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점점 말이 너무 험악해져 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문 사설이나 컬럼을 봐도 그렇고 오늘 본 어느 기사 제목을 보니까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살인' 햄버거, 피자, 스낵..유명 제품에 나트륨 '범벅' 이라는 기사입니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았더니 어느새 만인의 공적이 되어버린 서구식 음식인 햄버거, 피자 등에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다는 기사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살인 햄버거는 좀 심하지 않습니까? 이런 기사는 소비자운동 하는 분들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것입니다.

자, 그럼 살인 햄버거와 피자에는 얼마만큼의 나트륨이 들어있을까요?

“햄버거 1개(150g)에는 나트륨이 659㎎, 피자 1조각(200g)에는 845㎎, 스낵과자류는 제품별로 제조사에서 제시한 1회 분량(6~100g)에 35~1천40㎎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 기사를 본 제 느낌은 이겁니다. 겨우 그거 가지고?

그러면 우리나라 식단의 나트륨 함량은 얼마인지 살펴보아야지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좋은 자료를 이미 낸 바 있습니다. (식약청 사이트에 이런 주옥 같은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때로는 조금 안타깝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나에 나트륨 659mg이 함유된 햄버거가 살인 햄버거라면 우리나라 음식 대부분이 살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칼국수는 나트륨의 황제입니다. 게다가 김치 10조각이랑 같이 먹으면? 가뿐하게 WHO 권장량의 거의 두 배를 먹어버리게 되지요. 많은 분들이 라면이 유해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갖고 계신데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라면의 가장 큰 문제점도 바로 이 나트륨 함량입니다. 화학조미료의 대명사 MSG (Monosodium glutamate)의 문제도 바로 이 나트륨이 문제죠.

원자번호 11번인 나트륨(Na)은 영어로 sodium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양이온 형태로 존재하고 모든 체액에 들어있으며 우리 몸에 너무나 중요한 미네랄 영양소입니다. 하지만 나트륨이 부족할 염려는 별로 없고 요즘엔 대부분 나트륨이 과한 것이 문제가 됩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약 4,900mg이라고 하니까 WHO 기준의 2.5배 가량이 됩니다.

나트륨을 섭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바로 소금(NaCl, sodium chloride)입니다. 소금 1g에는 약 400mg (정확하게는 소금의 분자량=58.5, 나트륨의 원자량=23 이므로 393.2mg)의 나트륨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4,900mg이라고 한다면 소금으로는 약 12.5g을 섭취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트륨을 주로 소금이 들어간 김치를 통해 섭취합니다. 전체의 약 30%이므로 하루에 김치로 섭취하는 나트륨량이 무려 1470mg이 되는군요. 그렇다고 우리가 김치를 살인 김치라고 부를 수는 없겠죠.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역시 과량으로 섭취하면 나쁜 법이라 나트륨을 과다 섭취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혈압입니다. 특히 salt-sensitive hypertension (소금에 민감한 고혈압) 환자의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옥수수수염차 논란으로 본 칼륨 포스트에도 썼지만 우리 몸에서 나트륨과 길항작용을 하는 것은 바로 칼륨 (포타슘)입니다. 세포에서 세 분자 나트륨 이온이 빠져나가면 그 카운터파트로 두 분자의 칼륨 이온이 들어옵니다.


가끔 제게 뭘 먹어야 좋은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대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1) 조금 적게 먹고
2) 골고루 먹고
3) 먹은 것 보다 조금 더 움직이시라구요.
(물론 환자의 경우엔 조금 다릅니다.)

당연히 나트륨 섭취량은 줄여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한두가지 식품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것 보다는 역시 골고루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김치에 나트륨 함량이 많지만 다른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매끼니 라면만 먹으면 건강에 안좋지만 1주일에 한 두번은 거의 문제가 없습니다. 그건 밥이나 빵도 마찬가지 입니다. 국물에 소금이 많다고 국물에 물을 부어 두 배로 희석해서 먹으라고 하시는 의사선생님을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맛없는 인생보다는 차라리 국물있는 음식을 좀 덜 먹는 편이 나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먹거리에 신경을 쓰다가 정신 건강마저 해칠까봐 걱정이 되는 것은 기우이겠지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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