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알고 보니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져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용의자가 자백을 하게 된 것이 유전자검사 결과였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실제로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이 범죄 수사에 과학적인 기법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법의학에 대한 관심도 많이 증가되는데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법의학이란 무엇인가요?

법의학의 사전적 의미는 “법률상 문제가 되는 의학적 사실에 관해 연구하고 새로운 의학지식을 응용함으로써 법률상의 문제해결과 그 대책에 관여하여 법률의 적정한 운용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만 영어로는 Forensic science (또는 forensic medicine)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법률적인 문제들을 과학 지식으로 풀어내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주로 의대에 있지요. 2008년 현재 우리나라에 법의학 관련 학과가 13개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법의학이 알려진 큰 계기가 되었던 사건은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때였습니다.

2.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했던 그 사건이었지요?

1987년 1월 당시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군의 사인을 은폐하기위해 경찰에서는 쇼크사라고 주장을 했는데 당시 부검의였던 황적준 박사가 사인은 질식사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부검을 했던 검찰은 질식사, 같은 날 경찰은 쇼크사라는 주장을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답니다. 훗날 질식사라는 부검소견서가 당시 치안본부장인 강민창의 외압으로 '외상 없음'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이 고문 관계자들이 재판에 회부되었을 때 황적준 박사의 일기장을 통해 공개되어서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법의학이 어떤 것인지 강한 인상을 남겼었죠. 

3. 부검뿐만 아니라 수사에도 과학적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위치추적, 통화기록을 통한 알리바이 확인, CCTV, 심지어는 교통단속 카메라 등을 이용한 수사 등이 보편화 되어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지문으로서 이미 19세기 후반서부터 사용되어온 방법입니다. 지문은 손가락의 무늬이지만 크게 두가지로 나누는데요. 보통 피나 잉크 등이 묻어서 육안으로 지문 융선을 관찰할 수 있는 지문을 현재지문이라고 하고 육안으로 보이지 않고 사람 피부의 자연 분비물만으로 남은 지문을 잠재지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지문은 손가락의 3가지 샘(애크린 샘, 피지, 아포크린 샘)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구성되는데 애크린 샘에서는 주로 물하고 아미노산이나 요소와 같은 질소화합물, 피지에서는 지방성분, 아포크린 샘에서는 나트륨, 칼륨이나 단백질등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4. 지문을 찾아내기 위해서 무슨 시약 같은 것을 사용하던데요?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보통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서 가루를 뿌리는 것을 보는데요. 보통 알루미늄 분말이나 흑연, 숯가루 등을 사용하는데 주로 수분이나 지방성분에 붙어서 안보이던 지문을 보이게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분말은 신선한 지문에만 효과적이기 때문에 액체 시약을 사용해서 지문을 띄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미노산과 반응시키는 닌히드린 훈증과 지방성분과 반응시키는 요오드 훈증이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형광시약이나 발색시약 등으로 지문을 띄울 수 있는데 이런 시약들은 발색원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디에 찍힌 지문을 찾느냐, 예를 들면 종이, 유리, 파이프, 옷, 가죽 등 지문이 있을만한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가죽이나 직물과 같이 기존의 방식으로는 지문을 알아내기 어려운 물질에 묻은 잠재지문을 X-선을 통해 밝혀내는 기술 (micro-x-ray fluorescence, MXRF)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땀 속에 들어있는 염분에서, 나트륨, 칼륨, 염소 같은 물질을 검출해내는 원리라고 하는데 증거물의 표면을 전혀 손상하지 않고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 방식이라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음성 지문을 분석해서 협박전화 목소리를 가려내는 등의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5.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유전자 검사가 나왔었죠?

출처: http://mechtheory.egloos.com/143356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의 클라이막스가 되는 장면이 소위 굴다리 씬인데요. 용의자 박해일을 잡아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그 기술이 없어서 샘플을 미국에 보냈다가 결과를 받았는데 그 결과 박해일이 범인이 아닌 것으로 나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명한 대사 “밥은 먹고 다니냐?”는 장면이 그 장면이죠. 

우리나라에 유전자 감식이 도입된 것은 1991년인데 요즘에 유전자 검사는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제 간단한 유전자 검사는 작은 실험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범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은 잘 갖추어지고 공신력있는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지요. 이번 연쇄살인사건을 푸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던 것도 혈흔을 찾아내서 유전자 분석을 한 것이라고 하지요.



6. 혈흔이라고 하면 피의 흔적인가요? 

최근에는 단순한 사인 분석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과학적 방법이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혈흔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혈흔이란 피의 흔적인데 피가 묻어있는 모양만으로도 많은 상황들을 추리하고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피가 한 방울 떨어진 모양을 살펴봐도 자유낙하한 모양인지 아닌지에 따라 사건이나 사고 후에 흘린 피인지 사건 당시에 생긴 핏자국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보통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은 후에 흘린 피의 경우는 자유낙하한 모양을 하지만 가격을 당해 흘린 피는 비산(흩뿌려짐)된 형태를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작년에 이런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모여 한국혈흔형태분석학회가 생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지 오래되었거나 물로 씻어버린 경우 혈흔의 형태를 보고 판단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럴 때는 보이지 않는 지문을 찾아내듯이 보이지 않는 핏자국을 찾아내는데 그 방법이 루미놀이라는 시약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7. 루미놀은 CSI (Crime scene investigators)의 진짜 주인공?

실제로 CSI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물질인 루미놀은 아주 적은량의 핏자국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로서 형광을 나타내는 물질입니다. 

우리의 피 속에는 적혈구가 있고 적혈구 속에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존재합니다. 그 단백질은 철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철이 촉매로 작용해서 과산화수소를 분해하여 산소와 물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산소가 루미놀과 반응하여 형광을 띄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루미놀이 직접 혈액과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동물이나 심지어 모기 같은 벌레의 피가 검출되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혈액의 흔적에서 다시 유전자를 찾아내서 검사를 하게 되는 것이죠.

8. 피의 얼룩이나 흔적 정도에서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나요?

소설 <쥐라기 공원>에서 보면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서 DNA를 추출해서 공룡을 복원하는 기술이 나오는데 이런 기술을 “중합효소 연쇄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라고 합니다. 이 기술을 고안한 캐리 멀리스 박사는 노벨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아주 소량의 DNA를 가지고 원하는 DNA를 수없이 증폭시킬 수 있는 방법이죠. 최근에는 유전자와 관련된 거의 어느 실험실이나 다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극히 소량의 혈흔에서도 DNA를 얻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참혹한 범죄가 자꾸 일어나는 것이 안타깝지만 또한 이런 범죄의 죄과를 치루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과학을 사용해서 범인들을 잡아내는 노력이 또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범죄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