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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필독서,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Naturally Dangerous)

바이오매니아 2008. 10.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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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의 공포가 휩쓸고 간 자리를 환경호르몬의 공포가 또 즈려밟고 지나가는가 싶더니, 광우병 때문에 놀란 가슴에 멜라민이 습격해 들어오는 형국입니다. 인류에게 있어서 이만큼 물질적 풍요가 있었던가 싶은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다며 아우성치는 이 때에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답이 있겠지만 저는 분별력이 아주 중요한 답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책은 바로 그 분별력을 갖도록 도와주고 왜 분별력을 가져야 하는지 설득력있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Naturally Dangerous)>, "자연적으로 위험한"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는 중요한 몇가지를 깨닫게 합니다. 일단 제목에서 보는 그대로, "천연"이라고 해서 다 안전하고 좋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 주위에서 천연 식품과 좋은 식품을 동등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반대로 인공, 합성 이런 접두사가 붙으면 무조건 싫어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저자는 학자답게 그 논리를 하나 하나 예를 들어가며 혁파해 나갑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어떤 물질이나 장점이 있으면 또한 단점도 있다는 것이죠.

위의 말이 식품이나 의약에서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말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무시되곤 합니다. 그러다보면 나트륨은 나쁘고, 설탕도 나쁘고, 지방도 나쁘고, 항생제도 나쁘고 백신도 나쁘고 등등 반쯤만 진리인 논설들이 여기저기 설치게 됩니다. 하지만 나트륨이나 지방성분 없이 사람은 살 수가 없습니다. 항생제, 백신이 없던 시대가 궁금하면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 형제 중에서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신 분들이 몇분인지 물어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그 양이 적당한가일 뿐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콜만은 스탠포드 대학 화학과 교수로 노벨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한 사람이라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콜만은 National Academy of Science (NAS, 미국과학학술원)의 회원일 정도로 유명한 학자이지만 그렇게 유명한 학자임에도 그는 대중과 소통하는 몇 안되는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과학자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과학자집단쪽에서도, 대중쪽에서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가끔 과학을 조금만 공부한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당연한 내용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의 제 1차적인 책임은 과학자들에게 있겠지요. 보통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결과의 한쪽 면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소비자들에게 잘못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연구논문은 보통 현재까지의 결과 (results)만을 보고하는 것이지만, 그 연구 목적을 이야기하다가 그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의 최종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희망이 너무 강조되면 거두절미, 침소봉대되어 뜻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언론을 통해서 잘못 알려지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조악한 예를 들어 보자면 설탕때문에 소아당뇨를 걱정하는 부모가 자기 아이에게 손수 만든 떡에다 꿀을 발라 먹이는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설탕이 혈당을 더 높이는지 떡과 꿀이 혈당을 더 높이는 지는 명확한 것인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잘못된 정보와 이해, 그리고 대중적 선동에 대해 용감하게 나선 이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콜만입니다.

그의 책 맨 마지막에는 그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연적인 것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뿌리 깊은 환상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들이 갖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심은 잘못된 정보와 이해, 그리고 과학적 선동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100% 좋거나 100% 나쁜 물질은 없다. 어떤 물질이든 언제나 효용성과 위험성을 비교하고 분석해 봐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우리 삶은 온갖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단지 어떤 위험한 요인을 덜 위험한 요인으로 대체해 나갈 뿐이다. 예를 들어 살충제에 노출되는 것은 항생제를 먹는 것보다는 위험하지만 핵발전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위험하다. (p195-196)   


하지만 이 책의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여러가지 오타나 몇가지 오류(?)들이 눈에 띈다는 것입니다. 생각나는 것만 몇가지 들어보면,

포도당, 즉 포도당이다. --> 글루코스 즉 포도당이다. (p26)
과당이 풍부한 옥수수시럽 --> 고과당 옥수수 시럽 (HFCS) (p27)
포도당과 과당 --> 포도당과 갈락토스 (p29)
글루틴 --> 글루텐 (p31)
글루탐산 소듐 --> 글루탐산나트륨 (p44)
쌀을 증류시켜 만드는 청주 (원문이 잘못일 수도 있슴. 청주는 증류주가 아님) (p60)
뇌졸증 --> 뇌졸중 (p97)
폴산 (잎산) --> 폴산 (엽산) (p103외)
균 이름을 이탤릭으로 하지 않은 부분들 (p135, p140 외)
인간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을 연료로 바꾸어 --> 에탄올은 단백질이 아닌 탄수화물로 만듬 (p229)



등등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슈가 블루스>와 같은 책보다는 훨씬 더 균형잡히고 과학적 내용이 충실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제임스 콜만 교수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네요. (아래의 배너를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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