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충북 제천의 AIDS 감염인 택시기사가 많은 여성들과 성접촉을 가져서 당국에서 그 여성들의 신원파악에 나섰다는 소위 “에이즈 파문”입니다. AIDS는 한 때 “20세기 흑사병”이라고 불렸던 병인데 이건 지금에서 보면 지나친 과장이고 사실 잘못 알려진 것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 에이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AIDS는 어떤 병인가?
AIDS(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질병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라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HIV에 감염되면 사람의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감염증도 치명적이 될 수 있는데 때문에 AIDS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망원인은 AIDS로 인한 감염증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잘 알려진 영국 그룹 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사인도 “AIDS로 인한 기관지-폐렴 합병증”이었습니다.
2. HIV란 어떤 바이러스인가요?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RNA 바이러스인데 사람에게 감염되면 helper T cells, macrophages, dendritic cells 등의 면역 세포를 파괴하여 면역작용을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하지만 HIV 감염은 잠복기가 꽤 길어서 감염인의 절반 정도가 에이즈환자로 진행하는데 보통 10년 정도가 걸립니다.
보통 HIV는 HIV-I과 HIV-II로 분류하는데 HIV-I은 침팬지로부터 유래한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사람에게 큰 위해를 나타내는 바이러스이고, HIV-II는 주로 서아프리카에 유행하는 바이러스 종류인데 전염성이나 증상이 약한 바이러스입니다.
3. AIDS는 어떻게 전염되는가?
현재까지 알려진 AIDS의 주요 전염 경로는 성관계, 수혈, 오염된 주사 바늘 (주로 마약사용자), 모유 수유나 임신으로 인한 신생아의 수직 감염입니다. 이 중에서 과거엔 수혈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헌혈 시 반드시 에이즈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에이즈가 보고된 초창기에는 에이즈를 흑사병에 비유하며 공기감염설까지 나온 적이 있었지만 HIV는 사람 몸 밖에서는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HIV가 존재하는 체액이라도 말라있을 때에는 바이러스의 90-99%가 활동할 수 없다고 하며 체내에 침입하지 못하면 감염되지도 않습니다.
참고로 흑사병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Yersinia pestis가 원인세균으로서 유럽에서는 1340년대 처음 창궐한 이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여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1340년대 흑사병으로 약 2천5백만 명이 희생되었고 이는 당시 유럽의 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숫자이며 최초 흑사병 확산 이후 1700년대 까지 100여 차례의 흑사병 발생이 전 유럽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출처: 위키-흑사병)
4. AIDS에 대한 오해 3가지
1) AIDS는 동성애자만 걸린다?
에이즈가 처음 보고된 것이 1981년이었는데 당시 보고에서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감염되는 특이한 급성폐렴과 피부암 사례”로 보고가 되었고 초창기에 록 허드슨, 프레디 머큐리, 미셸 푸코 등 유명한 동성애자들이 사망한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이런 오해가 생겼지만 실제로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일반 성관계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로 판명난 상태입니다. 2006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 3,561명 중에서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은 2,131명으로 동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자 1,377명보다 많습니다.
2) 헌혈을 하면 알 수 있다?
제가 과거에 헌혈을 했을 때 에이즈 감염여부를 통보받은 적이 있었는데 개인 정보 누출과 1997년 이후로는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알게된 사실입니다.
3) 땀, 키스, 모기 등에 의해도 감염된다?
1991년 미국 프로농구 선수 매직 존슨의 에이즈 감염이 알려지면서 한 때는 다른 선수들이 땀으로도 옮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경기를 거부하는 일까지 있었고 그래서 은퇴를 했었습니다만 나중에 매직 존슨은 코트에 복귀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현재까지 감염사례들 중에 운동, 키스, 모기 등에 의한 감염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5. 제천의 택시기사 전모씨는 에이즈 환자가 아니다?
이번 제천의 택시기사 전모씨의 경우 언론에서 “에이즈 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실제로는 “HIV 감염인(보균자)”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합니다. HIV 감염인이란 HIV를 몸에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며, 에이즈환자는 감염 후 면역 체계가 파괴되어 2차적인 감염증이나 악성종양이 나타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보통 감염후 환자로 진행되는데는 수혈에 의한 경우는 3-4년, 성관계로 전염된 경우는 보통 8-1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6. 성관계를 통해서 AIDS가 전염될 확률은?
유명 블로거이신 비뇨기과 전문의 두진경 선생님의 포스팅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두 번의 통계조사자료가 있는데 1997년 자료에 따르면 정상적인 성관계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 이내, 남자가 여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1~0.2%, 동성 성관계(남자대 남자)에서는 약 3% 정도의 확률이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올해 초의 논문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킬 확률은 0.04%이며,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은 0.08%였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는 한번의 성관계로 여자가 남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8%이고, 남자가 여자에게 전염시킬 확률이 0.30%로 좀 더 높았다고 합니다. 또한 남성 동성 성관계로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은 1.7%라고 합니다.
7. AIDS는 불치병인가?
사실 에이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오해가 에이즈는 불치병, 현대의 흑사병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사실 에이즈라는 질병이 보고된 초기에는 에이즈는 발병하면 죽는 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에 의해 HIV 감염인들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Medical Care in November 2006에 기고된 "The lifetime cost of current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care in the United States"란 논문을 통해 보면, HIV 감염 후 기대 수명이 점점 늘어나서 적극적인 치료기 시작된 초기에는 20년 정도였지만 2000-2002년대 들어오면서 27년, 2003-2005년 경에는 33년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8. 그렇다면 에이즈 치료제도 많이 개발되어 있나요?
에이즈 치료제로 처음 허가받은 약은 AZT라는 항바이러스 약이었고 이어서 ddi, ddC, d4T와 같은 항바이러스제 약품들이 계속 개발되어 현재까지 약 23종의 약품이 시장에 나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약품들은 크게 3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이고 둘째는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셋째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입니다.
하지만 HIV는 내성 돌연변이가 잘 생겨서 한가지 약으로만 치료할 경우에는 치료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세 가지 이상의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사용하는 "칵테일요법"을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칵테일 요법이 효과를 보여서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만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9. AIDS 음모론이란?
일각에서는 HIV가 AIDS를 일으킨다는 가설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버전이 존재하는데 HIV가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주장과 HIV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라는 것 특히 미국 정부가 흑인들을 말살하려고 만든 생체무기라는 설(흑인 여성중 에이즈 환자의 비율은 백인 여성중 에이즈 환자 비율의 23배)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도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과학계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10. 결론
최근에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막연히 에이즈를 21세기의 흑사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에이즈 자체는 위험한 병이고 전염병인 것은 사실이지만 HIV 감염인에 대한 지나친 경계나 차별 등은 우리사회가 성숙해가면서 시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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