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동안 외계에서 미생물을 발견한 것이 아니냐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그간 전 우주적으로 낚시를 많이 해온 NASA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것 아닐 것 같다고 짐작했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별것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래도 새롭고 중요한 발견이지만 사람들이 기대한 것에는 크게 못미치는 내용이더군요. 하긴 외계에서 물도 제대로 발견한 적이 없는데 (달표면 충돌시험에서만 탐색된 적이 있죠, 아마?) 생물체가 있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발견이겠죠. 이런 분야의 연구 분야를 astrobiology (우주생물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우주생물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주로 극한미생물 분야, 특히 무기물 대사 관련 연구자들이죠. 아무래도 외계는 우리 입장에선 극한 환경이니까요. (외계인 입장에선-외계인이 있다면- 우리보고 극한 환경에 사는 놈들이라고 하겠지만요) 

우스개 소리 하나 하자면 오늘 저희 실험실 선배 한 분이 말씀하시길 "인간도 비소를 먹고 사는데 비소 먹는 미생물 발견한 것 가지고 웬 난리냐!"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비소에 견디는 미생물들은 이미 학계에 여러번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생물은 비소 뿐만이 아니라 우라늄이나 텅스텐을 함유한 단백질들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번 제 미국 보스가 냈던 네이처 논문도 그런 금속이온을 가지고 있는 단백질들에 대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발견이 사이언스(논문제목:A Bacterium That Can Grow by Using Arsenic Instead of Phosphorus)에 실릴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보고와 의미가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단백질에 결합되는 수준이 아니라 DNA까지 구성한다는 것이니까요. 비소(As)는 아래 주기율표에서 보듯이 인(P)의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소위 질소족에 속하며 모두 5개의 전자가 원자의 가장 바깥 각을 돌고 있는 비슷한 성질의 원소죠. 물론 인은 비금속이고 비소는 준금속 물질입니다. 

예전엔 이걸 다 외웠었는데...ㅠㅠ (출처: wikipedia)



그런데 잘 알다시피 인은 DNA나 RNA 같은 핵산(뉴클레오타이드)를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족 원소인 비소는 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비소는 독소이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이언스 논문은 그것이 가능한 미생물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미생물(GFAJ-1)은 그 비소에 견디는 것을 넘어서 인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비소를 DNA에 끼워넣는(incorporation)시킨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태초에 유전물질인 DNA나 RNA가 있었다면 꼭 지금의 당+염기+인산으로 구성된 뉴클레오타이드가 아닌 다른 형태의 유전물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현실적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부터는 이 논문에 대해서 좀 비판적으로 보도록 하죠. 비소를 이용하는 미생물 GFAJ-1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모노 레이크라는 염호에서 발견된 균주입니다. 염호이기 때문에 호염성 극한미생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균주를 키울 때 1M NaCl 농도에서 키운다고 합니다. 극한미생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낮은 농도입니다. 그런데 이 균주는 유감스럽게도(?) Halomonadaceae과에 속하는 프로테오박테리움입니다. 일단 여기서 궁금증 하나, 아키아(고세균)이 아니라 박테리아? 라는 의문이 들죠. 물론 태초의 생물체가 꼭 고세균일 필요는 없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왜 균 이름이 GFAJ-1일까요? 속명, 종명이 다 없다면 완전히 새로운 균주일까요? 하지만 사이언스 논문의 Supporting Online Material을 보면 이 균은 거의 할로모나스(Halomonas) 균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을 저렇게 붙였을까요? 뭔가 완전히 새로운 균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아닐까요? 제가 직접 GFAJ-1의 16S rDNA sequence를 BLAST 돌렸더니 다른 Halomonas 균들의 16S rDNA sequence와 99 -100% identity를 보이더군요. 

왜 균 이름이 Halomonas sp. GFAJ-1이 아닐까??? (출처: http://www.sciencemag.org/content/suppl/2010/12/01/science.1197258.DC1/Wolfe-Simon-SOM.pdf)


물론 균주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이 세균이 태고시절의 미생물이라기 보다는 비소가 많은 환경에서 적응하는 능력을 갖도록 진화한 미생물로 보는 쪽이 더 나은 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진화란 현재와 다른 상황을 가정하고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태고적의 능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세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요. 정답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겠지요. 

자, 그렇다면 다른 Halomonas들도 비소를 인대신 사용할 수 있을까요? GFAJ-1은 뭔가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인을 넣지 않고 키웠지만 DNA에 비소 뿐만 아니라 인도 들어있었는데 이것도 더 밝혀야 하는 부분이죠. 아무튼 앞으로 여러가지 실험을 해볼 차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분명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임엔 틀림 없지만 왠지 외계생물체 어쩌고 했던 지난 며칠 간의 소동을 생각하면 낚였다는 느낌도 듭니다. (예전에 우스개로 나사 NASA 는 낚는 사람들의 준말이냐고 했었죠.) 이참에 저도 우주생물학쪽으로 방향전환을 해볼까요? (극한미생물연구회를 우주생물학연구회로???^^)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