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승 교수(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한 늙은 애연가가 말했다.
“내가 담배로 허공에 날린 돈을 다 모으면 외제차 한 대는 샀을 텐데……”
그 옆의 친구가 말했다.
“그럼 담배도 안 피운 나는 뭔가?”
외제차 한 대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60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고 모으거나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된다. 계산상으로는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것 몇 가지를 없애면 외제차나 지방의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살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러고 살아야 하는가이다.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과학 이야기하는 블로그에서 갑자기 무슨 소리하는 건가. 이런 문제는 과학 분야에도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재원은 한정적이다.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여럿의 관심사다. 당장 앞으로 10년을 먹여 살릴 분야를 찾아낼 것인지, 장기적으로 기초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강바닥을 팔 것인지, 우리는 한정된 재원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문제는 누군가에게 매우 적절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적절하지 않다는데 있다. 역시 가치의 충돌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다. 2008년 대한민국 첫 우주인이 탄생했을 때를 기억해보자. 우리도 우주인을 갖게 되었다는 자랑거리와 18가지 우주 실험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반면 이소연 박사가 과연 우주인인가서부터 200억짜리 우주 관광이라는 비아냥까지 부정적 의견들도 상당히 많았다. 우주인 사업은 원래 이벤트성이었다고 치자. (나는 이벤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천억 예산이 들어갔다는 나로호 발사 실패의 경우에도 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돈만 퍼붓고 신약이라고 나온게 뭐가 있냐는 비판은 또 어떤가? (잘 찾아보면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약이 10여개 있다.)
(출처: 약업신문, http://www.yakup.com/news/index.html?mode=view&nid=134844)
과학기술계 안에서 이런 사례들을 꼽아보면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과제가 실패했을 때는 그런 지적이 더 많아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들어가는 돈에 비해 나오는 것이 없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 분야가 소위 “바이오”분야다.그래서 실용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 어떤 관계자가 “우리는 바이오는 안한다.”라고 말했다는 미확인 카더라 통신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도 돈이 안된다고 또는 안되는데도 주목받는(때로는 욕을 먹는) 분야가 있으니 그게 바로 NASA가 주도하는 우주과학 분야이다. 물론 NASA라는 조직을 단순히 외계 탐사 우주선을 보내는 곳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NASA는 물리, 화학, 천문, 대기과학, 생뭏학 등 여러 가지 현대 과학의 최첨단이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계에서 NASA의 역할은 대선 공약에도 언제나 등장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지난 대선에서도 매케인의 3천만불짜리 무인 달탐사선계획과 오바마의 NASA 개혁방안이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총애를 받으면 질시가 따르는 법. NASA에 맞는 적절한 예산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2011년 나사의 예산은 190억불, 우리 돈으로 21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총예산은 2011년 3조7천억원 수준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과학기술 공약을 비교한 ScienceDebate.com )
다양한 NASA의 연구분야 중에서 특히 돈도 안되고 결과도 별로 없는 연구 분야가 있는데 바로 우주생물학(Astrobiology, 예전엔 exobiology) 분야이다. 우주생물학은 지구 밖의 생명체의 기원, 진화, 생물 분포 등을 연구하는 분야인데 바로 작년 연말에 비소 먹는 박테리아를 발견해서 외계인 찾았다고 우주적 낚시(?)를 한 바로 그 그룹이다. 우주 생물을 발견해야 그 기원, 진화 등을 연구할 텐데 아직까지는 생물체는커녕 그 가능성 자체도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ET가 지구에 온다면 당장 흰 우주복 비슷한 옷을 입고 당신의 집에 떼로 몰려들지 모를 사람들이다.
"꼬마야, ET가 비소를 먹더냐? "글쎄요, 맥주는 마시던데"
비소를 대사하는 수준이 아니라 DNA를 만드는데 이용하는 박테리아 GFAJ-1가 보고된 지 1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 과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은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특히 GFAJ-1라고 명명된 박테리아가 기존에 잘 알려진 세균과 계통분류학상으로 거의 같은 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별로 새롭지도 않은 세균에게, 이번 연구를 수행한 펠리사 울프-사이먼 (Felisa Wolfe-Simon) 박사에게 직업을 달라 (Get Felisa A Job)는 의미의 이름을 붙힌 데에는 왠지 이런 연구를 해서 직업을 구하려면 이 정도 논문은 써야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돈 안 되는 연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하지만 아예 우주생물학은 꿈도 못 꾸는 우리나라 과학자 눈에는 저들이 부럽다. 저들 중에 누군가는 여전히 “우주생물 흔적 찾아서 뭐하게?”라는 질문을 던지겠지만 우주생물학과 같은 분야를 통해 꿈과 상상력을 키워가는 분위기가 부럽다. 물론 무상급식이냐 우주생물학이냐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무상급식을 선택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