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말씀드린 사이언스 타임즈에 올라온 기사와 그 원문인 네이처의 글을 가지고 과학계에서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성품과 팁들을 정리하고 제 생각을 약간 덧붙인 내용입니다.
지난 금요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네이처 과학 분야 창의적 멘토링 상(Nature Awards for Creative Mentoring in Science)"을 제정하여 매년 2명씩을 선발,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스승이 좋은 스승일지에 대해서 2007년 6월에 네이처는 '멘토를 위한 네이처 가이드'라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물론 과학계의 지도교수를 대상으로 씌어진 글이긴 하지만 좋은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꼭 과학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 부모님, 선배, 직장 상사 등도 멘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나누어 보고 싶어서 오늘은 그 글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멘토란 누구인가?
최근에는 멘토란 단어가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만 멘토는 teacher, supervisor 등의 단어와는 좀 뜻이 다릅니다. 사전적인 뜻은 “지혜와 신뢰로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스승”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멘토의 가장 큰 특징은 일생을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멘토를 보면 자기가 가르치던 그 시기가 끝나고 제자가 자기 곁을 떠나도, 일종의 “확장된 가족 (extended family)"관계를 유지하면서 제자들을 돕습니다.
2. 훌륭한 멘토의 특징들 6가지
네이처 어워드 후보자의 제자들로부터 받은 추천서를 분석한 결과 훌륭한 멘토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1) 열정 (Enthusiasm)
훌륭한 멘토는 자기 분야에서 열정적이고 그 열정은 전염적이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2) 민감성 (Sensitivity)
학업이나 연구가 잘 되어가지 않을 때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그 이유를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에 대한 민감성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학업 성적이 나쁜 것이 단순히 수업을 못알아 듣는 것 보다는 가정 환경, 교우 관계, 이성교제 등 다양한 “삶의 문제”들과 연결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3) 개인적 차이에 대한 통찰 (Appreciating individual differences)
모든 사람은 다 다르고 개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팀, 한 학급, 한 실험실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이해하되 그들에 맞게 다르게 다루어야 합니다. 특히 그들의 앞길을 조언할 때에도 모두에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길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길을 조언하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4) 존중 (Respect)
멘토는 그가 대하는 모든 학생들이나 동료들을 존중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동시에 그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실험실을 예로 들면 질서는 있어야 하지만 박사>석사>학부생의 서열을 따지거나 누가 더 중요하고 누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사람을 대해서는 안됩니다.
5) 비이기주의 (Unselfishness)
자신의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고 남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야 말로 좋은 멘토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타인에 대한 지원 (Support for others than one's own)
좋은 멘토는 자기에게 멘토링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고 돕고자 힘쓰는 사람입니다.
3.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한 방법들
1) 열린 문 (Availability: the open door)
네이처 어워드 후보 추천자들이 이야기하는 자기 멘토의 좋은 점은 멘토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문이 열린 채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급한 질문이나 요청에 대해서는 언제나 즉시 답을 해주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나중에 다시 오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멘토들은 항상 제자들의 문제를 들으려고 하며 학생들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2) 영감과 긍정 (Inspiration, optimism)
다음은 어느 추천자의 글입니다. “프로젝트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당신이 풀이 죽어 고개 숙이고 교수님 방으로 들어간다면, 방을 나올 때는 우주의 미스터리를 당신이 푼 것이라고 믿으며 나올 것이다.”
멘토는 폭넓은 비전으로 영감을 주고 큰 그림을 그려서 이해를 시키며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때로는 가장 흥미로운 것이라는 새로운 통찰을 줍니다.
3) 지도와 자율의 조화 (Balancing direction and self-direction)
대개의 선생들은 다 가르치려고 들고 심지어는 물고기를 잡는 법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반대로 본인은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 터득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요. 이렇게 지도와 자율 사이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유를 주면서도 범위를 제한해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명확한 방법이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4) 질문과 경청의 기술 (The art of questioning and listening)
학생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좋은 멘토는 오히려 자신이 질문을 던지고 심지어 학생들의 질문에 질문으로 답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이해력을 높이게 됩니다.
5) 폭넓은 독서와 수용 (Being widely read and widely receptive)
연구자에게 있어서 폭넓은 reading이란 다양한 책, 논문, 언론 기사 등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좋은 멘토는 자신의 영역 이외에도 폭넓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그 정보들을 이용해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또 그 정보를 제공합니다. 매우 시간을 많이 요하는 작업이지만 매우 가치있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죠.
또한 한 분야의 전문가는 어떤 도그마에 빠져있기 쉬운데 가끔은 학생들로부터 거기에 대한 도전을 받습니다. 이 때 좋은 멘토들은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가정하고 때로는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6) 초기 프로젝트 (The initial project)
이것은 학생들에게 알맞은 과제와 프로젝트를 나누어주고 그것을 지도하는 것을 뜻합니다. 보통 학생들은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뭔가 결정을 내려야할 때 경험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엔 자신이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위치까지 자라가야 합니다. 이러한 성장을 위해서는 멘토에 의해서 어떤 프로젝트가 주어지는가, 너무 어렵거나 쉽지도 않고 그 사람에 맞는 프로젝트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7) 과학 이외의 삶 (Life after science)
멘토에게서 전인격적인 삶에 대해서 배우는 것, 이건 그렇게 많은 추천자에게서 나오는 말은 아니지만 확실히 긍정적인 면이 있는 특성이라고 합니다.
8) 축하 (Celebration)
크고 작게 성공을 축하하고 거기에 맞는 보상을 해주는 것은 종종 간과되는 일이지만 이러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은 어떤 성취를 이루는데 강력한 동기로 작용합니다. 작은 칵테일 파티나 점심 회식 같은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 더욱 큰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대학에 자리잡기 전에 "내가 교수가 된다면"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평생 3명의 멘토만 될 수 있어도 헛되지 않은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멘토를 위한 가이드의 항목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728x90
'바이오매니아 in 언론 > 굿모닝 사이언스(부산MB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 헌혈자의 날 - 혈액형의 과학 (6) | 2009.06.09 |
---|---|
DNA 신원확인 정보 관리 입법 논란 (3) | 2009.06.02 |
오존의 두 얼굴 (0) | 2009.05.12 |
멕시코 독감(돼지 독감)에 대해 정리해봅시다. (11) | 2009.04.28 |
과학의 날, 과학은 상식이다. (0) | 2009.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