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열차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두 편 보았습니다.


2. 첫번째 뉴스는 인삼(흑삼)이 좋다는 뉴스입니다. 제목은 "흑삼 추출물, 고온 스트레스 방어ㆍ면역 도움” 유럽학회서 발표"입니다. 기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KGR-BG1은 근육과 비장에서 고온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반응인 염증 사이토카인의 증가를 억제해 염증을 저해하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해 면역질환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효성분인 "KGR-BG1은 사포닌 성분인 진세노사이드 Rg3, Rg5 및 Rk1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5번 증숙하고 건조한 흑삼으로부터 별도의 추출과정을 거쳐 제조한 것"이라고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세노사이드 Rg3가 들어 있는 추출물이 몸에 좋다는 겁니다.


3. 두번째 뉴스는 인삼이 나쁘다는 뉴스입니다. 제목은 "서울대 연구팀 "암세포 죽이는 인삼, 정상세포도 죽인다""입니다. 기사 중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암세포를 죽이는 데 효능이 있는 인삼이 정상인의 심혈관 건강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약학과 정진호 교수 연구팀은 인삼의유효성분인 'Rg3'가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과 동일하게 심혈관에서 정상 세포 기능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번엔 진세노사이드 Rg3가 독성이 있다는 겁니다. 


4. 두 기사에 다 등장하는 Rg3는 인삼/홍삼/흑삼에 다 들어 있는 진세노사이드입니다. 요즘엔 사포닌이라고 하지 않고 진세노사이드라고 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Rg, Rk 등은 진세노사이드 추출물의 TLC 분석시 Rf 값(이동거리)에 따라 원점에서 가까운 spot부터 붙여지는 이름으로 Rg가 red ginseng (홍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함량은 다르지만 Rg3가 홍삼에만 있는 진세노사이드도 아니구요.


진세노사이드 생합성 경로 (Front. Physiol., 19 March 2014 https://doi.org/10.3389/fphys.2014.00098)


5. 여기까지 보시면 그래서 인삼이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헷갈리시죠? 당연합니다. 하지만 저는 헷갈리지 않습니다. 원래 식품이라는 것이 저렇습니다. 그래서 식품은 양면성이 있다고 하지요. 사실 가공식품은 저 정도의 독성도 기능성도 다 부족한데 인삼/홍삼은 식품이라기엔 좀 애매하니까 기능성도 독성도 좀 더 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항암효과라고 하는 것, 특히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죽이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이고, 그런 물질 찾으면 식품이 아니라 약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대부분 식품 속 항암물질이라는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상세포에도 독성이 있습니다. 결국은 농도와 함량, 그리고 섭취 방식과 흡수율 등의 문제죠. 그리고 이번 Rg3의 독성관련 논문은 독성 기작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세포 대상의 실험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제 책 <솔직한 식품>에 정보 신뢰수준의 10단계가 있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솔직한 식품>에 언급한 정보신뢰수준의 10단계. (그림 협찬: 트위터 다림이님)


7. 제 생각에 통상적으로 인삼 제품을 먹을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조금씩 먹어 보다가 이상이 나타나면 명현반응이니 이런 생각마시고 중지하시는 편을 권하고 싶네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1. 저는 넓고 얕은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좋게 얘기하면 지적 호기심이 많은 거고 나쁘게 얘기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지랍이 넓은 것이죠. 하지만 전혀 문외한인 분야가 있으니 그게 미술입니다. 고등학교 때도 미술은 제일 못하는 과목이었고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야 할텐데 저는 미와 추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기도 합니다. 미추의 기준에 대한 반감도 많습니다. 그런 면에선 일종의 유심론자인 셈이죠. 


2. 김수정 선생님의 <그림은 마음에 남아>를 읽었습니다. 전에 미술과 관련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미술 관련한 책은 처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꽂이를 쓱 훑어봐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 책은 결어를 제외하고 40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략 그림이 60 작품 내외(한 꼭지에 한두 작품)가 소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 아는 그림이라고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과 <선한 사마리아 사람, 들라크루아 모작>, 그리고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정도뿐입니다. 아예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이 수두룩합니다. 솔직히 페르메이르도 모르는 작가입니다. 그냥 저 그림을 본 기억이 있을 뿐. 


아마도 내 생애 첫번째 미술 관련 도서 <그림은 마음에 남아> (김수정, 아트북스)

3. 제가 신입생들 첫 수업시간에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대학은 전공이나 취업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 앎을 넓혀가는 시기라는 겁니다. 그런데 아는 바가 없으면 보이질 않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갔을 때도,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이름의 작가 작품이면, 와 피카소네, 모네네, 드가네, 고흐네, 뭐 이러면서 그 작가의 이름표만 보지 그 작품을 감상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니 재미가 있을리 없었죠. 그러고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네, 뭐 이딴 소리나 하구요.    


생각보다 그림이 작아서 놀랐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4. 가장 훌륭한 선생은 교과서의 내용을 잘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내용을 배우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림은 마음에 남아>는 매우 훌륭한 책입니다. 적어도 저처럼 미술 문외한에게 그림을 보고 싶고, 알고 싶게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아내님이 매우감명 깊게 읽었다는 <그림에, 마음을 놓다>도 한 번 읽어볼 생각입니다. 원래 꽃과 그림이 눈에 들어오면 늙은 거다, 라는 편견도 좀 버리고 말입니다.^^


5. 그런데 이 책의 미술 작품 해설도 좋지만 나의 삶과 연결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솔직히 미술 작품과 내 삶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면에서 김수정 선생님의 일상과 작품을 글로 풀어내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읽다 보면 가끔 쓸쓸한 느낌이 들어서, 작가님께서 좀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6. 끝으로 <그림은 마음에 남아>를 읽고 엉뚱하게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약수동 1년 4개월, 오사카대학 기숙사 2개월, 동경 1년 4개월, 삼양동 9개월, 대전 2년 3개월, 미국 아파트 2년 2개월, 미국 하우스 2년, 부산 와서 2년마다 전세 메뚜기로 11년 등등 남의 집에서 살아오면서 집에 뭔가를 걸어 놓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남의 집에 못 밖는 것 싫어서 시계도 제대로 걸지 않고 살아 왔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 문단에 이런 글이 있는 겁니다.


제 방에 어울리는 그림은 뭘까요?


그러고 보니 전공인 생명공학보다 디자인에 더 뛰어난 후배 따라 갔던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고흐의 그림 포스터를 샀는데, 그 액자가 TV 스탠드 옆 바닥에 1년 반 동안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주말엔 그 그림부터 어딘가에 걸어 볼 생각입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오늘 이런 기사가 떴더군요. 

"내가 잔 침대에서도.." 케모포비아 확산..소비자 '분통'


최근 대진침대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의 최대 9배가 넘는 방사선 물질 '라돈'이 검출된 가운데 침대를 회수하는 리콜 조치가 원할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리콜 조치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케모포비아'(chemophobia·화학물질 공포증)의 확산이다.


소비자가 분통 터지는 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왜 그게 케모포비아일까요? 케모포비아로 이름을 붙이면 안된다고 봅니다.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오히려 분통의 대상은, 별로 효과도 없고 비과학적인 것들을 대단한 것인양 포장해서 파는 업체와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터뜨려야 할 것입니다. 언론과 방송에 나와 음이온이 좋다, 라돈이 좋다, 알칼리가 좋다, 뭐가 좋다, 이런 소리 함부로 하는 사람들과 그걸 이용해서 자기 잇속 챙기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닌데 왜 애꿎은 화학에다가 화풀이를 하게 두는 건가요? 예전 영화 <넘버 3>에 이런 부분이 나오죠. "솔직히 죄가 무슨 죄가 있어. 그 죄를 저지르는 x같은 새끼들이 나쁜 거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X 같아 하는 말이 뭔지 아냐?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야.
정말 X 같은 말장난이지. 솔직히 죄가 무슨 죄가 있어? 그 죄를 저지르는 X 같은 새끼들이 나쁜 거지."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화학 물질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모자나이트는 무려 천연 화학 물질입니다. 얼마 전 게르마늄도 그렇고, 이제 이런 사건은 화학에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화를 내야 합니다. 그냥 허접한 실험 한 두가지로 효능을 뻥튀기 하고 돈 버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함부로 기능성 신제품이라는 말 못쓰도록 말이죠.


물론 그게 쉽지 않습니다. 과학적 증거가 얼마나 쌓여야 정말 효능이 있다고 볼 것인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음이온이니 라돈이니 이런 거는 과학자들에게 조금만 물어보면 쉽게 답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시스템을 고민해야지 화학에게 화를 내서는 또 같은 일이 반복될 겁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따끈 따끈한 오늘 아침 뉴스입니다. 미국 몬태나 주립대학 연구진이 새로운 고세균(미생물학회에선 이제 고균으로 하기로 했죠)을 발견해서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논문을 냈다는군요. 그런데 이름이 재미 있습니다. Marsarchaeota인데 화성(Mars)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몬타나주립대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극한미생물연구로 유명한 곳이죠. 이번에 발견한 미생물들도 옐로우스톤 공원에서 발견한 것인데요. 왜 이름에 화성을 넣었냐면 이 미생물들이 화성 표면에서 발견되는 철산화물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화성이 불의 별인 이유가 붉게 보이기 때문이고 red planet 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화성에 철산화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죠. 요즘 국내외에서 우주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큰데 그래서 이렇게 이름을 붙인 것인가 싶기도 하구요.ㅎㅎ


붉은 별에서 살아 남기 위한 영화 <마션>의 한 장면


Marsarchaeota는 하나의 미생물이 아니라 종속과목강문계의 문(phylum)입니다. 즉 큰 범위의 미생물 집단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제가 쓰다 만 극한미생물학 책에는 고세균의 문이 3개(Crenarchaeota, Euryarchaeota, Korarchaeota) 있다고 썼는데 지난 10년 동안 계속 새로운 고세균들이 발견되었고 그 동안 여러개의 문이 제안되었습니다. 아마 올 가을 국제극한미생물학회에서 여기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Marsarchaeota는 두개의 하위 그룹으로 나뉘고 산성 조건, 미세호기적 조건, 온도 범위는 50도에서 80도 정도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화성은 호기 조건이 아니잖아...ㅎㅎ) 


최근 학교 일 때문에 평균 귀가 시간 12시 반인 상황이라 기분 전환 겸 블로그 포스팅 하나 하고 갑니다. 아직 논문 원문은 읽지 못했네요. 나중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그 때 또 하죠.ㅠㅠ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0. 이 글은 물뚝심송 박성호님에 대한 기억을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남겨 놓기 위해 쓴 글입니다. 


1. 그를 처음 기억하는 것은 소위 황빠의 난 시절. 내 인터넷 흑역사 중의 하나인 바로 그 때였다. 당시 난 11개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황우석을 '비판적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그의 연구결과가 대서특필되고 그 엄청난 과학적 성취에 놀랐던 나는 고의든 사기든 11개 중에 가짜가 몇 개는 있을 수 있어도 전세계 누구도 못한 걸 해낸 황우석을 완전히 사기꾼 만들면 안된다는, 지금보면 바보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우석의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었고, 아예 황우석의 첫번째 논문도 사기였고, 나는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이후로 정치에 관련된 글을 공개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물뚝님은 그 당시 혈혈단신으로 황빠의 난을 제압한 장판교의 장비 같았다. 

물뚝님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2. 그 이후로 그의 글을 탐독했다. 그러다가 그를 글이 아니라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만났다. 스스로를 희화화하는데 주저하지 않던 그는, 풍부한 상식으로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지적유희를, 많은 경우 아재개그를, 가끔은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가 갑작스럽게 그알싫을 떠날 때, UMC가 혼자 울먹이며 하차 예고 방송을 했을 때 나도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3. 그를 다시 만난 건 트위터에서였다. 나는 그를 팔로우했지만 그는 나를 팔로우하지 않았는데도 가끔 내 트윗을 인용하거나 멘션을 보냈다. 내가 트위터를 떠난다고 했을 때, "그간 좋은 말씀 고맙게 잘 봤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생각지도 못한 멘션을 받기도 했다. 내 책을 구입한 사진도 트윗에 올린 것을 보면 어쩌면 서로 북마크를 해놓고 조용히 의견을 듣는 관계였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받았던 가장 의외의 기억

4. 사실 그의 트윗량이 너무 많아 그를 몇번 언팔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를 끝까지 팔로우한 이유는 조금 엉뚱한 데 있다. 내가 그에게 몇 번 왜 그알싫을 그만뒀냐고 물었는데, 그는 한 번도 그 이유를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사람의 헤어짐에 서운함이나 의견충돌 같은 것이 없을 순 없었을텐데, 적어도 그는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신중한 사람이었다.


5. 그가 구강암 투병을 한다고 했을 때 가끔 그를 위해 기도했다. 최근 우리 정치사에서 큰 일이 벌어졌음에도 그의 글과 트윗이 올라오지 않을 때마다 그를 위해 기도했다. 하지만 온갖 세상의 문제와 싸워서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병마와 싸워 이기진 못했고 너무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6. 이젠 내가 그의 말을 돌려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간 좋은 말씀 고맙게 잘 봤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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