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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을 들다 (2009, 박건용) ★★★☆

바이오매니아 2009. 7. 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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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의 무게를 들어버리자! ★★★☆  



이 영화, 상당히 작위적이다. 그런데 먹힌다.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사실 신파다. 스포츠로 사람들을 울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울리는 영화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휴지 한 통을 다 써버린 <접시꽃 당신> 이후에 이 정도로 대놓고 울리는 영화는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우생순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모두에게 거절당하고 혼자 봐서 다행이었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옆사람 신경쓰며 안우는 척 하느라고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실화라고 하는데, 큰 줄거리는 전혀 아니다. 그저 모티브 정도를 빌려오고 이것 저것 섞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영화의 모티브는 실제 한 역도 선수가 메달을 따고 울길래 사연을 들어보니 순천의 한 고등학교 코치님이 전국체전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다음 해에 돌아가신 이야기라지만 영화의 줄거리와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마지막 자막의 실화 이야기를 보기 전까지는 윤진희 선수의 이야기가 아닌가 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윤진희 선수의 이야기는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보다 더 극적이다. 



영화의 실제 모델같은 윤진희 선수

헤어스타일과 귀걸이도 비슷한 조안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88올림픽에서 왼팔 골절로 동메달을 딴 이지봉(이범수)은 골절 뿐만 아니라 심장 이상이라는 선고도 받는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거리의 삐끼 노릇을 하다가 전남 보성의 한 중학교 선생직을 제안받고 시골 아이들을 모아서 역도부를 창설한다. 역기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에 짓눌린 아이들이 역도부에 들어와 역도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기봉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그 중에는 부모도 없이 할머니와 살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갈 곳이 없는 영자(조안)도 있다. 아이들이 역도 선수로 거듭나려는 찰나에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기봉을 싫어하는 코치가 있는 고등학교에 학생들을 진학시키는데... (나머지는 직접 보시길... 예상하는 그대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다분히 윤진희 선수를 모델로 한 것 같은 영화의 주인공 조안은 이 영화에서 촌티 절절 흐르는 학생으로 나오는데 연기가 상당히 좋았다. 잘하면 상복도 따를 수 있을 듯하다. 그 외 역도부원으로 출연하는 조연들의 연기도 좋다. 특히 눈에 들어온 배우는 여순 역의 최문경과 가장 어려운 화장실 유머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 탤런트 전운씨의 손녀라는 전보미. 하지만 난데 없는 판소리로 분위기 확 깨는 이슬비도 인물 사진의 목을 뎅겅 뎅겅 잘라내는 이윤회도 좋았다. 이범수는 뭐 원래 뛰어난 배우니까 말 할 필요도 없고. 다만 전반적으로 전라도 사투리는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이었다. 박철민이 그리웠다. 잔재미도 있다. 지난 올림픽 역도 영웅 이배용, 전병관등이 출연한다.   

미래가 기대되는 조연들 (좌로부터 김민영, 이윤회, 전보미, 최문경, 이슬비) 사진출처: 씨네21



스포츠 영화보다는 성장영화에 가깝다. 하지만 꼭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도 이런 류의 성장 영화, 예를 들면 <스윙 걸스>나 <으랏차차 쓰모부> 같은 영화에 있을 법한 디테일, 즉 역도 이론이나 시합 등에 대한 묘사가 별로 없는 점은 조금 아쉽다. 적어도 인상이나 용상, 기본 자세, 전설의 역도 선수, 바벨의 무게 등등은 살짝 살짝 집어넣었어도 좋았을 텐데. 너무 스토리 위주로 그것도 touching story로 가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래도 관객들의 반응은 꽤 좋았고 흥행도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웰 메이드라고 하기에는 너무 직선적이지만 인간 승리, 스포츠의 감동, 적절한 웃음 등이 잘 버무려진 영화다. 게다가 요즘 처럼 울고 싶은데 뺨때리는 시절에는 더욱 더 먹힐 영화가 아닌가 싶다. 세상 모든 무거운 삶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영화다.
  
"내일 너희들이 들어올려할 무게는 너희들이 짊어지고온 무게들보단 훨씬 가벼울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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