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 만에 온 가족이 극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부산 MBC (비)공식 영화평론가 미나쌤의 추천을 받고 <위플래쉬>를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얼마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남우주연상이 맞을 것 같은데 왜 조연???)을 받은 J. K. 시몬즈가 열연한 바로 그 영화입니다.J. K. 시몬즈가 누구냐구요? 바로 이 블로그 우측 상단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J. K. 시몬즈입니다.
영화 <위플래쉬>의 포스터
이 영화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가 있고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상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앗, 선댄스? 그럼 재미없는 저예산 독립영화 아닌가, 하는 생각은 버리셔도 좋습니다. 선댄스에서 심사의원 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받았다고 하니까요. 원래 관객상은 좀 대중적인 경우가 많죠. 거기다가 아카데미상까지 3개(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를 받았다니 두루두루 상을 섭렵했더군요.
(여기까지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한 서론이었고 이후부터는 영화 보신 분들만 보세요)
이 영화는 한 선생님과 제자의 이야기입니다. 얼핏 보면 괴팍하지만 뛰어난 스승이 숨은 재능을 가진 제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최고의 연주자로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영화 많죠. <굿 윌 헌팅>이나 <파파로티> 같은 영화들 말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다릅니다. 시각을 달리 하면 미치광이 선생이 또 다른 미치광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위플래쉬>는 이 두가지 해석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원래 인생에 정답 찾기가 어렵듯 진실은 이 중간 어딘가에 있겠죠.
뉴욕의 세계적 음악학교인 쉐이퍼 음악학교(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학교랍니다!)의 신입생 앤드류는 밤에 혼자 드럼 연습을 하다가 악명 높은 플레처 교수를 만납니다. 플레처 교수는 앤드류를 눈여겨 보고 '더블 타임 스윙'을 쳐보라고 하죠. 잔뜩 긴장한 앤드류는 실수를 반복하다가 빠른 속도로 더블 타임 스윙을 연주하게 되는데 그 순간 플레처 교수는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마이너 밴드의 보조 연주자에 불과했던 앤드류는 어느 날 플레처 교수에 의해 그 학교 최고 스투디오 밴드의 보조 드러머로 픽업됩니다. 그리고 연습 중 쉬는 시간에 플레처 교수가 복도에서 앤드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유명한 재즈 연주자 찰리 파커가 어떻게 '버드'(찰리 파커의 별명)가 되었는줄 아나? 그건 드러머 조 존스가 그에게 심벌즈를 던져서 모가지가 날아갈 뻔 했기 때문이야"라고 말입니다. 엉터리 연주를 한 찰리 파커는 심벌즈가 날아온 치욕적인 경험 후에 미친 듯이 연습에 몰두해서 훗날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었다는 뜻이죠. 그리고 바로 이어진 밴드의 연습 시간, 플래쳐는 서툰 연주를 한 앤드류의 뺨을 때리고 그에게 의자를 집어 던집니다.
찰리 파커를 다룬 영화 <버드>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여자 친구도 없이 아버지와 극장에 가는 앤드류는 친구도 없는 일종의 '너드'입니다. 하지만 플레처의 스튜디오 밴드에 뽑히고 나서는 자신감을 얻고 극장에서 팝콘 파는 아가씨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서 여친을 만드는데도 성공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플레처에게 엄청난 모욕을 당한 후, 앤드류는 이를 악물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자기가 성공하는데 여친이 방해가 될 거라며 절교까지 선언합니다.
재즈 페스티벌에 출전하는 날, 수석 드러머 태너의 악보를 맡은 앤드류는 악보를 의자에 놓아두고 자판기에서 음료를 꺼내는데 그 잠깐 사이에 태너의 드럼 악보가 없어집니다. 결국 악보를 다 외우지 못한 태너 대신 악보를 다 외워버린 앤드류가 긴급 투입되고 그 이후 앤드류는 수석 드러머 자리를 꿰어 찹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플래처 교수는 예전 앤드류가 있었던 마이너 밴드의 수석 드러머였던 라이언을 새로 영입하더니 라이언이 수석 드러머가 되고 앤드류는 다시 보조 드러머가 될 처지에 놓입니다. 이후 이 세사람의 '글자 그대로' 피나는 경쟁이 시작되고 결국 앤드류는 다시 수석의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재즈 페스티벌이 있는 날, 앤드류가 타고 가던 버스 타이어가 터지고 우여곡절끝에 렌터카를 빌려 타고 뒤늦게 도착한 앤드류는 두고 온 드럼 스틱을 가지러 렌터카 사무실에 급하게 다녀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사고 후에도 이를 악물고 경연에 참가하지만 결국 연주를 마치지 못하죠. 이전에 플레처 교수는 연습실에 CD를 한 장 가져와서 틀며 자신이 키워서 성공한 제자 션 케이시가 버스 사고로 죽었다며 눈물을 보인 적이 있는데, 병원에서 앤드류는 션 케이시가 교통 사고가 아니라 자살한 것이며 플레처 교수를 만나서 불안과 우울증세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플레쳐 교수의 제자 학대에 대해 증언을 하게 됩니다.
얼마 후 드럼을 그만 둔 앤드류와 제자 학대 혐으로 학교에서 쫓겨난 플레처는 시내의 한 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플레처는 앤드류에게 다시 찰리 파커와 심벌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학생들이 한계를 뛰어 넘어 찰리 파커와 같은 최고가 되기를 바랬다고 말합니다. 최고가 될 놈들은 모욕받고 그만 두라고 해도 그만두지 않는다구요. 그리고 그 방법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지만 아직까지 찰리 파커를 만들지는 못했다고도 고백하죠.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There are no tw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굿 잡(잘 했어)'보다 더 해로운 말은 없어!!!
[덧붙임 1]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음악영화, 그것도 비트가 센 드럼 영화인데도 음향이 뛰어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뭐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말이죠. 하지만 드럼 연주 장면에선 대부분 사람들이 긴장하고 손을 꼭 쥐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덧붙임 2]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제일 먼저 생각난 영화는 <블랙 스완>이었습니다. 내용은 많이 다른데 그냥 느낌이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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