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이 화이트데이입니다. 화이트 데이는 일본에서 시작된 날인데다 상업적인 의도가 많은 날이라서 조금 기분이 나쁘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사탕, 달콤한 유혹

과거 사탕은 전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식품이었습니다. 배고팠던 시절, 드롭프스나 캬라멜, 눈깔 사탕 하나 빨아먹는 것 만으로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지요. 또한 어디를 놀러가면 손에 하나 들어야 하는 솜사탕도 있었고 두 번 보기 괴로운 영화 <박하사탕>에서도 사탕은 주인공 영호가 공단 야학에서 간 야유회에서 첫사랑 순임에게 받은 선물로서 순수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녀시대가 <키싱 유>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사탕을 들고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사탕은 달콤함, 동심, 순수 등을 생각나게 하는 아이콘이었고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주는 것도 그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녀들의 사탕



2. 엄마들에게는 공공의 적, 사탕
 
하지만 현재 사탕은 많은 부모님들에게 “공공의 적”입니다. 가끔 길에서나 열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에게 사탕 하나 주시려고 해도 막는 아이들 부모님을 보기도 할 정도지요. 

원래 사탕이라는 식품은 설탕 액을 농축하여 고체화시킨 것으로서 거기에 다양한 향료나 과일 즙 등을 넣어서 만듭니다.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 설탕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설탕으로 만든 사탕에 대해서도 부모님들이 매우 민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엔 소아 비만이나 소아 당뇨 같이 과거에는 없었던 질병들이 늘어나는데 이것도 사탕이나 설탕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많이 받았지요. 

3. 사탕을 먹으면 오래 산다?

1998년에 British medical Journal에 재미있는 또는 논쟁적인 논문[각주:1]이 하버드 의대 연구진에 의해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은 1916부터 1950년까지 하버드에 입학한 동창생 중에서 심혈관 질환이나 암에 걸리지 않은 7,841명을 조사한 결과인데요. 1988년 건강 조사에서 캔디를 전혀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과 나머지 캔디를 먹는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캔디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의 사망자가 캔디를 먹는 사람보다 더 많았고 사탕을 먹는 사람의 수명이 약 0.92년 더 길다는 내용입니다.    

4. 그렇다고 캔디를 먹으면 오래 산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물론입니다. 언제나 이런 종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매우 주의 깊게 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데요. 특히 인과관계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밥을 빨리먹으면 비만해진다는 연구가 많이 있지만 실제로 동량의 칼로리를 단지 빨리 먹고 천천히 먹는다고 한다면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즉 빨리 먹는다는 속도와 비만은 상관관계일 뿐이고 빨리 먹기 때문에 과식을 한다는 것이 비만과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이지요.  

또 다른 한 예로 아카데미상 후보와 수상자 중에 누가 더 오래 사는가[각주:2] 같은 것이 그렇죠. 만일 아카데미 수상자가 더 오래 산다면 성취감과 마음의 평화가 그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고 후보가 더 오래 산다면 아카데미상을 받기 위해 삶의 목표가 더 확실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런 것은 해석의 개연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확정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죠.

사탕과 수명과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그 논문을 잘 들여다보면 사탕을 먹느냐 안먹느냐로 나누면 먹는 사람들의 수명이 약간 더 긴 것으로 나왔지만 오히려 사탕을 가장 많이 먹은 그룹과 사탕을 전혀 먹지 않은 그룹의 기대 수명은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탕을 먹지 않은 사람들은 담배를 약간 더 피우고 술도 조금 더 마시는 것으로 조사되었지요. 그래서 그 논문의 마지막 문장은 “moderation seems to be paramount.(중용이 최고인 듯하다)”입니다.  

5. 그런데 사탕의 주성분인 설탕이 건강에 안좋다는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그렇습니다. 제가 어느 방송에서 보니까 설탕은 백해무익하다는 이야기까지 하던데요. 건강을 해치는 3백식품 (백설탕, 밀가루, 조미료)에도 들어가구요. 하지만 사실 설탕만큼 억울한 식품도 많지 않습니다.

6. 왜 설탕이 억울한가요?

실제로 설탕이 받고 있는 대부분의 혐의는 (설탕 그 자체로는) 무혐의로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설탕의 성분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꿀의 성분이나 고과당옥수수시럽(HFCS)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꿀은 영양제로 값비싼 대접을 받는데 비해 설탕은 만악의 근원으로 대접을 받고 있지요. 

설탕이 단순당이라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린다고 하지만 실제로 설탕도 다른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장에서 분해가 되어야지 흡수가 되며 분해가 되었을 때 포도당에 비해 과당은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혈당을 그렇게 높이지 않습니다. 순수한 포도당을 100으로 보았을 때 설탕은 64정도이고 꿀이 62입니다. 그에 비해 설탕대체물질이라는 물엿의 주성분인 맥아당은 105나 되고 떡도 80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소아 당뇨가 걱정되어서 떡에다가 조청이나 물엿을 찍어 먹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


그리고 설탕과 비만과의 관계를 봐도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각주:3]이 제일 높은 나라는 브라질(미국의 두 배)이고, 호주, 태국, 남아공 등도 미국보다 소비량이 많지만 비만은 미국이 훨씬 더 심합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순하게 1인당 설탕 소비량과 비만과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말입니다. (물론  대략적으로 설탕 소비가 많은 나라일 수록 비만의 비율도 높다는 데이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설탕을 먹으면 금단현상을 보인다거나 중독현상을 보인다는 것도 사실은 탄수화물 중독에 가깝지 설탕중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7. 하지만 설탕을 많이 먹으면 분명 나쁘지 않나요?

물론입니다. 설탕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충치입니다. 설탕섭취와 충치는 인과관계가 명확한 편이구요. 그 다음에는 열량의 과잉입니다. 보통 밥 한공기의 칼로리가 300 kcal 정도인데 실제로 밥에는 수분이 많아서 그렇지 마른 쌀의 양은 얼마되지 않지요. 하지만 설탕은 수분이 없이 먹기 때문에 실제로 양이 적게 보여도 칼로리는 꽤 높습니다. 

또한 가공식품에 알게 모르게 들어간 설탕의 양이 꽤 많은데 특히 탄산음료 속에 설탕이 꽤 많이 들어가죠. 보통 패스트푸드 점의 콜라 한 잔에 30g이 넘는 설탕이 들어갑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영양섭취 가이드라인[각주:4]이 있는데 당류를 통해 섭취하는 열량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걸 무게로 환산하면 당류를 하루에 약 32그램에서 72그램 정도로 제한하라는 것인데 패스트 푸드점의 레귤러 사이즈 콜라 한 두 잔이면 사실 거의 하루 섭취 당류를 섭취하는 셈이죠. 

또한 지나친 과당의 섭취가 비만과 관련된다는 관심도 요즘 증대되고 있습니다. 과당은 능동수송이 아니라 facilitated diffusion이라서 흡수가 잘 안되고 과일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몸에 좋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최근에 과당은 간에서 대사가 안되면 막바로 지방 합성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지나친 과당의 섭취는 비만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8. 결국 설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현대 식생활이 과다하게 설탕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충치를 제외하고 설탕에 대한 거의 모든 문제제기들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먹는 설탕의 섭취가 과다하게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지 설탕에 무슨 나쁜 물질이 들어있거나 설탕 그 자체가 나쁜 물질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열량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그와 함께 고른 영양 역시 중요합니다. 적당한 열량과 고른 영양의 범위안에서는 달콤한 사탕을 즐기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References
  1. Life is sweet: candy consumption and longevity, Lee IM, Paffenbarger RS Jr. BMJ. 1998, 317(7174):1683-4 [본문으로]
  2. Survival in Academy Award-winning actors and actresses. Ann Intern Med. 2001, 134(10):955-62 [본문으로]
  3. International sugar statistics (Source: ED & F Man - 2007/08, Oct/Sep basis.) [본문으로]
  4. WHO/FAO release independent Expert Report on diet and chronic disease 3 March 2003 [본문으로]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