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재미있는 뉴스가 보고되었습니다. "영국 더럼 대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 인스턴트 커피를 하루 7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하루 한 잔만 마시는 사람보다 환영이나 환청에 시달릴 가능성이 3배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입니다. 뭐 카페인이 약한 각성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섭취를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기사 소스가 BBC더군요. 그렇다면 BBC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아니면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한 것인지, 아니면 논문을 소개한 것인지 모호해 집니다. 혹자는 정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연구 내용에 대한 credibility를 놓고 보자면 "논문>>>>>>(넘사벽)>>>>> 연구발표 > 방송프로그램" 이니까요. 물론 논문이라고 다 맞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논문의 형태로 발표가 된다면 신중하게 들여다 볼 필요는 있는 것이죠.
그래서 원래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Visions link' to coffee intake"라는 기사가 BBC 웹사이트에서 검색되더군요. 이번 연구에 대한 내용은 뭐 대동소이합니다만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세번째 문단에서 "However, academics say the findings do not prove a "causal link" (하지만 학자들은 이 발견이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라고 이 연구 내용이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붙인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커피 많이 마시면 환각증세 위험!"이라는 제목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BBC의 기사에서 처럼 link (연관관계) 일 뿐입니다.
그리고 BBC의 기사에는 커피 관련 업계나 학계의 반응이 잘 나와 있습니다. "Dr Euan Paul, of the British Coffee Association, stressed the study only focused on people with a very high caffeine intake. (영국 커피협회의 유안 폴 박사는 이번 연구가 오로지 카페인을 지나치게 과다 섭취하는 사람에게만 촛점을 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을 강조했다) "
또한 최근의 연구 동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Recent research has linked high caffeine intake among pregnant women to miscarriage or low birth weight. Other studies suggested it could help prevent skin cancer, reduce nerve damage associated with multiple sclerosis, or cause problems for diabetes sufferers. (최근의 연구는 임산부들의 고카페인 섭취와 유산 또는 저체중아 출산이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연구들은 카페인이 피부암을 예방하고 다양한 동맥경화증 위험을 감소시키기도 하며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주변 이야기도 잘 해주는 것이 좋지 않나요?
그런데 BBC에도 이 연구가 논문으로 나온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것 하나가 좀 아쉽더군요. 그래서 다른 기사를 찾아봤더니 The Herald에 Think you’ve seen a ghost? Coffee may be to blame 이라는 기사가 있더군요. 그 기사 말미에서 이 연구의 출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The study, funded by the Economic and Social Research Council and Medical Research Council, is published in the journal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아예 펀딩받은 단체의 이름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저널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았더니 조만간 나올 논문 (articles in print)에 이 기사의 연구가 수록된 논문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Caffeine, stress, and proneness to psychosis-like experiences: A preliminary investigation"입니다.
역시 The Herald의 기사에도 이 연구의 의의에 대한 과장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However, co-author Dr Charles Fernyhough pointed out that the study only showed an association between caffeine intake and hallucinations, not a causal link." (그러나 공동저자인 찰스 퍼나이휴 박사는 이 연구는 단지 카페인 섭취와 환각증세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동저자인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다니 새롭습니다.
아무튼 이 내용을 보면서 과학기사에서 적어도 몇가지 꼭 있으면 좋을 요소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1) 기사의 원소스, 특히 논문/연구발표 등의 여부
2) 연구 내용에 대한 주변 이야기
3) 연구의 의의나 평가
4) 반론이나 지금까지의 반대되는 주장들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학 기사야말로 (미네르바 수준의) 허위사실 유포가 가장 많은 곳 아니겠습니까? 물론 저는 과학기자님들의 글이나 미네르바의 글이 허위사실유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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