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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2009) ★★★★

바이오매니아 2009. 8. 8. 23:49
픽사, 어린이의 꿈을 넘어 노인의 꿈까지 넘보다. ★★★★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알고 봐도 전혀 문제 안된다고 저는 생각하지만...)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초로 사람(정상인)이 주인공이라는 UP. 각진 얼굴의 영감님 칼 프레드릭슨과 아시아 소년 러셀의 모험은 <그랜 토리노>의 명랑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오, 둘 다 너무 좋은 영화...

이 영화의 백미는 처음 어린 칼이 모험가 찰스 먼츠를 동경하다가 모험 소녀 앨리를 만나서 그녀와 인생의 단맛 쓴맛을 보는 무성영화스런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에게 순정따위가 어디 있어, 라는 세상에 한 남자의 순정을 저처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애니메이션의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회상이 끝나면 현실은 지옥이죠. 재개발 지역에 알박기한 고지식한 노인네로 인식되는 칼은 결국 사고를 치고 집을 떠나야하는 순간이 오자 앨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띄웁니다. (와우!!!)

하지만 그건 일종의 자살 여행이었는데, 어이없게 거기에 끼어 든 한 동네 꼬마 러셀. 결국 이 영감님은 그 소년과 함께 낙원(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항해를 떠납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뭔가 미야자키 하야오 풍의 하늘 위의 집이 떠오르고 현실에서 발을 떼고 멋지게 날아가는 그림이 그려지지만 현실은 엉뚱하게도 집을 등에 지고 또는 끌고 가야 하는 시궁창이죠. 게다가 갈 길도 바쁜데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새 한마리와 개떼들. 

라퓨타처럼 멋진 항해가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집을 끌고 가는 인생이라니...



처음엔 모든 것이 귀찮은 칼이었지만 자신의 영웅 찰스 먼츠를 만나고 그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면서 다시 인생에 있어서의 가치를 재발견합니다. 그것이 형상화된 장면이자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칼이 자기 집에 있는 모든 가재도구를 다 버리고 집을 다시 띄우는 장면이죠. 역시 인생은 가지려고 할 때보다 버릴 때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

이번 영화 UP에서 가장 호감가는 캐릭터는 사실 칼의 부인 앨리가 아닐까 합니다. 앨리의 그 씩씩함은 <인크레더블>의 엘라스티 걸을 연상시키더군요. 그리고 꼬마 러셀도 빼놓을 수 없죠.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여자랑 재혼을 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소년 러셀도 이번 모험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을 것 같군요. 할아버지스러운 아버지를 얻었구요.<업>의 상영 전에 Pixar의 단편 영화인 "Partly cloudy"가 상영되는데 그 영화를 만든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이 러셀의 모델이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비슷해요.^^ 

러셀의 모델이라는 피터 손 감독

UP의 귀염둥이 러셀



꼭 한 번 다시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본다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거리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업>. 보고 나니까 기분도 업되는 느낌입니다. 


PS1. IMDB trivia에 나온 설명에 따르면 칼의 집을 1600 제곱피트로 계산했을 때 집의 무게는 12만 파운드가 나가고, 풍선 하나가 0.009파운드 정도를 들어올릴 수 있으므로 12,658,392개의 풍선이 있어야지 집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하룻밤 사이에 만들기에는 좀 많군요. 실제로 영화에서는 20,622개의 풍선이 사용되었다는... 누군가 이걸 계산했을 것이라고 믿었어요. ^^

PS2. 헐리웃 또는 디즈니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언제나 넘치지만 그네들의 가정사는 그야말로 복잡하기 그지 없죠. 마치 칼과 앨리의 순정을 바라지만 현실은 러셀의 부모와 같은... 그래도 언제나 적당한 조화를 이루며 끝나는 이 알흠다움.

PS3. 그런데 개봉한지 열흘이 채 안된 이 영화를 어떻게 하루에 1회밖에 상영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까? 올 여름 극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던데, 대박영화는 하루에 20회도 더 상영하고 UP은 하루 1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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