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별 다이어트 방법 따로 있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과학적 근거가없는 얘기라지만 혈액형과 다이어트에 관한 연관성을 주장하는 학자와 실제 효과를 본 사례들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혈액형 다이어트는 미국의 피터J.다다모 박사가 1997년 혈액형에 따른 식사에 관한 책을 내고 뉴스위크지 등에 소개되면서 관심을 끌게 된 방법이다. (중략)
다다모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소화가 잘 안되고 체내에 남아 대사 진행을 방해하는 식품속의 단백질 '레크틴'의 반응은 혈액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해가 되는 식품도 혈액형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즉 혈액형에 따라 유해한 레크틴이 들어 있는 식품을 피하는 식이요법을 통해 살을 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흠, 그래도 메디컬 투데이는 의료전문 언론인 듯한데 저런 기사가 나오는 것은 의외입니다. 게다가 양쪽 포털 대문에 떡하고 걸려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볼텐데 한번쯤 생각해볼 내용이 있을 것 같네요.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했으니까 넘어가기로 하고 과연 저 주장을 어떻게 봐야할지만 이야기해 보죠.
일단 저 피터 J. 다다모 (Peter J D'Adamo) 박사의 주장을 보면 이런 겁니다. 식품 속에는 렉틴(lectin, 레크틴이라고 쓴 것을 보니 렉틴이 뭔지 모르는 분이 쓴 기사일 가능성이 있을 듯해 보이죠.^^)이라는 단백질들이 있는데 이 단백질들이 혈액형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혈액형에 맞게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제가 보기에 이건 논리 삼백단뛰기에 가깝습니다.
일단 혈액형에 대해서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아래 그림에서 보시듯이 혈액형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적혈구 표면에 있는 스핑고지질 끝에 붙어있는 당(탄수화물)의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ABO 혈액형의 차이라고 하는 것은 스핑고지질 끝에 붙어있는 당 5개 (O형은 당이 하나 없어서 4개) 중에서 맨 마지막 한개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AB형은 A형이 가지고 있는 당의 구조와 B형이 가지고 있는 당의 구조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죠.
(source : wikipedia, blood type)
그리고 렉틴이라는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반응하는 단백질들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보통 대부분의 단백질들은 탄수화물과 결합을 하지 않는데 일부 단백질들은 탄수화물과 결합하거나 응집을 합니다. 이런 렉틴들은 세포간의 신호전달, 인식, 부착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렉틴은 식물, 동물, 세균과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생물체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자, 여기까지 듣고 보면 탄수화물과 반응하는 렉틴 중 일부가 혈액형을 나타내는 당(탄수화물)부분과 결합하면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혈액형에 맞는 렉틴을 가진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는 결론으로 치닫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일단 저 이론이 맞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식품 중에 렉틴이 많이 있어야 하고 그 렉틴들이 A형, B형, O형, AB형 혈액형의 렉틴에 특이적이어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저 이론이 맞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가장 기본은 그것이죠. 그런데 과연 식품 중에는 얼마나 많은 렉틴이 있고 저 ABO 항원 각각에 특이적일까요?
Wikipedia의 설명에 나온대로 일단 대부분의 식품에는 ABO 항원에 특이적인 렉틴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오래전(1980년) 논문에는 88가지 식품 중 29가지 식품에서 ABO 항원과 응집하는 렉틴이 발견되었다고 했는데 이 경우의 렉틴들은 A형, B형, O형, AB형 혈액형의 렉틴에 특이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저 이론의 과학적 근거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죠. 식품 속의 렉틴과 ABO 혈액형과의 관계를 잘 정리해 놓은 사이트를 참조해 주세요.
게다가 설령 식품 속의 렉틴이 각 혈액형에 특이적으로 작용을 한다고 해도 렉틴이 혈액 속 적혈구 표면의 항원과 반응할 수 있을까요? 렉틴은 단백질이고 단백질을 사람이 섭취하면 소화되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됩니다. 그렇지 않고 그 커다란 단백질이 통채로 혈액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때문에 식품 속에 렉틴이 있다고 해도 혈액 속의 적혈구, 적혈구 표면의 ABO 항원에 도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위장관에 염증이나 상처가 있어서 들어간다면 혹시 모르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다다모 박사가 최근엔 blood type(혈액형)에서 genotype (유전형) 다이어트 쪽으로 전환하는 것 같은데 사실 A형과 B형은 당전이효소의 265번과 267번 아미노산을 코딩하는 뉴클레오타이드 1개씩의 차이이고 A형과 O형은 Guanine 염기 하나가 없어서 frame shift가 일어나는 매우 미묘한 정도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single nucleotide polymorphysm이 중요하다지만 글쎄요. 과연 저 정도의 변이가 우리가 먹는 식품의 그 많은 것들과 그 많은 영향을 미칠까요??? 물론 뭐 전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만 말이죠.
사실 저 피터 다다모 박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약력이 좀 특이한데, 박사학위를 받은 학교가 Bastyr college (현재는 Bastyr University인 듯)이고 학위명이 Naturopathic doctorate (N.D.)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자연치유학 박사 정도 되려나요? 일종의 대체의학 관련학위인데 미국에선 이런 대체의학분야도 상당부분 인정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wiki에 따르면 16개 주에서 인정된다네요) 대체의학이라고 무조건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지만 이 경우는 솔직히 조금 의아합니다.
다다모 박사의 논문을 찾아보니 아래의 논문이 하나 있네요. 연구논문은 아니고 리뷰논문인데 좀 더 자세하게 읽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실린 저널은 "Alternative Medicine Review"라는 저널입니다. 이 외에도 다른 논문이 조금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아마 Pubmed에 등재가 안된 저널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양반의 책이 번역되어 나오는 것은 아닌지, 혹시 그 홍보성 기사는 아닐까 궁금했는데 이미 1999년에 우리나라에서 출간을 했네요. 분명히 돈 아까울 것 같지만 중고책 하나 주문했으니 읽고 나서 또 이야기 하도록 하지요. 혈액형은 정말 대단해요.
아래는 제 블로그에서 혈액형과 관련된 글들입니다. 참고하세요.
* 최근 한의학 논쟁도 거세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자연치유나 대체의학도 나름대로의 논리적 적합성이 있다면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그 분야에 계신분들은 그 논리적 적합성을 세워나가는데 더욱 노력을 하셔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죄송하지만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에 대한 논쟁은 사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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