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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원작 <쌍둥이별>(죠디 피콜트?, 2004)

바이오매니아 2009. 8. 1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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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메론 디아즈가 삭발을 했다는 뉴스(뻥?)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9월 10일에 개봉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책을 구해서 읽었습니다. 500쪽이 넘는 책이었지만 책은 정말 술술 읽히더군요. 서양 작가의 책을 읽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다가 울어본 적도 얼마만인지... 책 제목은 <쌍둥이별>입니다. 

무려 554쪽의 두꺼운 책이지만 쉽게 빠져들어 잘 읽힙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세살짜리 딸아이 케이트가 전골수구백혈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피츠제랄드 부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적으로 동일한 골수를 이식해줄 아이를 체외수정으로 갖게 되고 둘째 딸 안나를 낳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제대혈을 언니에게 준 안나는 열세살이 되도록 림프구, 골수, 과립구, 말초혈액 줄기세포를 계속 제공하고 마침내 신장이식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됩니다. 어느날 안나는 변호사 캠벨 알렉산더를 찾아가 부모를 상대로 의료해방 소송을 제기하고 온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이 책은 재판의 시작부터 선고가 내려지기 까지 열흘 정도의 이야기인데, 매일 매일 각자의 1인칭 시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윤리, 모성, 법, 가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갑니다. 원래 제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과학과 윤리, 뭐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해서 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모정"과 "선택"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 생각이 나더군요. <마더>가 지적장애아를 가진 엄마의 집착에 가까운 "모정"에 대한 이야기라면 <쌍둥이별>은 불치희귀병에 걸린 아이를 가진 엄마의 집착에 가까운 "모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나에게 신장기증을 요구하는(부탁하는?) 엄마도, 신장기증을 거부하는 안나도, 이 사건으로 명성을 쌓으려고 보이는 변호사 캠벨도, 심지어 주목받지 못해서 갖가지 비행을 일삼은 오빠 제시까지도 말입니다.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의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판사의 판결문처럼 "답은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지만 책을 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말아야겠습니다. 나름 법정드라마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책과 결말이 다르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게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책은 꼭 한 번 읽어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화는 보고 나서 다시 말씀드리죠. 미국에서의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듯 싶습니다. (Rottentomatoes평, IMDB평

책하고는 다른 결말이라... 궁금 증폭!


Micellaneous

1. 백혈병을 앓는 아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아이를 인공수정으로 갖는다는 것이 가능할 지 궁금했는데 (아마 조직적합성 정도만 체크하는 것일 듯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습니다. 케이트는 "15번 염색체와 17번 염색체 위치가 바뀌었다.(225쪽)"고만 나와 있는데 찾아보니 전골수구백혈병은 "15번과 17번 염색체 장완 사이의 균형 상호전좌(balanced and reciprocal translocation)로 특징지어지는 일정한 염색체 이상과 연관이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둘째도 백혈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 라는 걱정은 안했을까요? 

2. 두 아이의 엄마인 사라는 신문을 읽다가 어느 주부가 시어머니가 집에 와서 냉장고를 치우시려고 해서 고민이라는 상담 내용을 보고 "도대체 어떤 여자가 이따위 걸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독백을 합니다. 그렇죠. 우리의 많은 고민은 사실 고민거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3. 사라는 아이들의 금붕어를 살리기 위해 주립대학교 해양학부에 전화를 걸어 통화 가능한 교수에게 금붕어에 대한 고민을 상담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 시절 실험실에 뭔가를 물어보는 전화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수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지요. 그래도 책 속의 그 교수는 금붕어를 살릴 수 있는 힌트를 줍니다. 대단한 분!!!

4. <쌍둥이별>속에 나오는 <세계 기네스북>에 따르면 "버지니아의 로이 설리번은 번개를 일곱번이나 맞고도 살아 남았지만 애인에게 버림을 받고 자살했다"고 합니다. 구글을 찾아보니 정말인가 봅니다. 위키에 따르면 그 확률은 22,000,000,000,000,000,000,000,000:1 이라고 합니다. 저 숫자를 어떻게 읽냐구요? 우리말로는 모르겠고 영어로는 twenty-two septillion 이라고 한다는군요.

5. 아마 이 소설은 의료계에 계신 분들도 많이 읽으실 것 같은데 그 중에서 법정에 선 의사들의 증언은 흥미롭습니다. 특히 수술전에 동의서를 받는 이유는 "변호사님 같은 사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특히 와 닿더군요. 사실 위의 로이 설리번이 벼락을 일곱번 맞을 확률도 실제로 일어나는 세상에서 3000명 중의 한 명 정도에게 일어날 수술의 부작용은 큰 것일까요, 적은 것일까요? 언니를 살리기 위해 그 정도 부작용은 무릅써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거부해야 하는 것일까요?      

6. 케이트가 내리는 사랑의 정의는 "자기 자신보다 누군가의 삶이 더 신경쓰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Wow!

7. 이 책의 원제이자 영화제목 "My sister's keeper"는 창세기 4장 9절 "Then the LORD said to Cain, "Where is your brother Abel?" "I don't know," he replied. "Am I my brother's keeper?"(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가로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책 내용은 기독교와 별 상관이 없지만 책의 결말을 보면 저 제목이 이해가 갑니다. 그에 비해 역제 <쌍둥이별>은 좀 뜬금없는 느낌이네요. 그리고 책의 저자 Jodi Picoult 는 "죠디 피코우"로 읽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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