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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헌혈자의 날 - 혈액형의 과학

바이오매니아 2009. 6. 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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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일요일은 World Blood Donor Day 세계 혈액 기증자의 날, 우리나라 공식적인 명칭은 “세계 헌혈자의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혈액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세계 헌혈자의 날 (World Blood Donor Day)이란?

세계 헌혈자의 날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적십자사연맹, 국제수혈학회, 국제헌혈자조직연맹이 함께 아무런 보상없이 헌혈을 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그들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입니다. 매년 6월 14일을 세계 헌혈자의 날로 정했는데 2004년에 제정하고 2005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 왜 6월 14일을 기념일로 정했나요?

세계 헌혈자의 날이 6월 14일이 된 것은 ABO 혈액형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박사의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인데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생일이 1868년 6월 14일입니다.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1901년에 사람의 혈액이 혼합되면 응집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따라 인간의 혈액을 세 개의 혈액형 (A형, B형, C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C는 그 뒤 O로 바뀌었으며 네 번째인 AB형은 1902년 데카스텔로(Decastrello)와 스털리(Sturli)에 의해 나중에 발견되었습니다. 

그리하여 1907년에 최초로 수혈이 이루어졌으며 그 공로로 193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1937년에는 Rh 혈액형도 발견하는 등 의학, 특히 면역학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3. ABO 혈액형, Rh 혈액형, 혈액형은 몇 종류나 있나요? 

우리는 주로 ABO 혈액형이나 RH 혈액형에 대해서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 혈액형의 종류는 현재까지 메이저 그룹이 30종, 마이너 그룹은 200종 정도가 있습니다. 

이런 혈액형을 구분하는 방법은 혈구 세포에 있는 항원의 종류에 따라 구분이 되는데요. 혈액에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erythrocytes), 식균 작용으로 우리 몸을 방어하는 핵을 가진 부정형의 백혈구(leucocytes),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작고 부정형의 무핵인 혈소판(blood platelets) 등이 있습니다. ABO 타입이나 RH 타입이 많이 알려지게 된 이유는 혈액의 응집에 관여하는 혈액형이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적혈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항원들은 혈액의 응집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수혈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일단 ABO 혈액형은 적혈구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과 지방질에 붙어있는 H-항원에 따른 분류입니다. 이 H-항원은 5개의 당으로 구성되는데 4개의 당은 동일하고 마지막 당이 N-acetylgalactosamine이면 A-항원, 그냥 galactose면 B항원, 당이 없으면 O항원이 됩니다. 그래서 O형 혈액은 누구에게나 줄 수 있습니다. 항원으로서 역할하는 마지막 당이 없으니까요. 결국 ABO 혈액형이란 적혈구 세포의 당 1개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게다가 유전적으로 A형과 O형은 261번의 Guanine 한 염기가 없어서 frame shift가 일어나는 차이에 불과합니다. 

Rh 혈액형은 Rhesus monkey, 우리 말로는 붉은털 원숭이 (히말라야 원숭이)라고 불리우는 원숭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이 원숭이는 예전부터 사육이 쉬워서 실험에 많이 사용되던 원숭이였습니다. 이 방식은 붉은털 원숭이의 혈구로 면역된 토끼의 혈청을 사람의 적혈구에 작용하여 응집 여부에 따라 구분하는 혈액형 분류법인데 응집되면 Rh(+), 안되면 Rh(-)라고 합니다. 이 방식에는 6가지 이상의 항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Rh-D항원으로 사람의 적혈구 표면에 Rh-D라는 항원이 있으면 Rh(+), 없으면 Rh(-)라고 합니다. 보통 Rh(-)인 유럽인은 약 100명 중 16명, 흑인은 7명 정도 되지만 동양인은 약 200명 중의 1명 꼴이어서 매우 드문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예전엔 가끔 Rh(-) 혈액형을 구한다는 자막이 방송 중에 나오기도 했었죠.

4. Rh(-) 여성이 Rh(+) 남성과 결혼해서 자녀를 나으면 위험하다?

Rh 음성 혈액형을 가진 여자가 Rh 양성인 남자와 결혼하여 Rh 양성인 아기를 임신하게 되면 출산 또는 유산할 때 아기 또는 태아의 혈액이 엄마 혈액속으로 일부 들어가서 (평소에는 태아의 피와 엄마의 피는 서로 섞이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없는 Rh(D) 항원에 노출되어 엄마는 Rh(D) 항원에 대한 항체인 anti-D를 만들게 되는데 이 항체가 이후 다시 Rh(D) 양성 아기를 갖게 되었을 때 태반을 건너가서 아기의 적혈구를 용혈시켜 신생아용혈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으나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아기의 적혈구를 용혈시킬 수 있는 항체를 만들 수 없게 예방하는 방법이 확실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임신 중반기(28주쯤)와 출산 또는 유산 직후 72시간이내에 Rh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으면 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Rh음성인 분들이 임신을 해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Rh음성인 여자가 Rh양성인 남자과 결혼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아산병원 혈액은행 설명)

5.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사실일까요?

혈액형 성격론은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서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국민의 약 70-80%가 상당히 또는 약간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는데요. 혈액형 성격론은 1927년 <심리학연구>라는 저널에 후루카와 다케지라는 학자의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라는 논문으로 시작되었고 1932년에 <혈액형과 기질>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는데 나치의 혈통 이데올로기를 소개한 내용이라서 세계2차대전 이후에 관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1971년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쓴 <혈액형 인간학>, 그리고 그녀의 아들 노미 도시타카가 쓴 <혈액형이 당신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가 인기를 끌면서 다시 부활을 하게 됩니다. 이 둘은 몇몇 통계를 근거로 들지만 과학적 근거는 찾아보기 힘든 이론입니다. 

오히려 혈액형 성격론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일본에서 실제로 문제가 된 “혈액형 차별” (부라하라) 같은 것입니다. 실제로 입사원서에 혈액형을 적도록 하고 혈액형으로 업무 적합성 같은 것을 예상하는 것인데요. 이런 것은 사회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이없는 일이 있었는데 2004년에 대전 농협중앙회가 사원공고를 내면서 O형과 B형만 지원해 달라는 단서를 달았었다고 합니다. A형과 AB형은 추진력이 없어서 업무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큰 비판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사실 페루나 마야인의 경우는 거의 100% O형 혈액형이고 가장 문제가 많다는 B형의 경우, 영국 프랑스에서는 7-8% 밖에 되지 않습니다. 예술가 기질이 많다는 B형이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 매우 적지요. 

(자료출처: 아산병원 혈액은행 홈페이지 캡쳐)



6. 서양에도 혈액형에 대한 잘못된 속설들이 있나요?

이러한 혈액형에 대한 속설은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서양에도 있습니다. A형은 심각한 숙취가 온다, O형은 치아가 완벽하다, A2형은 IQ가 제일 좋다 등입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한 것들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속설들은 쉽게 검증이 가능하지만 혈액형 성격론은 심리학적인 확증편향, 바넘효과 (보편적인 것을 자기 것으로 느끼는 현상), 자기실행적 예언 (예언을 듣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것), 인지부조화 등이 어우려져서 받아들이게 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7. AB형과 O형이 결혼해서 O형이 나온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AB형과 O형이 결혼해서 아주 드물게 O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의 AB형은 cis-AB형이라고 하는데요. 원래 A형 또는 B형 유전자는 따로 따로 각각 한 쪽 염색체(chromosome)에 위치하는데 cis-AB 유전자는 염색체에 A형과 B형 유전자가 몰려 있는 경우입니다. 언론에 보도되었던 A형 남성과 O형 여성 사이에서 AB형 혈액형이 나온 경우도 실제로는 A형 남성이 cis-AB형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적혈구 표면에 항원수가 적은 사람들은 weak A 또는 weak B 라고 하는데 이런 약한 A형 또는 B형은 O형으로 오인될 수도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아 보아야 정확한 혈액형을 알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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