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야기부터 좀 해볼까요? 오늘 모 게시판에서 본 링크를 따라가보니 오랜만에 서프에 들어가보게 되었는데 문재인 변호사님의 노무현 시민학교 강연녹취록이 있더군요. 거기에 있는 일부분입니다.

하는 김에 이 양반 얘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이 분이 참 '말'을 잘합니다. 그리고 그 '말' 때문에 시비도 많이 걸렸지요. 시비가 걸리면 대통령님도 속상하고 저희도 속상하고... 뭐, 품위가 없다, 깜이 아니다... 그런 말들. 근데 그런 식으로 비난하고 모욕을 가하는 것도 속상한데 더 속상한 것은 행사의 취지나 메세지 그런게 다 없어지는 것이죠. 지방혁신도시, 중소기업 방문 등에서 얘기한 정책, 취지는 오간데 없고 현장에서 보면 아무 문제 없는 말이거든요. 오히려 청중들과 일체감을 이루고 소통도 잘 되는 말 표현인데 그 다음날 시비가 되는 말만 영상이나 기사 잡아서 내 버리면 품위가 없다는 거죠. 언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아십니까? 말씀이 아주 잘 풀릴 때 그런 일이 발생합니다. 청중들이 반응이 좋고 분위기가 호응하고 그러면 저희들도 느껴져요. 그러면 더 신이 나서 대통령님도 호응하고 말이 빨라지고 그래서 분위기 좋고 풀리면 한편으로 저희들은 걱정이 됩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가급적 정치이야기는 안하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냐하면 제가 우리나라 언론에 나름 불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불만의 한가운데는 저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보도가 나오면 그 이야기의 맥락, 취지, 메세지 이런 것들 보다는 지엽적인 또는 비본질적인 "인상비평", "침소봉대", "엉뚱해석"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게 꼭 정치적인 뉴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10월 15일을 "세계 손씻기의 날"로 정해서 홍보가 시작된 것 같은데 미국에서 재미있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UC버클리의 Arthur Reingold 교수를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이 손씻기가 신종플루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이죠. 그 근거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손으로 만지는 것 보다는 감염자가 내뿜는 공기중 미세입자에 의해 확산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뉴스위크에 보도된 그 기사의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Hand-Washing Won’t Stop H1N1 (Newsweek) - 손씻기는 HIN1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보도를 인용해서 우리 언론들은 아래와 같은 기사들을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종플루, 손 씻어봐야 소용 없다? (조선일보)
물만 보면 손 씻으라더니…예방 효과 없다고? (SBS)
"손씻기, 신종플루 예방 효과 없다"(YTN)

얼핏 제목을 보면 비슷해 보이는 듯하지만 잘 보면  뉴스위크는 손씻기가 H1N1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뉘앙스인데 반해 국내 보도 제목들은 손씻기가 소용없다거나 예방효과가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지나치게 강하게 준다고 보여집니다. 그럼 기사내용은 어떨까요?

아서 레인골드(Arthur Reingold) UC버클리대 교수는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전염된다는 증거는 사실상 없고, 감염자에게서 나오는 극소량의 침을 통해 전염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아서 레인골드 UC버클리대 교수를 인용해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손을 통해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감염자가 내뿜는 미세한 침 방울을 들이켰을 때만 전염된다"는 것입니다. (SBS)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전염병학과의 아서 레인골드 교수는 손을 씻는 것이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레인골드 교수는 사람들이 손을 통해서보다 감염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미세한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공기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습니다. (YTN)

역시 매우 단정적이죠.윗 기사들에서 말하는 내용과 유사한 내용이 뉴스위크의 본문 속에 있기는 있습니다. 아래의 부분입니다.
That's because there is virtually no evidence that people can catch the influenza virus from germs that they pick up on their hands, according to Arthur Reingold, head of epidemiology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and codirector of the CDC-funded California Emerging Infections Program. Instead, humans are most likely to catch influenza by breathing in microscopic particles exhaled by infected people. (UC 버클리대학 역학자인 아서 레인골드에 따르면 손으로 집는 germs (병원체)로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람들이 획득한다(catch)는 실질적인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사람들은 감염자가 내뿜는 미세입자를 흡입함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역시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저뿐인가요? 뭔가 강조점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그렇다면 뉴스위크 원문 기사의 "메세지"는 과연 무엇일까요? 윗 기사 인용에 바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Reingold and other epidemiologists don't discount hand-washing as an important tool in public health: there is plenty of evidence that it prevents other nasty bugs, including the common cold, many respiratory infections, and viruses that cause diarrhea. (레인골드 및 다른 역학자들은 손씻기가 공중 보건에 있어서 중요한 방법임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일반 감기나 호흡기 감염,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더러운 미생물들을 손씻기가 막아준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But Reingold is bothered by the lack of science supporting the CDC's message, and he worries that the emphasis on a simple measure like hand-washing creates a false sense of security from H1N1 and tamps down the discussion of more difficult preventive measures. (하지만 레인골드는 CDC의 메세지(손씻기)를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의 부족을 걱정하고, 손씻기와 같은 단순한 대책을 강조함으로서 신종플루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만들고 좀 더 어려운 방지대책에 대한 토론을 틀어막을까 우려한다.)  (중략)

While Reingold admits he doesn't know if masks would reduce transmission of the virus, he hypothesizes that they're more likely to be helpful containing exposure to the airborne virus than hand-washing, and should not be so easily discounted. (얼굴 마스크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감소시킬지 아닐지 레인골드 교수도 모르지만 그는 공기중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막는데 손씻기보다는 더 유용할 것으로 생각하며 쉽게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중략)

Nevertheless, hand-washing is still your best defense against getting sick generally this fall—colds and other respiratory diseases are no fun, even if they don't sound as scary as swine flu. For that and other flu viruses, don't seek solutions at the sink: your best chance of avoiding H1N1 this fall is to get the vaccine once it becomes available.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씻기는 여전히 이번 가을 감기와 다른 호흡기 질병-돼지독감만큼 무섭지는 않더라도-을 막아주는 최선의 방어책이다. 신종플루나 다른 독감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싱크대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안된다. 이번 가을에 H1N1을 피하는 최선책은 백신을 맞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게 뉴스위크의 기사를 읽고 이 기사가 주는 메세지를 요약하라고 한다면 "손씻기가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 예방에 중요한 방법이지만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도 아닐 수 있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언론사 데스크라면 저 뉴스위크 기사를 인용 보도하는 제목으로 "손씻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도를 선택하겠습니다. 물론 자극적이지 않은 제목이라 클릭수가 적어지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SBS 보도는 제목은 좀 과격해 보여도 국내 전문가의 반론 등을 보도해서 나름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저 역시 세정제가 동날 정도의 손씻기 열풍이 약간 당혹스럽기는 합니다만 손씻기는 분명 우리 일상 생활에서 중요하게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확산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잘먹고 잘자고 운동도 하고 체력과 면역력도 기르고 손도 씻고 마스크도 착용하고 백신도 맞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또 어디론가 바이러스가 사람을 침입할 것입니다만 그때는 그게 자연과 함께사는 인생이겠거니 생각해야죠. 

세계손씻기의 날 (http://www.globalhandwashingda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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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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