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가장 큰 뉴스 중의 하나가 베이비 파우더 내에서 석면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파문이 현재는 화장품이나 다른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석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석면(Asbestos)이란 무엇인가요?
사전적으로는 섬유상으로 마그네슘이 많은 함수규산염(含水硅酸鹽) 광물을 뜻하는데 글자 그대로 “돌에서 나온 솜”이라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asbestos라고 하고 그리스어 원어로는 “불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불연성, 단열성, 내구성, 절연성 등이 뛰어나 방화재, 내화재, 보온·단열재, 전기절연재, 브레이크라이닝 용재 등으로 사용되었으나 1970년대 이후에 그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점점 사용이 줄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말에 부산 MBC에서 창사 50년 특별기획특집 다큐멘터리 <아스베스토스>를 제작해서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2. 석면은 얼마나 위험한가요?
흔히 발암물질을 구별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류법이 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의 발암물질(carcinogen) 분류입니다. 보통 그룹1, 2A, 2B, 3, 4로 구분하는데 그룹1은 명확한 발암물질을 뜻합니다. 석면은 바로 이 그룹 1에 속합니다.
석면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몸에 들어오면 배출이 안된다는 것인데요. 때문에 주로 호흡기로 흡입된 석면이 폐에 바늘처럼 밖혀서 장기적으로 석면폐, 늑막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 및 폐암과 기관지염, 폐기종, 기관지 확장증, 폐렴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위장관계로 들어가면 위암과 소장, 대장, 직장암 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3. 석면 질환은 발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석면 관련 질환의 문제는 석면 취급 후 오랜 세월이 지나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다는 것이지만 대개의 경우는 석면 공장 종사자나 주변 거주자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종의 직업성 암 (occupational cancer)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성중피종은 내장의 장액성 막(특히 흉막)에 생기는 매우 희귀한 암이라고 하는데 악성중피종의 70%가 석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석면 노출후 10년 후부터 급증하여 30~40년 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60-70년대 석면업 종사자들에게서 석면 관련 질환이 지금부터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고 있고 2007년을 석면 안전관리 원년으로 선포하기도 했고 부산대학교 석면중피종연구센터 등 연구기관들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4. 그런데 석면이 왜 베이비 파우더에 들어있나요?
이번 몇몇 베이비 파우더에 석면이 포함된 것은 베이비 파우더의 원료인 탈크라는 물질에 석면이 일부 함유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이번에 검출된 석면은 우리가 지금까지 단열재 등으로 흔히 사용하는 석면은 아니고 석면형 (asbestiform) 물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탈크는 우리말로 곱돌 또는 활석이라고 하는데 어릴 적에 시멘트 바닥에 금을 그을 때 사용하는 “석필”이 탈크의 주성분입니다. 그런데 석면이나 탈크 모두 소위 규소로 이루어진 광석이기 때문에 광산에서 채취하는데 탈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석면형 물질이 섞여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 KBS 소비자고발에서 12제품을 수거해서 검사한 결과 다섯가지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되었고 식약청에서 다시 원료 3가지를 포함한 30가지 제품을 검사한 결과 12개 제품 (원료 1종 포함)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이 12가지 제품 중 11가지제품은 한 회사에서 수입한 탈크를 사용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현재 이 원료 수입회사의 탈크가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를 추적하고 관련 제품을 모두 시장에서 수거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저께 다른 원료에 대한 검사를 마쳤는데 모두 38개 원료 공급업체 중에서 8군데 원료에서 석면이 검출되어 해당 제품의 수거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앞으로 좀 더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5. 탈크는 어디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나요?
앞서 말씀 드렸던, 이번 석면이 함유된 베이비 파우더에 탈크를 공급했던 업체가 국내에 탈크를 판매한 곳이 약 300군데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탈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단 언론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베이비 파우더나 콤팩트 화장품류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성분이 탈크이므로 실제로 석면이 들어있다면 위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탈크가 많이 사용되는 곳은 종이입니다. 보통 종이의 정전기 등을 없애기 위해서 충전제(filler loading material, 종이의 광학적 특성, 평활도, 인쇄적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가되는 물질)로서 탈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복사기 종이가 말려들어가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죠.
또한 껌, 의약품, 풍선, 보울링장에서 사용하는 파우더 등에도 탈크가 사용되는데 역시 접착 방지나 마찰력을 줄일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6. 그럼 탈크 속에 석면이 얼마나 들어있었나요?
이게 사실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아직 정확한 량을 알지 못합니다. 방송에서는 1%가 넘는 제품이 다수였다고 나왔지만 정확하게 정량을 했는지는 다시 한 번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대기의 석면 기준이 0.01/cc (1cc에 0.01개)이고 방송에서 기준치의 약 40배가 나왔다고 했지만 대기 기준은 하루 종일 흡입할 때의 기준이므로 한 순간 40배가 나왔다고 위험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7. 그런데 탈크는 그 자체로는 안전한 물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 논란이 있는데 2007년 미국 FDA의 자료에 보면 석면형(asbestiform)이 없는 talc는 식품첨가물로서 사용할 수 있고 GRAS (generally regarded as safe)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talc가 그 자체로도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도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고 거기에 대한 반박도 계속되고 있어서 아직까지 정확한 판단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미 talc가 수십년 이상 사용되어 왔지만 석면과 관련된 질병의 대부분은 탈크 때문이 아니라 석면 산업 종사자들이라는 것을 봤을 때, 소량씩 흡입되거나 피부에 노출되는 석면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확률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8. 그럼 앞으로 어떻게? 역사의 교훈을 가볍게 여기지 맙시다.
아마 이번 사건으로 많은 분들이, 특히 아기를 두신 부모님들의 경우에는 많이 화도 나시고 속상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외국의 경우엔 십수년 전부터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해왔고 몇년전부터 본격적인 규제와 관련 법규가 제정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품질 검사 규정조차 없었다는 것을 보면 관련 정부부처나 산업계, 학계 모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구요.
일단 베이비파우더와 관련되어서는 석면이 들어간 탈크로 만든 베이비 파우더 제품 사용을 중지하고 다른 회사 제품이나 옥수수 전분과 같은 대체제를 사용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발표될 석면의 함량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나오는지가 사실 더 중요할 수 있지요.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나 몰랐던 것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 될 것입니다. 그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 석면 베이비 파우더가 이슈가 된 이틀 뒤인 4월 3일엔 미국의 분유에서 미량이지만 로켓 연료로 사용되는 물질인 퍼클로레이트(perchlorate)란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아마 앞으로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이고 일부 사람들은 유기농이나 가공식품을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는 유기농이나 직접 담궈먹는 김치나 간장 역시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우리는 쉽게 정부나 업체를 비난하지만 그리고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오면서 식품 안전성에 대한 다양한 기준과 규제들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볼 때에 오히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들은 이러한 사건을 통해서 앞으로 석면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들이 잘 마련되는지 지켜보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런 분야에 국민들이 낸 세금이 잘 사용되도록 감시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728x90
'바이오매니아 in 언론 > 굿모닝 사이언스(부산MBC)'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의 날, 과학은 상식이다. (0) | 2009.04.21 |
---|---|
꽃피는 봄이 오면, 알러지의 계절??? (0) | 2009.04.14 |
라면이 어린이 유해식품? 라면은 억울해요! (6) | 2009.03.31 |
생명의 근원, 물 (3) | 2009.03.24 |
AIDS의 진실과 거짓 (5) | 2009.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