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인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습니다. 물은 우리 생활에 가장 필요한 자원이자 생체 구성 물질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세계 물의 날이란?
세계 물의 날 (World Water Day)은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에서 정한 날로 1993년부터 시작된 기념일입니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소위 리우환경회의라는 것이 열렸는데 거기서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합니다.
2.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
우리나라가 유엔이 정한 물부족국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일단 유엔이 우리나라를 물부족국가로 지정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2006년부터 정부차원에서 물부족국가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를 유엔이 정한 물부족국가로 인식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인구행동연구소, PAI (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에서 국민 1인당 연간 물이용가능량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가지고 한국을 물부족국가로 분류했다는데서 시작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약간 정치적인 또는 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두가지 대립되는 시각이 있는데요. 일단 PAI라는 단체는 인구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사설 연구기관으로 유엔하고는 상관없는 단체입니다. 실제로 유엔은 물부족국가를 지정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구요.
그러면 왜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을까요? 거기에는 치수를 위해 댐건설을 주장하는 측과 댐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간의 대립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 대결이 대운하 또는 4대강 유역 정비사업으로 비화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국토가 작고 인구밀도가 높아서 국민1인당 가용 수자원은 낮다는 것입니다.
3. 물을 찾아 외계로
또한 가끔 화성 궤도를 도는 무인탐사선이 화성의 물 흔적을 발견했다는 사진이 보도되곤 하는데요. 대체 왜 물 흔적을 찾아서 그렇게 비싼 우주선을 보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외계의 생명체를 찾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혹시 물이 있다면 화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2006년에 화성에서 물이 흐른 흔적으로 보이는 사진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된 사진이 2년 뒤에 모래와 먼지의 사진으로 판명되는 등 아직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찾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렇듯 물은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물질로 여겨지고 있지요.
4. 우리 몸 속에 가장 많은 성분이 물
보통 생물체를 구성하는 성분에서 가장 많은 것이 물입니다. 우리 몸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지요. 70kg 성인으로 따진다면 50kg이 물이라는 이야깁니다. 보통 우리 몸 속의 물이라고 한다면 피를 많이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인의 피의 양은 약 5.2 리터 정도 (5kg 내외)에 지나지 않습니다. 몸 속의 물이 50kg인데 피는 5kg 정도라고 한다면 나머지 45kg은 어디에 있을까요?
물은 단순히 피나 림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땀, 침, 눈물, 그리고 각종 세포 속에 들어있습니다. 생리 식염수라고 하는 것이 우리 체액의 성분과 삼투압이 유사한 액을 말하는데 보통 0.85% 소금물을 뜻하죠.
이렇게 물은 우리 몸 속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며 또한 음식물을 분해하는데 사용되기도 하고 (가수분해) 음식물을 섭취하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포도당 한 분자가 분해되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지요. 낙타의 경우는 등의 혹 속에 지방이 가득한데 유사시에는 그 지방을 분해해서 영양분으로 사용하고 그 때 만들어지는 물을 사용해서 사막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물을 대사성 물이라고 합니다.
5. 하루에 물을 8잔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
보통 하루에 물을 8잔 이상 마시면 좋다는 말이 상당히 많이 퍼져 있는데요. 원래는 적어도 하루 6잔에서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논란이 조금 있는데 2007년말에 British Journal of Medicine에 “잘못 알고 있는 의학 미신”에 첫 번째로 꼽힌 것이 바로 이 내용입니다.
일단 적정량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꼭 “물”이어야 하느냐인데, 많은 과학자들은 물이 아니라 우유, 쥬스, 커피 등이어도 상관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물의 필요 측면에서 보면 어떤 음료라도 큰 문제는 없지만 다른 음료들은 칼로리가 있거나 카페인 등이 들어 있으므로 물이 더 좋다, 이런 해석은 가능하겠지요.
또한 요로 결석 환자들에겐 결석 배출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실 것을 권하기도 하고 고열이나 설사 등으로 수분이 부족할 수 있을 때에도 종종 충분한 수분 섭취를 권합니다. 이런 경우엔 당연히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오히려 물을 과하게 많이 마시면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6. 물을 많이 먹고 죽는 사람도 있다?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물을 과하게 마셔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저나트륨혈증이라는 것인데 우리 몸의 세포는 생리식염수 농도, 0.85% 정도의 나트륨 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이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는 hyponatraemia에 걸리게 되는데 이럴 경우에는 뇌가 수축하여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갑자기 너무 많은 물을 먹으면 물중독으로 사망하기도 하는데 보통 많이 먹기 대회 참가자나 그 훈련을 위해 위를 늘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이므로 일반인들이 그렇게까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단지 물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반드시 좋지는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7. 다이어트에 물이 좋은가 나쁜가?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저녁에는 물도 먹지 마라, 또는 운동을 하고 나면 물을 마셔라, 이렇게 상반된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저녁에는 물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몸이 붓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라고 하고 운동하고 물을 먹으라는 이야기는 우리 몸에서 지방을 태우려면 가수분해 즉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물은 살을 찌우지않으므로 마셔도 될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물의 출입은 다이어트와 상관이 없습니다. 다이어트는 체지방량이 줄어야 다이어트죠.
8.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이렇게 물이 중요하다보니 물에 대한 초과학적인 능력들도 심심찮게 언론을 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물 기억설"입니다. 몇 년전 여러 언론을 통해서 소개되기도 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의 에모토 마사루(江本勝) 박사(인도의 비인가학위 대학인 International University for Alternative Medicine에서 박사를 받았답니다)가 지은 이 책은 물의 결정이 사람의 말에 따라 달라진다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를 테면 좋은 단어 (감사, 행복, 사랑 등등)를 들려주면 결정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고 나쁜 단어를 들려주면 결정이 추하게 만들어진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존 과학계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초과학적인 것으로 실제로 에모토씨 외에는 아무도 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의 범주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눈의 결정도 모양이 같은 것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육각수 논쟁, 알칼리 이온수, 호르몬 물 등 다양한 물의 효능에 대한 연구들과 주장들이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들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것은 물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읽을 거리들
의학 미신 2007 - 하루 물 8잔???
[생활속의 신과학]''기능수''의 세계와 국내 과학계 반응
한국 물부족국가 아니다.
환경부 물사랑 사이트
육각수 알칼리수의 비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 박사님이 아니랍니다.
물도 많이 먹으면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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