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제가 무슨 만물박사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이폰 시대에 이런 구닥다리 폰사진을...


오리기름이 수용성이란 소리가 있다는군요. 수용성 기름? 물에 녹는 기름이라는 뜻일텐데, 이건 네모난 삼각형이라는 말이랑 비슷한 형용모순이죠. 원래 기름이란 물에 녹지 않는 물질을 뜻하는 말 아닙니까. 그래서 구글을 찾아봤더니 역시 오리 기름은 수용성이라는 이야기가 득시글, 득시글...

이 놀라운 오리기름의 효능!!! (구글 캡쳐)


1. 오리기름은 수용성일까요? 

대체 저 수용성 기름이라는 글의 원전을 알 수는 없지만 저 글들을 잘 보고 있으면 몇가지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1) "수용성"이라는 말을 "액체"라는 말과 혼동해서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돼지기름 등은 상온에서 고체인데 오리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상온에서 마치 물과 비슷한 액체이기 때문에 수용성이라고 하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  

2) 또는 오리기름은 혈관에 잘 침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수용성이라서 그렇다,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3) 어쩌면 계면활성제와 비슷한 포스파티딜콜린같은 인지질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지질성분인 포스파티딜콜린의 콜린 부분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혹시 콜린이 많이 들어 있어서 저런 표현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콜린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수용성인 콜린과 달리 포스파티딜콜린은 물에 잘 안녹죠. 또한 몇몇 인지질은 물에 녹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micelle들을 형성해서 분산되어 있는 것으로 녹아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아무튼 수용성 기름이라는 표현은 유기미네랄과 같은 형용모순이죠. 대체 식품에는 왜 이런 말이 안되는 용어들이 많을까요. 

그런데 기름은 원래 액체 아닌가요? 맞습니다. 보통 지방은 상온에서 고체를 주로 뜻하고 기름은 상온에서 주로 액체를 뜻하죠. 언제나 그렇게 쓰이는 것은 아니고 혼용해서도 쓰지만 말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육상 동물성 지방(기름)은 상온에서 고체입니다. 삽겹살 구워먹은 불판을 그냥 두면 녹았던 지방이 허옇게 굳죠. 하지만 대부분 식물성 기름은 상온에서 액체입니다. 참기름, 콩기름, 들기름을 보시면 알 수 있죠. 이러한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의 차이는 지방을 구성하는 지방산의 포화도(이중결합의 양)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으면 상온에서 액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오리의 지방은 동물성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서 상온에서 액체라는 것이죠. 

2. 오리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면 오리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이 얼마나 있을까요? USDA data를 보면 껍질을 포함한 생오리고기 100g에는 전체 지방성분이 39.34g 그 중에서 포화지방산이 13.22g, 단일불포화지방산이 18.69g, 다중불포화지방산이 5.08g 들어있다고 합니다. 반면 돼지고기 뱃살 (삼겹살부위) 100g에는 전체 지방성분이 53.01g 그 중에서 포화지방산이 19.33g, 단일불포화지방산이 24.70g, 다중불포화지방산이 5.65g 들어있다고 하네요. 또한 베이컨 100g에는 전체 지방성분이 45.04g 그 중에서 포화지방산이 14.993g, 단일불포화지방산이 20.047g, 다중불포화지방산이 4.821g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뭐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는 않죠?  

3. 오리고기 속 지방의 P/S 비율은 3.4다???

오리고기 속 지방의 불포화지방산 대 포화지방산의 비율 (P/S) 값이 3.4라는 이야기는 1981년의 한국영양학회지 논문(오리고기의 영양생화학적 가치에 관한 연구)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근 30년 가까이 지난 최근의 훨씬 더 정밀한 분석법에 따르면 불포화지방산대 포화지방산의 비율은 오리고기만 놓고 보면 1.36, 지방이 많은 껍질까지 다 포함해도 1.79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참고로 위에 써놓은 돼지뱃살의 P/S 비는 1.57, 베이컨의 P/S비는 1.66이네요. 약간 높긴 해도 그렇게 월등하다고 보기는 어렵군요. 

4. 오리기름에는 화상을 입지 않을까요?

또 오리기름은 화상을 입을 온도가 되기 전에 기화를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도저히 믿기 어렵군요. 그러면 고기를 구우면 기름은 다 날아간다는 말씀??? 대개 기름의 기화온도는 물보다 훨씬 높습니다. 만일 물보다 낮다면 튀김 요리가 되겠습니까??? 아마 불포화지방산의 어는점(녹는점)이 낮다는 말이 엉뚱하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제 생각에 화상은 입을 겁니다. 

* 제 블로그 때문에 실험을 해보신 양깡님께서 화상을 입으셨습니다. 여기 클릭!!! 

5. 오리고기는 알칼리성 식품이라서 좋을까요?

또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와 달리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하는데 산성식품,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구분은 별로 의미없는 구분법이라는 이야기는 예전에 했었습니다. (산성식품, 알칼리성 식품은 없다 참조하시구요.) 

6. 오리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라서 살이 찌지 않는다?

불포화지방산이든 포화지방산이든 먹으면 분해(이화)되어 에너지를 만드는데 쓰이거나 과하면 지방으로 저장되어 살로 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불포화지방산의 이화과정이 조금 더 에너지 소모적이죠. 하지만 역시 먹으면 살찝니다. 불포화지방산도 사람들에게 가장 오해받는 개념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오리고기 맛있지만 부정확한 정보가 좀 많은 것 같군요. 혹시 틀린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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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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