콘을 튀기기위해서는 밀폐된 공간에서 1kW로 1분 정도가 필요한데 휴대폰이 발생시키는 전력이 0.1에서 1W 이기 때문에 그렇게 빨리 팝콘이 튀겨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휴대폰으로 팝콘을 튀긴다는 것은 뻥참고하세요)

2) 휴대폰으로 달걀을 삶는다?
또 다른 하나는 두 휴대전화 사이에 계란을 놓고 전화통화를 하면 서서히 뜨거워지면서 65분에는 완전히 다 익는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것도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한 과학 프로그램인 Braniac (2005년 방영)에서 핸드폰 2개가 아닌 100개로 계란을 둘러싸고 또 다른 100개의 폰으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계란은 전혀 익지 않았다”고 합니다. 

7. 그렇다면 휴대전화의 유해성도 근거가 희박한 것인가요?

그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휴대전화는 전자레인지와 달리 사용 빈도가 더 높고 실제로 몸에 부착해서 사용하니까요.  

문제는 이번에 보도된 휴대전화와 뇌종양의 연관관계에 대한 기사는 파퓰러 사이언스(팝사이)라는 외국 잡지의 기사를 토대로 쓰여져 있는데 중요한 몇가지 점이 빠져 있거나 잘못 전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기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인터폰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인데 이 인터폰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는 휴대전화 사용에 의한 고주파 노출과 암발생 위험에 대해 연구하는 다국적 연구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5개국 7명의 연구책임자로 구성되어 있고 연구에 참여하는 나라는 Australia, Canada, Denmark, Finland, France, Germany, Israel, Italy, Japan, New Zealand, Norway, Sweden, UK, 이렇게 1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지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결과로 13개국 6,400명의 뇌종양 환자 케이스를 수집해 조사 연구해본 결과 이스라엘의 결과로는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이용한 사람이 미사용자보다 뇌종양을 앓을 위험도가 50% 높은 것으로, 영국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에서도 휴대전화를 10년 넘게 쓴 사람은 뇌종양에 걸린 가능성이 40% 높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0년 이하로 사용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8. 10년이라는 기간이 의미가 있나요?

일반적으로 뇌종양은 한 두 번의 전자파로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장기간 사용해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터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실 휴대전화와 건강에 관련된 연구프로젝트들은 이렇게 장기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죠.

9. 그럼 이 결과에 대한 다른 과학자들의 반응이나 평가는 어떤가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결과에 주목은 하지만 의심스런 눈길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이렇게 대규모적이고 장기 프로젝트가 드물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큰 반향을 불러올 수도 있는 문제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인터폰 관계자들이 2년이 넘게 논문을 내지 않고 언론에 연구결과를 단편적으로 흘림으로서 연구 방법이나 이런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나오고 있고 실제로 인터폰 프로젝트 연구 책임자에게 공개적으로 논문을 내도록 공개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논문이 나오지 않으면 실제로 어떤 환자들을 어떻게 조사해서 어떻게 결과를 도출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논문이 나오기를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뇌종양은 일반인이 걸리기 쉬운 병이 아니고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우리 유전자를 망가뜨릴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영상통화 폰이 나와서 귀에 대고 통화하지도 않지요.^^

(업데이트 2011. 06. 01.) 이 글을 쓰고 난 후 2년이 지났는데 IARC에선 휴대전화와 관련된 Radiofrequency electromagnetic fields를 발암가능물질 2B 등급에 올렸습니다. 여기에 관해서 다음 기사를 참조하세요. “휴대폰, 뇌종양 발병 높여”…WHO도 경고하다물론 기사에 나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뭔가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기 보다는 그간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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