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어린이 학교 주변의 햄버거, 컵라면 등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학내 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라면 업계에서는 라면이 거기에 포함된 것은 억울하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배고픈 추억과 떼어놓을 수 없는 라면

영화 <넘버 3>의 명장면 중의 하나가 있는데 송강호씨가 불사파 조직원들을 데리고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장면입니다. 그 때 라면만 먹고 금메달 3개나 땄던 임춘애 선수를 현정화 선수와 헷갈리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아마 80년대 초등학교 이상 다니셨던 분들은 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임춘애 선수를 모두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당시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우유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구요.”라고 인터뷰를 해서 소위 라면 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그건 언론사의 오보라고 하더군요. 이 외에도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수많은 분들이 지겹게 먹었다는 음식에 라면이 언급된 예는 매우 많습니다. 실제로 먹을 것이 없었던 70-80년대에 가장 싼 값에 한 끼 식사를 때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라면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2. 라면의 탄생? 인스턴트 라면과 생라면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과 생라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생라면의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생라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에다가 고기국물을 넣어서 먹는 면으로 일본에서는 생라면 가게가 매우 많고 인기도 높습니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라면과 같이 끓는 물에 건조된 면을 넣고 끓여먹는 라면은 인스턴트라면이라고 하는데 인스턴트 라면이 본격적으로 출시된 것은 1958년으로 일본의 닛신식품에서 치킨라면을 그 효시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닛신식품의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가 면을 기름으로 튀기는 것을 보고 라면을 만드는 방법을 착안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에 처음으로 라면이 판매되기 시작했고 당시 가격은 10원이었다고 합니다. 자장면이 30원이었다고 하니까 아직도 상대적으로 라면값이 다른 식품에 비해서 비싼 편은 아닙니다. 그 후로 시장 규모는 60년대에 비해서 5만배 성장했고 (현재 시장규모 1조 5천억), 현재는 160여종의 라면이 생산되고 있으며 2007년 통계로는 우리나라에서만 약 34억개나 팔렸다고 합니다. 1인당 연간 70개를 먹는 셈이죠. 몇차례 방송에서 다뤄진 적이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도시락면이 비싼 안주로 팔리고 있다고도 하지요.
 
3. 공업용 우지 파동

아마 지금 40대 이상인 분들은 모두 기억하실 것으로 생각하는데 1989년 겨울에 소위 “공업용 우지 파동”이 일어납니다. 당시 검찰에서 삼양라면 회사 등에서 공업용 우지를 라면에 사용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서 100만 박스 이상의 라면을 폐기 처분하고 3,000여명의 직원 중 1,000여명이 이직하는 사태가 났으며 그 회사는 ‘90년대 초까지 수백억원의 적자에 허덕이게 된 사건이었죠. 아울러 많은 소비자들이 “라면은 기름이 몸에 나쁘다”고 착각하게(?) 만든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라면을 끓일 때는 기름을 한 번 빼고 끓이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죠. (삼양라면이 농심에 앞서다가 공업용 우지파동 때문에 1위 자리를 빼았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농심은 우지 파동 이전인 1985년에 이미 라면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4. 희대의 실수와 식약청 위해분석 map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식품안전사고를 잘 정리한 웹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에는 사회, 경제적인 파장을 -5에서 +5까지, 그리고 실제 위해 크기를 -5에서 +5까지로 분류해서 위해 지도를 그려놓았습니다. 이것을 위해분석 map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사회, 경제적인 파장이 -5인데 위해크기가 +5이면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인데 사회적으로는 큰 파장이 없이 넘어간 것이 되고, 반대로 사회, 경제적인 파장이 +5인데 위해크기가 -5가 되면 실제로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사회적으로는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에서 사회, 경제적인 파장이 +5로 매우 컸지만 실제 위해크기가 -5였던 사건이 딱 두가지 있었는데 바로 라면의 공업용 우지 파동과 포르말린 골뱅이 통조림 파동이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과 회사의 도산 등을 경험했던 사건이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별로 문제될 것이 없는 사건이었고 법정에서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었죠. 삼양라면이 무죄 판결을 받는데 무려 8년이 걸렸으니 당사자들에겐 소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었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60년대부터 국민에게 동물성 지방분을 보급한다는 취지에서 우지를 수입, 정제하여 식용우지로 사용할 것을 정부에서 추천하였기에 사용했었고 우지를 정제하는 비용이 타사의 식물성 유지보다 값이 더 비쌌으며 당시에는 식품성 유지들은 원유 상태에서는 모두 비식용이었던 것이죠. 아무튼 이 파동은 우리나라에서 식품 안전에 관해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하나이자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은 사건입니다. 

5. 그런데 라면이 어린이 유해식품인가요?

최근 어린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3월 22일부터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학교 및 학교주변 200미터 범위 내 통학로를 중심으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식품안전보호구역내 학교 및 우수판매업소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실시하기로 했고 올 한 해 동안은 계도기간으로 하고 1년 동안 식품업계의 영양성분 재조정을 유도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표로서 어린이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피자, 햄버거, 컵라면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식품을 “어린이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지정할 것인가 인데요. 현재로서는 과자나 초콜릿·아이스크림의 경우 열량 500 kcal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의 경우 1회 제공량당 열량 1천 kcal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 을 일단 그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피자, 햄버거, 컵라면 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제품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피자, 햄버거, 컵라면이 다 어린이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죠. 
 
6. 라면에 대한 몇가지 오해

1) 라면은 기름으로 튀겨야만 한다?
아닙니다. 라면을 기름으로 튀기는 이유는 라면의 맛을 좋게 하기보다는 건조를 위해서입니다. 면은 수분을 흡수하면 보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름에 튀겨서 유효기간을 오래 지속되게 하는 것이 튀기는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요즘에는 건면이라고 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면도 나오고 있습니다. 

2) 라면은 방부제가 많이 들어있다?
이것도 라면의 유통기간이 길어서 생긴 소문으로 생각되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름에 튀겨서 면 속의 수분함량을 극소화했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긴 것이지 방부제가 들어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3) 라면은 칼로리가 높다?     
실제로 보통 라면 1봉지의 칼로리는 약 500kcal 정도로 앞서 말씀드린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달걀을 하나 풀고(75 kcal) 밥을 한공기 (300 kcal) 말아서 드시면 전체 칼로리는 꽤 높아집니다 (약 875 kcal).  

7. 라면의 가장 큰 문제는? 나트륨

라면을 먹는데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지나친 나트륨 섭취입니다. 나트륨은 일반적인 면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데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은 칼국수이고 우동, 라면, 냉면 등에 상당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물을 내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면을 반죽할 때 소금을 넣기 때문입니다. 소금을 넣으면 밀가루의 단백질인 글루텐의 점탄성이 증가해서 반죽의 탄력이 좋아지고 면이 쫄깃하게 되지요. 그리고 건조시에 피막경화현상이 방지되고 미생물 발육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라면 한 봉지 안에 들어있는 나트륨의 양은 약 2,000mg (2g) 내외로 WHO의 성인 1일 권장섭취량에 해당합니다. 소금으로 환산하면 약 5g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보통 라면을 먹을 때 김치와 함께 먹는데 소금으로 절이는 김치에도 나트륨 함량이 꽤 높습니다. 배추김치 10조각에 보통 나트륨 함량이 1,000mg 정도 되지요. 그러므로 하루에 여러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것은 지나친 나트륨 섭취를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나트륨의 1일 권장 섭취량은 각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는 나트륨 섭취가 워낙 높은 편이라서 WHO의 기준보다 훨씬 높은 3,500mg이었다가 2006년에 2,000mg으로 하향조정 했다고 합니다(다른 자료에선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이건 사실 확인이 필요). 미국도 2,400mg이었다가 1,500mg으로 낮추었다는군요.   

8. 나트륨을 많이 먹었으면 야채와 과일을??? 

사람의 몸에서 나트륨과 칼륨은 서로 반대의 작용을 합니다. 세포에서 나트륨 3분자를 빼내는데 칼륨 2분자가 필요하지요. 그러므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칼륨이 많은 야채와 과일 섭취를 하시도록 영양학자들은 권고하고 있습니다. 칼륨이 많은 음식으로는 양송이, 아욱, 근대, 시금치, 죽순, 부추, 쑥갓, 참취, 물미역, 미나리, 쑥 등이며 과일 군중에는 바나나, 참외, 멜론, 천도복숭아, 토마토, 체리토마토, 곶감, 키위 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오이는 아닙니다.

아무튼 라면을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적당한 열량과 고른 영양”이라는 대원칙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라면을 드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