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월 21일은 제 42회 과학의 날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과학이지만 또한 매우 무시되는 것이 과학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총론적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과학의 날이란?
과학의 날은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처가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된 것을 기념하여 생긴 날로서 그 다음해인 1968년 4월 21일 첫 번째 기념일로축하하면서 생긴 기념일입니다. 그 후 약 20년 동안 과학기술처로 존재하다가 1998년 과학기술부로 승격되었고 2004년에는 과기부 장관이 부총리급으로 승격되어 “3년 천하”를 누렸으나 2008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과학기술부”로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이 되면서 독립행정부서로서의 수명을 다했습니다. 물론 과거의 기능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교육부가 워낙 주목받는 곳이기 때문에 사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기술처의 탄생에는 약간의 뒷이야기가 있는데 1967년 5월 3일이 대통령 선거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공약인 근대화의 상징으로 독립된 과학기술 행정부처를 대선 공약 차원에서 급하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국민들도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1
2. 과학기술이 근대화의 상징이었군요.
사실 과학의 날 이전에 “과학 데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유래는 일제시대로 넘어가는데 김용관 선생 (1897-1967)이라는 분이 챨스 다윈의 사망일인 4월 19일을 “과학 데이”로 정하자고 주장하여 1934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운동은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민족 자립을 이루고 근대화와 산업 발전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고 <과학 조선>이라는 잡지와 <과학지식보급회> 등의 단체를 결성으로 이어졌으나 민족운동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일제의 탄압으로 오래가지는 못하고 관련 단체가 없어지거나 친일 단체로 변질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일제시대부터 과학기술이 민족의 근대화, 조국의 근대화에 꼭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들이 선각자들에게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2
3. 과학기술 발달의 역사는 산업 발달의 역사
과거 과학기술의 발달은 산업의 발달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의 10대 기업 중에 없어진 기업들도 많고 (삼호-건설, 개풍-제빙·탄광, 극동유리, 동립산업-제분, 태창방직) 아직까지 그 이름을 이어가는 기업은 몇 군데가 있지만 실제로 주력 업종은 다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것은 1960년대 당시 제일제당, 삼양 등의 설탕제조 기업들이 10대 기업에 속했는데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기술 분야가 우리나라 경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처가 처음 생긴 1967년에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포드와 합작하여 자동차 조립공장으로 시작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 한파로 포드나 GM을 위협하는 회사로 발전했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3
4. 과학기술은 미래성장동력산업의 핵심?
작년 9월에는 신성장동력기획단과 콘텐츠코리아추진위원회에서 우리 경제 재도약의 기반이 될 신성장동력으로 6대 분야 22개를 최종 선정했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6대 분야는 에너지-환경, 수송시스템, 뉴 IT, 융합신산업, 바이오, 지식서비스인데 올해 1월에는 이 제안을 정부에서 3대 분야 17개 부문으로 최종 확정지었다는 뉴스 4가 있었습니다. 이들 분야에서 사실 과학기술과 관련이 없는 분야는 거의 없고 특히 새로운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5
하지만 이렇게 과학과 기술을 연결시켜서 소위 “실용적 사고”를 하다보니까 소위 비실용적인 것, 또는 당장은 실용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소홀한 문제점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즉 과학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기 보다는 기술이 너무 앞서가는 현상, 돈되는 기술이 너무 중시되는 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죠.
5. 과학은 _____________다.
과학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정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과학은 상식이다, 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과학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예를 들어 살을 빼는 방법은 조금 적게 먹고, 조금 더 움직이는 상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비만유전자, 렙틴 같은 호르몬, 비만치료약 등이야 말로 진짜 과학인 것 처럼 보이지만 이것 역시 상식이라는 틀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혹시 처음에는 아주 독특한 현상일지라도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면 그것이 또 하나의 상식이 됩니다. 예를 들어 미생물은 끓는 물에서 죽는다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현재는 122도에서 사는 미생물도 발견되었고 모든 단백질이 고온에서 변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새로운 상식이 되었죠.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또는 안타까운 것은 과학자들의 이미지는 상식과는 좀 거리가 먼 인물들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6. 영화 속의 과학자들은 부정적 이미지가 많아?
몇 년전에 영화에서 다루는 과학자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것은 뭐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영국의 사회학자인 앤드류 튜더도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호러 영화에서 과학자의 이미지 변천 과정을 분석한 바도 있다 6고 하는데 “과학이 일상세계 속으로 더욱 많이 동화되어 감에 따라, 과학 연구는 점차 갖가지의 미치광이같은 목표의 추구에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효과적인 수단들에 불과한 것으로 그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7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영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점점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과학은 필요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것, 잘 모르기 때문에 속기 쉬운 것,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대주는 기업이나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이 생기면 그 내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과학자들의 발언은 무시되기 일쑤입니다.
7. 하지만 상식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죠.
제가 최근에 읽은 <불량 의학>이라는 책에서 “과학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야 말로 가장 큰 미신”이라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매우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간 우려스러운 반과학/반지성적인 면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요즘엔 전 국민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새로운 사실을 과장하고 선정적으로 다뤄서 화제가 되거나 인기를 얻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상식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이론을 세우고 이론을 따져보고 거기에서 나온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을 훈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면 영화 속의 외국인 UN군 장군이 “한반도는 진실을 감춤으로서 평화가 유지되는 곳”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조금 생뚱맞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이성적으로 어떤 진실을 따져보기 보다는 감정적인 위안을 너무 중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의 우려를 하게도 됩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을 위해서도 조금 더 따져보고 논리적/과학적으로 사고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4/08/20/200408200500054/200408200500054_1.html [본문으로]
- [사이언스 에세이/4월 13일] '과학 데이'를 아십니까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science&no=956 [본문으로]
- 재계 지도 변혁 http://www.venturepeople.co.kr/kor/html/journal_2_view.asp?fcode=133 [본문으로]
-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22개 분야는? http://www.chinpia.com/bbs/board.php?bo_table=l_focus&wr_id=53 [본문으로]
- 신성장동력, 3大분야 17개 부문으로 최종 확정 http://blog.daum.net/mocie/15609426?srchid=BR1http://blog.daum.net/mocie/15609426 [본문으로]
- "영화 속 과학자, 부정적 이미지 많아"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09157 [본문으로]
- http://blog.peoplepower21.org/PSPD/648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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