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우도, 저도 좋아하는 꿀
Q) 꿀이 정말 몸에 좋을까요?흔히 건강의 3적 어쩌고 해서 3백식품, 백설탕, 흰쌀밥, 흰조미료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뭐 그렇게 일리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리 없는 이야기도 아니구요. 어제 꽃새우를 파는 한 식당에 갔더니 꽃새우에는 글루탐산이 많아서 뭐가 좋고 뭐 이렇게 광고를 써 놓았더군요. 그게 바로 미원 (조미료)인데…
A) 예, 좋습니다. 적당히 먹으면 그렇죠.
Q) 얼마만큼 좋은가요?
A) 확실한 것은 흑설탕 정도, 또는 그보다 (약간 또는 많이) 더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Q) 아니 겨우 설탕 정도라니, 게다가 설탕이 몸에 좋다구요?
A) 예, 설탕도 몸에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Q) 그럼 꿀은 좋기만 하고 나쁘지는 않은가요?
A) 아니요, 설탕이 나쁘다면 꿀도 나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꿀이 몸에 좋은 12가지 이유라는 포스팅을 읽었는데, 사실 저 내용은 과장이 많습니다. 벌꿀이 미생물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도 아마 당장(糖藏, 당에다가 담그는 효과)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금에 담그는 염장뿐만이 아니라 설탕에 담그는 당장도 미생물 억제방법의 하나입니다. 뭐 항균효과에 대한 논문이 몇 편 있기는 있는데, 실험방법들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벌꿀 항균효과의 control로는 고농도 설탕을 써야하는데 말입니다. 유산균 증식을 높인다는 것도 별로 타당성이 높지 않아 보이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도 설탕과 큰 차이가 없구요.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꿀과 설탕의 주요한 차이점은 한 세가지 정도입니다.
1) 꿀은 물이 있고 설탕은 없다는 점,
2) 꿀에는 미네랄이나 비타민이 있고 설탕에는 없다는 점,
3) 설탕은 sucrose라는 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꿀에는 포도당과 과당이 약 5:6 정도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1)은 뭐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3)번도 사실 큰 차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왜냐하면 설탕의 구성성분 sucrose는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결합된 물질이기 때문에 실제로 당의 조성 측면에서는 꿀이 설탕보다 과당의 함량이 약간 높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불만제로인가에서 벌에게 설탕물을 먹여서 만든 가짜(?) 꿀에 대한 보도가 나왔었는데 그 분들이야말로 과학자들입니다. 설탕을 분해하면 당의 조성이 꿀과 거의 유사하게 되니까요.
보통 설탕이 단순당(2당)이라서 혈당을 금방 높이고 어쩌고 해서 나쁘다고 하는데 꿀의 당은 설탕보다 더 단순당(단당)이라는 것이죠. 최근에는 과당을 감미료로 많이 사용하는데 꿀의 조성은 거의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와 유사합니다. 그러므로 설탕이 나쁘다면 꿀도 나쁠 수 있겠지요. 대신 꿀이 흡수가 빨라서 원기회복에 좋다면 설탕도 좋을 것이구요. (괜히 농사짓는 분들이 설탕물 타 드시는 것이 아닙니다.)
자, 그럼 가장 큰 차이는 미네랄이나 비타민등의 미량성분에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꿀에는 그런 미네랄이나 비타민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꿀의 nutrition fact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wiki에 나온 것을 보시면 과연 꿀의 미네랄이 얼마나 좋은 역할을 할 것인지 조금은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흑설탕의 성분표 (wiki 캡쳐) 일반 꿀의 성분표 (wiki 캡쳐)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마찬가지로 꿀 속의 비타민C 함량은 극히 미량입니다. 저 표는 꿀 100g 속의 성분값입니다. 보통 우리가 한번에 먹는 양은 한 20g 내외이지요. 그런데 100그램을 먹어도 하루 섭취해야 하는 최소량의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다른 미량원소들의 daily value도 거의 하루 권장량의 3%내외입니다. 그러므로 꿀의 비타민C 덕분에 뭐가 좋고, 비타민B가 많이 들어있고 과장에 가깝습니다. 이 값을 흑설탕이랑 비교하면 차라리 흑설탕에 미네랄은 더 많습니다. 비타민은 약간 적지만 그게 그것이구요. 그러므로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갖가지 고른 반찬으로 보충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꿀은 다양한 방식으로 채취되기 때문에 어떤 꿀에는 특정 성분이나 비타민이 위의 표보다 더 많이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꿀을 사기 전에 저 성분표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나오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모르는 미량의 성분이 좋은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반론이 제기되곤 하지요. 아니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왔던 꿀의 효능, 이런 이야기도 있구요. 저 역시 무슨 성분지상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있지만 지금 현재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수 있는 것”과 “그런 것”은 차이가 크고 믿음의 문제가 결부되는, 과학의 영역을 좀 더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 꿀에 대한 더 많은 연구들을 통해 “그럴 수 있는”이 아니라 “그런” 유효성분들이 좀 더 많이 발견되기를 기대해봅니다.
PS. 참고로 최근에 상처치료용 꿀 제품이 나왔다고 합니다. Medical-Grade Honey라고 하는데 상표명은 Revamil 이고 생산 회사는 Bfactory라는 네덜란드 회사인가 봅니다. 논문도 있으니까 한 번 보시고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그런데 홈페이지 참 부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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