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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25일은 왓슨과 크릭의 DNA 3차 구조 논문이 네이처에 실린 지 꼭 6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경향신문 과학오딧세이를 그만두면서 마지막으로 썼던 글의 주제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글이 나가고 얼마 안 있어 YTN 사이언스TV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과학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과학, 미래를 열다)이 있는데 그와 관련된 내용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얼떨결에 하자고 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혼자서 20분 정도 떠들어야하는 방송이었단 말이죠. 그것도 관객이나 진행자도 없이 혼자서 카메라 앞의 프롬프터 보고 원고 읽는...ㅠㅠ 실제로 해보니까 라디오할 때와는 느낌이 또 전혀 다르더군요. 옆에 사람이 있어서 맞장구 쳐주면서 주고 받는 맛이 없으니,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설픈 연극을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래도 갑작스런 녹화는 잘 끝났고 오늘은 여기에 그 방송 원고 초고를 올립니다. 실제 방송 원고는 프로그램 PD님과 작가님에 의해 약간 바뀌었거든요. (방송이 공개될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만...)  


아마 제 블로그를 열심히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다 한 번 쯤은 들어보셨던 내용일 것입니다. 주된 이야기는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환갑맞은 DNA의 미래에서 했던 이야기고, NGS에 대한 것은 경향신문 사이언스 톡톡 (Talk Talk), The 1000 Genomes Project 에서 다뤘었고, 유전자 분석에 대한 이야기는 올해의 발명과 유전자의 세계에서 가져온 내용이니까요. 그런데 방송 녹화를 하고 나서 유전학과 관련된 재미있고 유학한 트윗을 올리시는 김태형 박사님(@socialego)께서 "23andme가 게놈시퀀싱은 비싸고 에러도 많고 데이터량에 비해 유용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DTC로 서비스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군요. 당분간 DTC 서비스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는 트윗을 올리셨더군요. 맞춤의학이 갈 길이 간단치만은 않은 듯합니다. 


참, 그리고 원고의 수준을 중2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하셔서 나름 쉽게 풀어낸다고 약간 비약과 축약이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제목도 DNA의 무한질주로 바뀌었고 프로그램의 컨셉에 맞춰서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약간은 희망적인 것으로 이야기했다는 것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영상을 보시고 싶은 분은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크롬이나 스마트폰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네요. YTN 사이언스TV 앱을 깔면 잘 보입니다.) 그런데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릅니다. 


과학, 미래를 열다 : DNA가 열어갈 새로운 시대 - 이한승 (신라대학교 바이오식품소재학과)


오프닝


안녕하십니까. ‘과학, 미래를 열다’ 이한승입니다. 저는 오늘 DNA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눠보려고 합니다. 흔히 유전물질이라고 불리는 DNA는 과학을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특히 어제인 4월 25일은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보고한 지 정확하게 6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지난 60년 동안 DNA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었고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오늘은 DNA 연구가 이루어 놓은 업적과 새롭게 열어갈 미래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환갑을 맞은 DNA 혁명 : NGS와 NNGS 기술


왕년의 유명 축구선수 차범근씨와 그 아들 차두리 선수를 보면 매우 닮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요. 우리는 주변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 외모나 성격 등이 매우 닮은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유전물질인 DNA가 발견되기 전부터 사람들은 무언가 아래 세대로 전해지는 어떤 특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특성을 유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한 결과, 20세기 초에 우리가 핵산이라고 부르는, 세포 핵 안에 들어있는 산성물질인 DNA가 유전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꼭 60년 전인 1953년 4월 25일, 미국 태생의 스물다섯 살짜리 어린 박사였던 제임스 왓슨과 그보다 12살이나 더 나이가 많았지만 박사 학위조차 없었던 영국인 프랜시스 크릭, 이 두 사람이 DNA의 구조를 밝힌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합니다. 이때로부터 소위 DNA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이 발견은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의 하나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DNA는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생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체물질은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은 생체를 이루는 구성 물질일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대사 반응을 촉매하는 주요 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단백질들은 DNA로 구성된 유전자들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게다가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은 20가지나 되지만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사이토신(C), 티민(T)의 단 4가지 종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스무가지 서로 다른 아미노산의 서열을 분석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지만 4종류에 불과한 DNA의 서열을 분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매우 간단하고 쉽습니다. 이렇게 DNA 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DNA 시퀀싱(seuuencing)이라고 합니다. 현재 DNA와 관련된 기술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한 기술이 바로 이 DNA 서열분석, 시퀀싱 기술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대학원에 처음 들어간 20년 전에 3천개의 DNA 서열을 분석하는데 딱 1년이 걸렸습니다. 그 방법은 생어(Sanger)가 개발한 생어 시퀀싱이라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몇 년 후에 DNA 자동서열분석기 (automatic sequencer)가 개발되면서 제가 박사학위를 졸업할 때 쯤에는 3천개의 DNA 서열을 분석하는데 1개월 밖에 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Human genome project)라는 말을 들어 보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바로 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이 자동서열분석기를 이용하여 인간의 전체 DNA 서열을 분석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인간은 하나의 작은 세포, 그 중에서도 핵 안에 무려 2m 가까운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제가 대학원 초년생일 때 사용했던  실험방법으로 30억 개의 DNA 서열을 혼자서 읽었다면 10만년이 걸리는 정도로 방대한 양입니다. 그런데 DNA 구조의 발견자이자 DNA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임스 왓슨이 인간의 모든 DNA 염기 서열을 분석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 와중에 자동서열분석기가 개발되면서 10년이 조금 넘게 걸려서 2000년 3월에 인간 유전체 지도 초안을 발표했고 DNA 구조분석 50주년인 2003년에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3백만 개 정도의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 미생물 하나의 전체 게놈을 밝히는데 걸리는 시간은 1개월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초고속 DNA 서열 분석 기술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여 13년이 넘게 수조 원 가까운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어 해냈던 인간 게놈 분석을, 현재는 수개월 정도로 단축하였고 그 비용도 천만 원이 채 들지 않을 정도로 감소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까요? NGS 기술보다 더 발전된 소위 3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NGS, Next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염기서열 분석법은 소량의 DNA를 증폭해야 했으나 이  NNGS 기술은 아예 DNA 단일 분자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극소량의 DNA만 가지고도 염기서열의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방법이 상용화 된다면 개인의 유전체(게놈)을 100만원에 분석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결국 인간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 의학의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DNA와 유전학이 열어갈 미래, 맞춤 의학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가운데는 1997년도에 나온 <가타카>라는 영화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생명공학이 열어 놓은 미래를 그린, 가장 대표적인 영화인데요. 이 영화의 제목인 가타카(GATTACA)는 영화 속에서 우주 탐사를 하는 회사 이름이기도 하지만 DNA 염기 서열로만 이루어진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DNA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에서 그리는 미래는, 태어난 아기의 피 한 방울로 아기가 걸릴 다양한 질병의 확률을 알려주고, 머리카락이나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로 사람의 신분증을 대신하는 사회입니다. 바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죠.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에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문제점을 강조하고 반성하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실제로 이러한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실 이미 미국에서는 신생아에 대한 약 서른 가지의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얼마 전까지 매년 그 해의 발명 50건과 그 해 최고의 발명품을 발표해 왔는데요. 지난 2008년에 선정된 최고의 발명품은 단돈 399불짜리 유전자 테스트 키트인 "트웬티쓰리앤드미(23andMe)"라는 희한한 이름의 제품에게 돌아갔습니다. 제품 이름의 23은 인간 염색체 쌍의 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해석해 보면 “23개 염색체 쌍과 나”라는 뜻입니다. 이 키트에는 작은 튜브가 하나 들어있을 뿐인데 제품 속 튜브에 침을 뱉은 후에 회사로 보내면 그 침으로부터 DNA를 분리하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여러 가지 알려진 질병과의 연관성을 검사해줍니다. 이 키트가 특히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이 회사의 설립자 때문인데요. 그 사람의 이름은 앤 워지스키 (Anne Wojcicki)로 구글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세르게이 브린의 부인입니다. 아시다시피 구글은 전 세계적 인터넷 기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키트의 개발로 생명공학기술과 IT가 접목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미 23andMe 외에도 내비제닉스(Navigenics),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 진 플래닛(GenePlanet) 등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주는 회사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유전자 분석을 통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특정 질병, 예를 들면 뇌와 관련된 유전자만 분석해주거나, 당뇨병과 관련된 유전자만 분석해주는 서비스들도 더욱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유전정보를 직접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Direct-to-Consumer, DTC 유전자 분석(Genetic testing)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업은 결국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의학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란 “개인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조사해 이에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해 나가는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미래에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통해 그 사람에게 가장 알맞은 cure와 care (치료와 관리)를 제공하는 의학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약물의 효과는 개인 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두 개 유전자 서열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서 단백질의 기능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개별 유전자들의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때로는 큰 형질의 차이를 만들고 심지어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전병들인데요.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 의학은 이러한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관리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잘 알려진 예이지만 페닐케톤뇨증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막걸리나 다이어트 음료의 성분 표시를 보면 아스파탐이라는 감미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스파탐의 옆에는 꼭 페닐알라닌 함유라고 씌어 있는 것을 보실 수가 있는데요. 이는 페닐알라닌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을 대사하지 못하는 페닐케톤뇨증 환자들에게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 위해서 표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페닐케톤뇨증은 대부분 12번 염색체의 페닐알라닌 수산화효소(phenylalanine hydroxylase)의 변이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병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진단할 수 있고 페닐알라닌 섭취를 조절함으로써 심각한 장애가 생기는 것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담배와 폐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인간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담배와 폐암의 상관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유전자로 밝혀졌습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염색체가 쌍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도 두 개씩 존재하는데 이 유전자가 한 쪽에만 변이가 일어나면 폐암 발병율이 약 28% 더 높아지고 양쪽 모두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폐암발병률이 무려 81%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이런 유전자 변이를 미리 진단함으로써 이 유전자를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적극적으로 금연을 하도록 미리 경고할 수 있겠죠. 


앞서 말씀드린 차세대 및 3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법이 급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수많은 유전자들과 질병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유전자의 기능이 밝혀질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유전자 분석은 수십에서 백여 종 정도의 유전자 분석에 그치고 있지만, 미래에는 훨씬 더 많은 유전자와 질병과의 관계가 밝혀질 것이고 이에 따른 개인 맞춤 의약품이나 건강관리 프로그램들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원인 유전자에 따라 다른 약을 사용하는 것이죠. 아울러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과 맞춤 의학이 접목된다면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 통신 기기를 통하여 개인의 유전정보를 원격 분석하는 세상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영화 <가타카>에서도 보았듯이 이러한 유전자 정보는 중요한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서 다뤄야 하고, 특히 개인의 유전자가 차별이나 배제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3. 인간과 미생물의 공존, Microbiome으로 건강한 사회


최근 들어 인간의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는데요. 지난 2006년 12월 과학저널 네이처엔 비만과 장내 세균의 분포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놀라운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사람의 비만 정도에 따라 장내 세균의 종류가 달랐을 뿐 아니라 장을 깨끗이 비운 쥐에게 서로 다른 종류의 세균을 주입하였을 때 그 체중에 차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비만의 원인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장내에 갖고 있는 미생물에게도 있다는 것인데요. 우리는 흔히 우리 몸 속 미생물은 장내 미생물만 생각하지만 장내 미생물 외에도 피부나 구강, 배꼽 등 우리 몸의 다양한 곳에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러한 미생물들을 통칭해서 마이크로비옴(microbiome)이라고 부릅니다. 


마이크로비옴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 미생물의 숫자는 인간의 세포 수보다 10배나 많고 그 미생물들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개수는 인간의 유전자의 개수보다 150배나 많습니다. 따라서 지난 2008년부터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이은 인간 마이크로비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가 가동되어서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과 함께 사는 미생물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래에는 장내 미생물이나 구강 미생물을 조정하여 비만과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고 구강 위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여 특정 약물이나 기능성 원료들의 흡수력을 높이거나 장에서 유독한 물질의 생산을 억제하거나 분해를 촉진하여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4. DNA를 이용한 정보 저장 


DNA는 생체 유전 정보 물질이지만 최근에는 DNA를 정보 저장의 소재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래에 DNA가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제가 컴퓨터를 처음 샀을 때 하드 디스크는 40메가바이트 짜리가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파일 하나가 40Mb를 넘는 경우가 많지요. 그만큼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었고, 때문에 이런 정보들을 오랜 기간 동안 안정하게 보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DNA는 컴퓨터 저장매체인 하드디스크나 자기 테이프보다 안정하고 데이터 집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미래 정보 기록 매체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DNA는 수천 년전 미이라나 동물 사체 등에서도 잘 보존되어 발견될 정도로 안정한 물질입니다. 또한 DNA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세포 속의 핵 속에 무려 2m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콤팩트하고 고차원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1g의 DNA에 무려 46만장이 넘는 DVD를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궁극의 저장매체로 불리고 있습니다.  


DNA를 이용한 정보 저장은 2009년부터 시도되었지만 작년 8월 하버드 의과대학의 죠지 처치 교수가 자신의 책 <재창조:합성생물학은 어떻게 자연과 우리를 재발명하는가>(Regenesis: How Synthetic Biology Will Reinvent Nature and Ourselves)라는 책 전체를 DNA에 텍스트 파일로 저장한 것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으로 발표하여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유럽 생물정보학 연구소인 EBI(European Bioinformatics Institute)의 과학자들이 60년 전에 왓슨과 크릭이 발표한 DNA 구조에 관한 논문과 세익스피어의 연작시 전집과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연설의 오디오 클립, EBI 연구소의 사진 등을 DNA에 저장하여 과학 저널 네이처에 보고함으로서 DNA가 미래의 저장매체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비록 지금의 기술로는 엄청난 비용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유전자 서열 분석의 비용이 지난 9년 동안 1백만 분의 1로 감소한 것을 생각해보면 언젠가 우리 후손들은 DNA로 된 하드 디스크나 저장 장치를 통해 선조들의 업적을 감상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클로징 


오늘은 이렇게 DNA 구조 발견 60주년을 맞아 DNA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알아 봤는데요. 이러한 기술들이 잘 사용되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질병의 발병을 잘 관리하고, 질병에 걸렸을 때 맞춤 약품으로 치료하고,  몸 속 미생물들을 조절하여 비만이나 충치를 억제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와 아울러 혹시 모르는 유전 정보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인류의 지혜를 잘 모아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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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 눈에 들어온 재미난 뉴스는 이것입니다. 


윤성규, '삼겹살 황사 효과 없다' 발표 오판 인 

윤 장관은 "국민에게 건강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진에 한 연구자가 발표한 게 올라왔다. 실무진이 그 부분을 국민이 아시면 좋겠다고 해서 보도자료로 냈다"고 경위를 설명한 뒤 "의원님 지적대로 자료를 낸 시점이 시의적절하지 않았고 이견도 있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오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돈농가가)어려운 시기에 환경부가 국민을 위한다면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 오히려 누를 끼쳤다"고 인정하며 "앞으로는 유의해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향후 방침을 밝혔다.

이 해프닝은 며칠전 환경부에서 "황사에는 삼겹살? 빨리 귀가해서 씻는 것이 최선!"이라는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보도자료는 환경부에서 발행한 웹진 모음집을 소개하고 있고, 그 속에 황사와 관련된 짧은 글 두 편이 들어 있고, 그 중의 한 편에 이런 부분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3 환경을 알면 건강이 보입니다. 웹진모음집 제3호, p87


사실 이 내용은 여러번 기사로 다루어졌고 이미 인터넷이 많이 퍼져있는 내용입니다. 저 글의 출처도 식약처에서 나온 것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이 내용을 살짝 다룬 적이 있었죠. (참고: 황사에 삼겹살?)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최근 돼지값이 폭락하면서 양돈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돈업계에서 반발을 하게 되고 급기야 야당 국회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몇몇 언론에 반론 기사("황사에 삼겹살 도움안된다고?"... 돼지농가 '발끈')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 과학적 연구와 관련된 것은 돼지고기 섭취와 중금속 배출이 대표적인데요. 돼지고기 섭취로 카드뮴이나 납과 같은 위독성 중금속 배출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죠. 


과연 정말로 돼지고기를 먹으면 중금속 배출이 촉진되느냐도 논란입니다만 일단 그건 차치하고, 황사에 위독성 중금속은 많이 들어 있을까요? 황사 속에 위독성 중금속이 많이 들어 있어야 돼지고기를 먹어서 그걸 배출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최근까지의 자료를 보면 황사시 납, 카드뮴, 크롬과 같은 위해성 중금속 함량은 비황사시와 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적다고 합니다.   

 2007년도 황사 속 중금속 농도에 대한 연구 발표를 보면 황사 시 철과 망간의 농도는 매우 높아 지지만 납, 카드뮴, 크롬과 같은 위험한 중금속의 농도는 비황사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한국대기환경학회 2008년도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 2008 Apr. 24, 2008년, pp.372-374


같은 해에 나온 또 다른 논문(아산지역의 황사/비황사시 PM, PM 농도특성에 관한 연구)을 봐도 역시 유해 중금속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환경공학회지 v.30 no.11, 2008년, pp.1111-1115



조금 오래 지났지만 2003년에 발표된 논문(황사와 비황사기간의 중금속 농도분포 특성: 2001년 황사기간에 대한 비교연구)에도 황사와 중금속과의 관계에 대한 데이터가 있는데 여기서도 위해성 중금속 농도는 황사기간에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한국대기환경학회지. 2003년 v.19 no.1, p.47



위의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황사 속에 철, 망간, 아연, 알미늄 등의 농도는 크게 높지만 카드뮴, 납, 크롬 등의 위해성 중금속 농도는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 황사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므로 돼지고기 또는 지방 섭취로 혈중 카드뮴이나 납 농도가 낮아졌다는 결과를 황사에 삼겹살을 먹어야 하는 근거로 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는 황사를 핑계로 돼지고기를 먹겠습니다. 맛있으니까요!!!  


참고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지방 섭취량과 혈중 납 농도가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는 다음 링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논문 초록 맨 마지막을 꼭 읽어보세요.

http://www.ncbi.nlm.nih.gov/pubmed/22647239


그리고 한의학 쪽에서 바라보는 "진실"은 아래의 링크와 같다고 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진실이 그렇다면 한의학 관련 논문 같은 근거를 대주시면 좀 좋을텐데, 라는 아쉬운 생각이 드네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40608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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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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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인 2011년 8월 25일부터네요. 19개월 동안 딱 스무편의 글을 썼습니다. (경향 과학 블로그 사이언스 톡톡에 처음 쓴 것은 2010년 11월이니 2년 반이 되어 가죠.) 스무번째 글의 주제는 그 유명한 "DNA"입니다. 원래 DNA 구조 발견 60주년이 4월 말이기 때문에 다음 달에 쓰려고 했다가 이번 글이 마지막 글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쓰려고 모아두었던 주제들을 다 땡겨서 썼습니다. 원래는 DNA 구조 발견 60 주년에 관한 것이랑, <청진기가 사라진다>와 <생명의 언어>에서 다루는 유전학과 의학에 대한 것이랑, DNA를 정보처리 기술로 응용하는 것이랑, 다 따로 따로 쓰려고 했지만 다음이 없기 때문에 그냥 짧게 다 써버렸네요.^^ 경향신문 과학칼럼은 다음 달 부터 새로운 필진들을 모시고 시즌 2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 책들과 관련해서 글을 한 번 쓰려고 했는데 아쉽네요.


예전에 정치 이야기 같은 잡글 쓸 때는 그냥 내 생각만 적으면 되었지만 과학 이야기는 자료를 찾거나 확인하는 시간이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바쁜 와중에 원고를 써야 할 때가 종종 있어서 힘들기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었기 때문에 좋은 시간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공부도 많이 되었구요.


솔직히 신문에 쓰는 글은 인터넷에 쓰는 글보다 반응도 별로 없고, 원고지 12장으로 압축해서 써야 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압축해서 쓰는 것이 재미있어 지더군요. 사실 이런 저런 반론 들어올 것까지 다 감안하며 글을 쓰다 보면 글이 너무 길어지고 중구난방이 되거든요. 


아무튼 나중에 쓰려고 했던 몇가지 주제들(예를 들면 음식 궁합은 없다, 같은 것들!)이 남아서 좀 아쉽지만 이제 마지막 숙제를 마쳤으니 앞으로 새로운 뭔가를 좀 구상해봐야겠습니다. 인터넷 공간을 좀 떠나 지내려던 계획을 실행에 옮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구요.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아무튼 마지막 칼럼, 관심 있으신 분들은 즐감하세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 환갑을 맞은 DNA의 미래 (전문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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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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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이언스에 흥미로운 트윗 하나가 실렸습니다. 내용은 "Higgs Confirmed, Habitable Mars, and No Secrets on Facebook: Check out this week's top stories!" 그러고보니 이번 주에는 과학 관련 빅뉴스가 많았죠. 힉스 입자가 확인되었다고 했고 화성에 생물이 살지도 모른다고 했죠(솔직히 이건 좀 식상하지만). 그런데 마지막에 페이스북과 관련된 내용이 있더란 말이죠. 



아니, 사이언스에 무슨 페이스북에 대한 논문이 실렸나 봤더니 사이언스에 실린 내용이 아니라 다른 저널에 실린 논문을 소개하는 뉴스 기사더군요. 그 기사 제목은 "Facebook Preferences Predict Personality Traits." 가만 읽어보니 PNAS에 실린 논문을 소개하는 기사였습니다. 물론 PNAS는 peer review 저널이 아니라고 약간 무시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각주:1] PNAS가 어딥니까? 그래서 논문을 찾아보니 social sciences 분야에 실린 논문이더군요. 

PNAS에 실린 논문의 캡쳐


위 논문은 58,0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인데 이 방법으로 여러가지 개인 특성을 추정한 결과, 백인/흑인 여부는 95% 정확도을 보였고 성(gender)은 93%, 남성 동성애자 (gay) 88%, 지지정당 85%, 종교(기독교 or 이슬람)는 82%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여성 동성애자의 추측은 75%로 낮게 나왔네요. 가장 정확도가 낮았던 것은 21세에 부모와 함께 살았는지의 여부인데 60% 정도만 맞췄다고 하는군요. (아래 그림 참조!)

Michal Kosinski et. al., PNAS, 2013 (early publication, page is not fixed)


사실 뭐 이런 결과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페이스북의 개인 프로파일을 보고 그 사람의 성향을 대충 파악하고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은 글은 아예 그 사람이 읽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요. 물론 다른 분들도 제 활동이나 "좋아요" 기록을 보고 저를 대충 파악하시겠죠. 그래서 사실 논문의 내용보다는 이런 논문이 실렸다는 것이 더 놀라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 정보들이 수집되고 관리되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은 매우 높겠죠. 그렇지만 사실 구글님이 계신데 페북이 뭐 그리 대수냐 싶기도 합니다. 이미 조금만 노력하면 인터넷에서 신상털기는 꽤 쉬우니까요.     


흥미로운 것 한가지는 저자 중 한 명이 Microsoft Research 소속이라는 것입니다. MS가 경쟁사(?)를 열심히 분석한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요? 이런 논문으로 페북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페북을 위축시키려 하는 것은 아닐지 의심한다면 지나친 음모론이겠지요? 아무튼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누구나 논문 원문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논문을 그냥 공개한 것도 약간 의심스럽군요. ㅎㅎ)


Private traits and attributes are predictable from digital records of human behavior (Michal Kosinski et al., PNAS, 2013)



  1. 첫번째 댓글 참조해주세요. 모든 논문이 peer review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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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트위터에서 화제의 뉴스는 프랑스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가 GM작물 지지자로 입장을 바꿨다는 뉴스였습니다. 기사 속에 인용된 그의 발언은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예를 들면 "GM 반대운동은 명백한 반과학운동"이라거나 "15년 이상 3조나 되는 GM식품을 먹었으나 단 한 건도 위해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기농 음식을 선택해 사망한 사람들은 있지만 GM 식품을 먹고 사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우리는 더 이상 GM이 안전한지 아닌지 논의할 필요도 없다" 등의 발언이 그렇습니다. 그의 발언은 Oxford Farming Conference에서 나왔다는데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이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의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만 제 생각에 이제 GM 작물의 문제는 안전성이 아니라 경제성, 특허와 자본 종속 등의 좀 더 복잡한 문제로 전환되어야 하고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생각은 지난 11월 말에 있었던 LMO 포럼 토론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전문가 입장에서 참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 과학자의 시각을 이야기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는데 제가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에 썼던 "변형"과 "조작"사이라는 글을 보시고 저를 부르셨다고 하시더군요. 아무튼 나름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만 그 때의 발제문을 옮겨봅니다. 



GMO(LMO) 정보 유통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유전자변형작물 상업화의 역사가 1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일각에서 유전자변형생물(LMO)은 뜨거운 감자이며 찬반양론이 이분법적으로 뜨겁게 부딪히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세계관이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지기 매우 어렵다. 현재까지 그나마 가장 합의 가능한 부분은 “GMO 표기”에 대한 것이었는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의 주민투표에서 보듯이 GMO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GM 작물을 이용한 가공 식품의 범위를 정하는 것 또한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를 다루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GM 작물이 특별한 인체/동물 위해성을 나타낼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식품을 먹는다는 것은 그 식품 속의 다양한 유전자와 효소 등을 함께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에서 100% 확실한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심리적 염려를 만족시킬 만한 충분한 증거란 기본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LMO 수입, 유통, 가공 과정 중의 안전 관리 제도는 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하에 사료용이든 식품용이든 큰 문제없이 타당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 유출의 사각지대까지 완전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여전히 문제는 더 근본적이며 더 심리적이다. 수입부터 가공까지 LMO가 잘 관리된다는 사실이 LMO의 안전성을 담보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관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에 대한 신뢰의 문제까지 제기하는 측도 있을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GM 옥수수를 2년간 섭취한 쥐의 암 발생률이 높다는 논문에 대한 보도와 같이 잊혀질 만하면 튀어나오는 뉴스와 방송에 불안감을 쉽게 거두긴 어렵다. 특히 자극적인 뉴스에 더욱 눈길이 가는 사람의 속성상,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뉴스보다는 위험하다는 뉴스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어 있고 소비자의 인식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까지 LMO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양면적이다. 즉 LMO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으면서도 규제해야 한다는 비율 또한 9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에 있어서 TV나 인터넷 뉴스 등의 매체가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건강 관련 도서”가 있다. 대부분의 식품 관련 TV 다큐멘터리들은 조금은 편향된 건강 관련 도서들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책들은 생태주의 또는 자연주의에 관심 있는 소그룹들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방송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반면 GMO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는 내용을 담은 책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런 류의 정보는 논문이나 학회 뉴스레터 등에만 소개가 되고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일반 소비자의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과거 안전성에 대해 큰 도전을 받았던 MSG나 밀가루의 사례 등을 분석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한 GMO 개발업체 측에서는 대중의 궁금증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며 그 효용을 과장하기보다는 가능하다면 중립적인 연구자들을 통한 공동 연구 및 공동 검증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대로 시민단체 측에서는 근거 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과 마찬가지로 증거 중심으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최근 GM 작물이 살충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든다는 연구에 대한 보도에서 보듯이 LMO 반대의 목소리는 인체 위해성보다 환경 문제, 그리고 종자에 대한 특허권과 자본 종속의 문제 등 사회 경제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GM 작물의 위해성 여부가 1라운드였다면 이제 2라운드로 진입하는 국면이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책과 고민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로 발제문에 나오는 캘리포니아 GM 표시에 대한 주민투표는 여기를 참고해 주시기바랍니다. 


그런데 이 포럼이 사실 환경일보에 유전자조작식품 유통관리 안심할 수 있을까?라는 기사로 실렸었습니다. 저의 발제 뿐만 아니라 그 때 나온 이야기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위의 링크를 누르셔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사진이 나오니까 놀라지는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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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O(유전자변형생물체)포럼 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주관하는

제9차 LMO포럼이 27일 서울 로얄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 김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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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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