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도 성격좋은 사람을 좋아한다(?)' (노컷뉴스)
뭐 세상에 이런 기사가 있나 싶습니다.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모기하고 성격의 문제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러번 반복을 해서 읽다가 깨달은 것은 기사 본문에 성격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안나오더군요. 그대신 나온 말은 이것.
그러니까 논리구조를 따져보면 이렇게 되는 것이죠.
이런... 물질이 뭔지도 모르고 이런 기사가 나왔다고??? 낚인 것일까요? 일단 기사가 나왔다는 Wall Street Journal을 찾아보았습니다. 이 기사더군요. Finding Smells That Repel 그랬더니 눈이 열리는군요. 대체 저 WSJ 기사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요리를 한 것인지...
연구팀의 제임스 로건 박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체내 산화작용에 의해 생긴 성분들이 모기가 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한 '좋지 않은 먹이'로 분류하게 하는 것 같다"며 "건강한 알을 낳기 위해 혈액 속 단백질이 필요한 암 모기들은 진화적으로 이러한 사람들을 구별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에서 나오는 성분을 모기는 싫어한다 --> 모기가 스트레스 받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 -->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성격이 안좋다. --> 고로 모기도 성격 좋은 사람을 가려서 문다!!!
제가 이래서 생물학자들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생물학자가 아니라 기자를 안좋아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런 오해살 만한 이야기는 주로 학자가 자기 연구를 흥미롭게 해석해보겠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기사 말미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군요.
한편, 모기 퇴치제를 개발하는 업체와 함께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은 이 성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연구는 지난 3월 의용곤충학지에도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의 의의는 이런 겁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에게 모기가 왜 달려드나에 대해서 연구를 했죠. 그래서 알아낸 물질이 이산화탄소나 젖산과 같은 물질이었습니다. 하지만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잘 몰랐죠. 그런데 지난 봄에 한 연구팀이 사람에게 모기를 쫓는 물질들(repellents)을 찾아내었습니다. 그 중에 중요한 물질 두가지는 사람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6-methyl-5-hepten-2-one라는 물질과 출처가 아직 불분명한 geranylacetone라는 물질이라는 것입니다.
노컷뉴스의 기사에서 이 성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는 것은 물질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런...)
이 연구결과가 있다는 의용곤충학회지(Journal of Medical Entomology)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래의 논문이 이 기사의 원출처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저 물질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까요? WSJ 기사의 일부입니다.
Some of the chemicals researchers identified are believed to be related to stress, Dr. Logan says. Previous research has shown that these particular chemicals could be converted from certain other molecules and this could be as a result of oxidation in the body at times of stress, he says. However, it's not clear if the chemicals observed by the Rothamsted researchers were created in this way, and research is continuing to answer this and other questions. (로담스테드 연구진이 밝혀낸 물질들이 스트레스에 의해 생겨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까 원래 논리구조는 스트레스에 의해 모기가 싫어하는 물질이 만들어져야지,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성격이 안좋고, 그래서 모기가 사람 성격가려가면서 문다는, 억지스런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것인데 아예 그 최초 전제 조차도 지금으로선 확실하지 않은 것이죠.
뭐하자는 건지...
사실 모기퇴치제보다는 모기로 성격감별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대박일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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