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포스팅 "수입밀가루를 먹으면 쥐가 죽는다???"에 이어서 또다시 수입 밀가루(정확히는 수입한 밀로 국내에서 제분한 밀가루)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어느 게시판에서 수입밀가루는 농약 범벅이라서 건강에 안좋다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럼 실제로 수입 밀가루에서 농약이 검출된 적이 있을까요?
예, 있기는 있습니다. 1992년과 1993년의 일입니다. 인터넷을 뒤져보시면 3가지 자료가 나옵니다. 1992년 호주산 수입밀 사건, 1993년 2월의 미국산 수입밀 사건, 1993년 4월의 소비자보호원 검사결과입니다.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자료에 따르면 "1992년 10월 호주산 수입밀가루에서 살충 효과가 있는 농약성분인 "치오파네어트메틸"이 허용기준의 16배나 함유되어 10만 부대가 불법으로 유통되었던 사건이 있었고, 1993년 2월에는 미국산 수입밀 1만9백6톤(13억3천만원어치)에서는 그것이 허용기준치의 130배가 검출되는 사건"이 있었으며 그 이후 한국소비자시민모임이 "1993년 4월 국립보건원에 의뢰하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밀가루, 국수류, 빵류, 과자류 등 총 36개 제품에 대해 농약 잔류량 검사를 실시한 결과 "밀가루 12건, 국수류 11건, 빵류 5건, 과자류 3건, 기타 2건 등 33개 제품에서 농약이 검출된 것"에 대한 자료들이 검색될 것입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결과는 기준치 이하 검출이 대부분인데 자세한 자료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이러한 식품 안전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사후에 잘 정리해 놓은 것이 있는데 바로 "식품안전사고 위해물질 맵"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보면 "수입밀 농약오염 사건"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 놓았는데 그 좌표가 (-2,2)입니다. 즉 위해크기는 -2, 사회경제적 영향은 +2라는 뜻인데 위해크기가 -값이면 위해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즉 그 사건은 위해정도는 별로 없었는데 사회경제적으로는 영향을 조금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에는 뒷이야기들이 있는데 조금 더 사건들의 뒷 이야기를 해보죠. 먼저 1992년 허용기준치의 16배가 나왔다는 호주산 수입 밀사건은 밀가루에서 농약이 검출된 것이 아니라 수입한 밀에서 농약이 검출된 사건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 검사가 끝나기 전에 제분해서 그 밀로 만든 밀가루가 시중에 공급되어 버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밀가루에서 농약이 검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밀가루를 제조할 때에는 2회에 걸친 세척,1∼2일에 걸친 물에 불리는 과정, 다단계의 분쇄 과정 등을 거치기 때문에 밀에 농약이 있어도 제분과정에서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앞선 1992년 호주산 농약 밀 수입사건에 이어 1993년 2월 3일 미국산 수입밀에서 카벤다짐 6.617ppm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소위 미국산 수입밀 사건인데 이것도 수입밀가루가 아닌 수입밀의 사건입니다. 그런데 1993년 4월에 4개 제분회사가 부산검역소를 상대로 검사결과 불복 소송을 벌였고 이들 회사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잔류농약검사를 의뢰한 결과 불검출로 판명되어서 분석결과의 신뢰성 시비가 일기도 했습니다. 그 밀을 가지고 소비자보호원측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에서도 "지난 2월 미국에서 수입된 밀에서 허용치의 1백32배를 넘는 양이 검출돼 문제됐던 발암물질 티오파네이트메틸은 유통중인 밀가루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신문 1993-04-21 22면, Kinds 검색)고 하니까 실제로 밀가루가 농약범벅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밀가루에 농약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위의 한국소비자시민모임의 자료를 보면 기준치 이하의 농약성분은 미량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도 수입산 밀이나 수입산 밀로 도정한 밀가루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되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결과는 No 입니다. 아래의 시사인 기사를 보면 잘 나와 있습니다.
수입 밀가루의 문제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건 1993년이 마지막. 목포와 부산으로 들어온 미국·오스트레일리아 산 수입 밀가루에서 허용치의 132배에 달하는 농약이 검출된 사건이다. 그 이후 국회와 민간 차원에서 정부를 상대로 농약 잔류 검사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늘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 농민 출신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이 실시한 검사에서도 이상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정리하면
1) 외국산 수입 밀에서 농약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적은 2번 있다.
2) 하지만 그 두 번 중에서 한 번은 검출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3) 그 두 번 모두 문제가 된 밀을 제분하여 만든 밀가루에서는 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4) 그 이후로 밀가루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분석 장비는 그때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농약 검출은 거의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에 언젠가는 또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수입밀로 만든 밀가루라고 너무 걱정마시고 드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를 너무 괴물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참고로 일본에서는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에서 유기인계 살충제가 240ppb (=0.24ppm, 꼭 높여보이려고 단위를 통일하지 않아요!)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밀가루를 수입하는 것보다는 밀을 수입하는 것이 더 나은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 일본의 사건은 혹시 다른 뒷이야기가 없는지 궁금하네요.
하나더. 사실상 수입밀가루라는 말은 두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수입밀로 국내에서 만든 밀가루라는 의미가 있고 아예 외국에서 밀가루형태로 수입한 밀가루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밀가루형태로 수입하는 밀가루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보통 흔히 이야기하는 수입밀가루는 수입밀로 국내에서 제분한 밀가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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