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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

바이오매니아 2009. 1. 2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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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자평: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자 맞지?)  ★★★★


작년 연말 씨네21에서 "2008년 올해의 영화"에 선정되었거나 후보에 올랐던 영화들을 요즘 골라 보고 있다.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이하 다찌마와 리)는 김혜리가 5위, 송효정이 3위, 주성철이 3위로 꼽았다.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이 영화 유쾌하다. 비록 올해의 영화로 많은 표를 받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홍콩 키드" 류승완 감독이 또 하나의 문제작(?)을 만들었다. 간만에 영화를 보다가 눈물나게 웃었다(특히 진상8호의 죽음에서). 물론 이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왔다는 관객들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 영화 그래도 유쾌하다.

내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류승완은 초기의 누와르 풍의 작품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이후  작품들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킬 빌>과 버금가게 느껴졌던 충청도 느와르 <짝패>도 그랬고, 이번 작품 <다찌마와 리>도 그렇다. 어떤 예술에 대한 부담감을 털고 자유롭게 펄펄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쌍팔년도 이전 우리나라 쌈질 무비에 대한 헌정판인 <다찌마와 리>라니, 이 어찌 류승완의 독무대가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다찌마와 리>가 그저 과거 한국-홍콩 주먹질 영화의 패러디나 유치찬란한 대사의 재탕에 불과했다면 이 영화는 <못말리는 람보>와 <에드 우드>의 부조화한 믹스업에 불과할 수 있었겠으나 류승환의 똑똑함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유머와 웃음을 생산해 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국어 가지고 장난치는(?) 방식인데, 말도 안되는 일본어나 영어에 심각한 자막을 입히는 것이다. 특히 다마네기 역을 연기한 김수현의 일본어 대사 순발력은 놀랍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중국어는 별로였다)          

일본어를 조금만 알면 더 크게 웃을 수 있었던 그 장면


사실 이러한 장면도 어찌보면 새로운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에 외국 영화에 출연한 한국배우들은 한국어 대사를 해야 할 때에 아무말이나 되는대로 지껄인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위 영화는 Kentucky Fried Movie라는 코미디 영화의 용쟁호투 패러디인 Fistful of Yen의 한 장면인데 실제로 극중 한국인 배우 한봉수씨에게 아무말이나 한국대사를 하라는 지시에 따라 별로 의미도 없는 한국어 대사를 하는 장면이다. 뭐 어차피 아무도 못알아 듣는 거니까... Youtube에 가면 Fistful of Yen 시리즈가 있는데 Fistful of Yen  4 of 5에 가면 고함치는 장면에서 "김치, 짜장면" 이런 대사도 나온다.) 

(유투브 동영상이 저작권 때문에 안나와서 다른 동영상으로 교체합니다. 30초부터 그 명대사가...)

게다가 더욱 사람을 뒤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은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불법 다운로드 영화 자막 번역 장면. 처음엔 이거 뭐야, 하다가 영화 중간에 한 번 더 나오는 것을 보고 (보통 불법 영화는 700메가짜리 두 편으로 만드니까?) 그야말로 꽈당(!)이었다. 예전에 류승완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무슨 대담인가를 하다가 해외의 명작이나 구하기 어려운 영화들도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아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과감하게 자기 영화에 불법다운로드 패러디를 집어 넣다니, 류승완 감독 알고 보면 대인배다.   

극단 목화가 배출한 걸출한 배우 임원희가 없었으면 <다찌마와 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심각할 때 웃겨주고, 웃기는데 본인은 심각한 이런 역을 소화해낼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그 느끼하면서 깔리는 목소리는 또 어떤가! 너무 배우-인물 동일시 현상이 강해서 앞으로 연기생활에 장애가 될까봐 걱정스러울 정도다. 

용평 알프스에서 코트 썰매를 타면서도 느껴지는 저 포스는 뭥미?


실제는 이렇게 찍었다고 한다. 재미있었을까?


물론 앞으로 다시 이런 영화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뭐 남기남 감독의 전기영화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몰라도. 하지만 작년 여름에 맞붙었던 놈놈놈의 7분의 1도 안되는 예산을 가지고 만주, 스위스, 미국, 일본, 한국을 오간 것과 같은 영화를 이정도로 뽑아낸 감독의 역량과 제작진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류승완 감독의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류승완은 꼭 봐야되는 감독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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