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식품> 책 내고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여름 방학까지 약간 외도(?)를 했습니다. 간간히 강연이나 방송 출연 같은 것을 좀 한 것이죠. 그 중에서 최근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그알싫)에 출연했습니다. 솔직히 방송 출연은 부담스러워 몇 번 거절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알싫은 냉큼 오케이를 했습니다. 물론 유승균 PD와 부산에서 만나서 면접을 보고, 서울에서 한 번 더 만나서 최종 컨펌을 받는 등 시간이 걸렸지만 제 마음 속으로는 이미 오케이를 했죠. 그 이유는 제가 이 팟캐스트를 좋아하고(구독하는 3가지 팟캐스트 중 하나), 팟캐스트라는 매체에 큰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은 대부분 정해진 포맷이 있고 거기에 제 이야기를 맞추는 것이라면 팟캐스트는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첫 주제는 스테비오사이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주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검색어 1위에 스테비아가 올라간 것을 봤거든요. 방송은 두 주에 걸쳐서 나갔는데 사실 한 주치로 준비했다가 이야기가 길어져서 2회 분량으로 나눴습니다. 제 주관적인 감상으로는 첫번째 주 것은 조금 덜 재미있고 두번째 주 이야기가 좀 더 나은 것 같은데 그게 방송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과거 스테비오사이드 사건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라고 여기에선 몇가지 뒷이야기와 A/S를 해보려고 합니다. 



238c. 식품공학 덕질기:소주와 스테비오사이드(2/1) 팟빵, 유투브, itunes 


239c. 식품공학 덕질기:소주와 스테비오사이드(2/2) 팟빵, 유투브, itunes  



일단 제가 말을 제멋대로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소위 하이퍼링크형 말버릇(문장을 끝내지 않고 다른 문장으로 건너뛰는 말버릇)과 최순실형 말버릇(이런, 저런, 그런,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의 과용)이 있더군요. 딴지 김어준 총수가 자주 하는 말로 유시민 작가 같은 분들은 강연 녹음을 풀면 주술 구조가 딱딱 맞는다고 하죠. 저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데서 듣는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게다가 몇몇 문장은 완전 잘못 이야기해 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단맛을 어떻게 재느냐 이야기하다가 "만약에 기계로 재지 않았으면, 184.5배 이렇게 나오지 않았겠습니까?"라고 말했는데 "기계로 쟀으면"이 옳은 표현이었죠.ㅠ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행자들과의 호흡이 부족했습니다. 중간 중간 들어오는 재미있는 멘트(이게 없으면 방송이 재미가 없죠)에 제대로 주고 받는 반응을 못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스토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멘트가 나올 때 다른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멘트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구요. 솔직히 1부 앞의 미드 하우스 이야기는 무슨 뜻인지 제가 잘 이해를 못했습니다. 


끝으로 탈리도마이드나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를 끝에서 이야기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했는데 편집된 것도 같은데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일단 저런 사건은 매우 비극적이지만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고 식품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탈리도마이드는 약과 관련된 사건으로 저 사건을 계기로 약품의 안전성은 훨씬 더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는 이야기가 좀 복잡한데 가장 큰 헛점은 호흡독성을 무시했던 것이었죠. 하지만 거의 모든 식품은 일단 구강섭취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체내로 들어오고 소량 사용하는 첨가물이 아닌 대부분의 식재료는 인류가 먹어오던 것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스테비오사이드도 파라과이 사람들이 먹어오던 재료였구요. 


그리고 방송 내용에서 몇가지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를 바로 잡자면, 국회의원들이 국감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 무조건 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후발 소주 업계가 다 스테비오사이드를 반대하는 마케팅을 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대부분의 주류업계는 스테비오사이드의 안전성을 옹호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인사이더 월드라는 매체가 두번째 한 반론이 소주에서 스테비오사이드 배당체가 잘라진다는 것은 아니고 스테비오사이드가 해롭다고 다시 주장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으셨으면 합니다. 


사실 인공감미료는 꼭 10년 전 제가 신라대 공개강의할 때 했던 내용으로 첫번째 슬라이드가 바로 아래 그림이었습니다. 아무튼 제게는 다른 방송보다 훨씬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들으신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이상으로 방송 후기를 마칩니다.


10년 전 공개강의 첫 슬라이드 (당시엔 스테비아는 없었는데 후에 추가)


[덧붙여서] 1편에서 홈쇼핑 이야기 하다가 보통 남편들이 홈쇼핑 채널을 지운다는 표현 때문에 기분 나빠 하신 분들이 계시던데 제 경우는 아내가 시켜서 지우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TV 홈쇼핑에서 뭔가를 구입한 적이 딱 한 번 있고(스톤코팅 프라잉팬 5종 세트), 제 아내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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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 저기서 용혈성요독증후군(HUS, Hemolytic Uremic Syndrome), 소위 '햄버거병'에 대한 뉴스와 관련 의견들이 들려옵니다. 먼저 어린 아이가 아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안타깝고 원인이 잘 밝혀지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런 식중독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관심을 많이 받는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HUS가 햄버거병이 아닌 까닭"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여러 식품 또는 의학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이 햄버거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SNS에서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시간을 갖고 면밀히 조사해보지 않고는 그 원인을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이 기사에서 이야기한 2011년 독일의 HUS 사례는 이번 국내 사건과 다른 케이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즉 독일의 사례를 보면 HUS가 꼭 햄버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번 국내 사건이 햄버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성급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련한 몇가지만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1. HUS를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타당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이 병을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햄버거를 먹네 마네 하는 논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햄버거병'보다 훨씬 더 많은 사상자가 많이 나는 비브리오 패혈증을 어패류병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주로 닭고기 먹고 걸리는 캠필로박터 식중독을 닭고기병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미국에선 시금치로 인한 식중독도 흔한데 시금치 병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왜 오염된 햄버거 패티를 먹고 생겼던 병은 햄버거 병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아마도 햄버거는 정크 푸드, 라고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낙인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실 HUS는 꼭 덜 익은 햄버거 패티 때문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HUS는 장출혈성 세균에 오염된 식품 어느 것이나 먹고 발생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2. HUS는 O157 대장균 때문에 생기는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장출혈성세균 중에 장출혈성 대장균(EHEC) O157:H7이 제일 유명하긴 하지만 EHEC가 O157:H7만 있는 것이 아니고 매우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윗 기사에서 언급한 독일의 대규모 식중독은 EHEC O104:H4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꼭 대장균이 아니라 Shigella dysenteriae와 같은 다른 세균에 의한 HUS도 있습니다. 즉 HUS라고 다 O157 식중독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2011년 독일의 사례는 이전에 발생한 식중독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양상이 다릅니다. Improving Food Safety Through a One Health Approach: Workshop Summary을 참고해서 살펴보면 감염자들의 나이가 많습니다. 보통 장출혈성대장균 감염과 HUS는 어린 아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독일 사건은 90% 이상이 어른들에게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과거 독일의 케이스는 이번 사건과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독일 사례


3. 햄버거를 먹고 두시간 만에 설사를 했으니 햄버거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윗 기사에서 제일 걸렸던 것은 "HUS의 원인균인 O-157에 감염되면 3∼8일의 잠복기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는 구절이었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식중독은 먹자마자 바로 문제가 일어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며칠씩 잠복기가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O157 식중독인지도 불명확하구요.


사실 이번 사건의 최초 보도는 KBS에서 했던 "햄버거 먹고 신장장애 2급…맥도날드 “책임 없다”"는 기사같은데 그 보도를 보면 대충 시간대별 사건 전개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6월 20일자23일 수정된 것 두 개가 있고 지금은 정확한 사건 전개 시간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마 초기 보도때 아이가 아픈 경과와 증상에 있어서 정확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 기억과 기사를 통해 추정해보면 작년 9월 25일 늦은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고 두시간 쯤 지나서부터 배가 아프다고 했고 다음 날(26일) 아침에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았고 또 하루 지나서(27일) 변에 피가 섞여 나왔고 28일 새벽 대학병원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즉 두시간 만에 혈변이 나왔다거나 설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명확하지 않고 그걸 갖고 햄버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사건은 시간대별 경과가 매우 중요한데, 사실 그걸 정확하게 기록하고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마 햄버거를 섭취한 시간과 의료 기록이 있을테니 그건 명확하겠지만 사실 언제부터 아팠다는 부모님의 진술은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락가락 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이런 것을 기사화할 때는 그 부분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4. 300명이 먹었는데 한 아이만 아플 수는 없다?


이것도 역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패티 하나만 보관이 잘못되어 있었든지 혹시 하나가 혼자 떨어져 나와 있었는데 그냥 같이 조리를 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햄버거 때문이 아닐 가능성도 있고,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전부 가정입니다. 제가 그걸 조사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조사하시는 분들이 더 명확하게 잘 하시겠죠. 다만 불명확한 언론 기사 내용만을 갖고 회사 잘못이다, 아니다 라고 논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위험한 음식은 햄버거나 어패류가 아니라 위생적으로 생산, 유통, 보관, 조리하지 않은 모든 식품입니다. 



사실 식중독과 관련해서 저는 아픈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포닥 때 저희 연구실 아이들 8명 정도와 함께 학교 앞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단체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깨진 달걀로 만든 계란말이를 먹고 8명 중 7명이 병원 신세를 졌었죠. 그 때도 배가 아픈 시간들이 다 달랐습니다. 가장 빠른 친구는 서너 시간 뒤부터, 가장 늦은 친구는 다음 날 새벽에, 심지어 병원에 가지 않은 학생도 1명 있었죠. 그래서 그 친구만 그 다음 날 아침의 랩미팅에 참석하고 나머지는 전부 병원에 있었다는...ㅠㅠ 그렇지만 사실 성인들의 경우 대부분의 식중독은 그냥 하루 이틀 설사하고 낫기 때문에 그 원인 식품과 원인균이 뭔지를 명확하게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단골 식당 아저씨가 순순히 자백을 하셔서 원인을 알았지만요. 


아무튼 이번 사건의 원인이 잘 밝혀지고 아이도 건강을 되찾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만 그래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줄 요약


1. 사건의 보도는 정확해야 한다. (초기 보도는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이 있지만)

2. 보도 내용만 갖고 책임 소재를 따지긴 어렵다.

3. HUS를 햄버거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엉뚱한 논쟁만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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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멋진 푸드라이터 정재훈 선생님의 두번째 책 <정재훈의 식탐(食探)>을 읽었습니다. 정선생님의 첫번째 책 <생각하는 식탁>이 참 좋았기에 두번째 책도 나오자 마자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식탁에 이어 식탐, 뭔가 라임이 맞는 제목 같습니다.^^ 실제로 정기적으로 식탐 모임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저도 <솔직한 식품> 나온 다음에 한 번 꼽사리 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찍고 보니 좌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우 <솔직한 식품> ㅎㅎ


제목이 식탐(食貪)이 아니라 식탐(食探)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24가지 음식에 대한 탐구서입니다. 그 탐구는 역사, 맛, 조리, 과학 등등 전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음식에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음식의 한 부분에 대한 책은 많아도 이렇게 한 음식에 대해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 책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자는 약사로서의 이력답게 해박한 주변 지식과 뛰어난 논문 해독력을 보여주시는데, 여러 음식 관련 연구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친절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이 책은 <올리브> 매거진에 2년간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입니다. 그래서 정재훈 선생님의 글을 즐겨 찾아 읽으시는 분들에겐 살짝 새로움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절반 이상은 봤던 글이더군요. 하지만 그걸 4가지 묶음(재료, 음료, 가공식품, 간식)으로 묶어서 한꺼번에 읽으니까 뭔가 정리가 잘 되는 느낌입니다. 아울러 웹페이지를 스크롤해서 읽는 것과는 다른, 책이 주는 맛이 있구요. 


요즘 식품에 관련된 좋은 국내 저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제가 여러번, 심지어 신문 칼럼에서도 추천했던 최낙언 선생님이 논쟁적으로 글을 쓰시는 '푸드파이터'(원뜻은 이 뜻이 아닙니다만)라고 한다면, 정재훈 선생님은 맛깔나는 '푸드라이터'가 아니신가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 맛이 느껴지는 듯해서, 라면을 읽으면 라면이 먹고 싶어 지고, 어묵을 읽다 보면 어묵이 먹고 싶어집니다. 


아래는 책을 읽다가 기억할 만한 좋은 구절들의 일부를 모아 놓은 것입니다.


- 프랑스 보르도 대학교의 와인학 전공 학부생 54명 모두가 화이트 와인에 붉은 색소를 물들여서 만든 가짜 레드 와인에 속아 넘어간 실험 결과 (13쪽)

- 글루텐에 민감하다고 주장한 참가자들이 실제로 글루텐 때문에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대치에 좌우된 결과 (40쪽)

- 유펜의 심리학자 폴 로진은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의 속성이 먹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믿음이 나타남을 보여줌 (52쪽)

- 원추리는 콜히친이 들어 있어서 이 성분을 제거하지 않고 먹다가는 구토, 복통, 설사로 고통을 겪을 수 있음(68쪽)

-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의 생명을 희생시켰다는 의미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에게 생명을 빚지고 있다.(103쪽)

- 현대의 과학자들은 알칼리 처리가 영양 면에서도 유익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35쪽)

- 20세기 중반에는 섬유질을 제거한 밀가루로 만든 시리얼이 주류가 되기도 했다. (152쪽)

- 신야 히로미는 "우유는 원래 송아지를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같은 논리로 보면 꿀도 벌을 위한 음식이다.(180쪽)

- 음식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반드시 작품을 파괴해야 한다. (211쪽)



그리고 책을 읽다가 조금 어색하거나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45쪽의 '유중수형'과 '수중유형'은 유중수적형, 수중유적형이라고 바꾸면 어떨까 싶네요. 적어도 식품분야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쓰는데 다른 분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47쪽에는 '관련된다.'라는 말 다음에 뜬금없는 따옴표(")가 하나 들어 있습니다. 아마 앞의 것이 빠진 듯합니다.

75쪽에는 100억마리가 전부 살아서 장까지 가도 몸에 있는 100조 마리와 "100만 대 1"의 싸움을 펼쳐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100억대 100조면 1만 대 1 아닌가 싶네요.ㅎㅎ

    

아무튼 음식과 식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고 아울러 자매품 <생각하는 식탁>도 같이 읽어보시면 더 좋을 듯합니다. 더운데 밖에 나가서 고생하지 마시고 책 한 권 읽으시죠! 


[덧붙여] 읽다가 깜놀했는데 제 이름이 살짝 등장합니다. 전에 올리브매거진 연재 글을 읽고 블로그에 코멘트를 달았던 것인데 그 의견에 대해 꼼꼼하게 각주를 달아 놓으셨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본문에 "정제" 올리브유라고 수정을 하셨더군요. 꼭 제 이름이 언급되어서가 아니라 저는 이런 꼼꼼함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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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봤습니다. 개봉 훨씬 전부터 기대가 컸었기에 아예 SNS에 '옥자'라는 단어를 뮤트해 놓았더랬습니다. 그래서 스포일러는 피할 수 있었지만, 대신 관련 뉴스를 볼 기회도 잃어버렸고 소위 3개 멀티플렉스가 옥자의 개봉을 거부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작은 개봉관(부평 대한극장)을 찾아서 옥자를 봤습니다. 옛날 극장 냄새를 맡으며 잠깐 추억에 빠져들었던 것은 <옥자>가 준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가 궁금한 분들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옥자>가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육식과 채식에 대한 기사가 났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영화가 생명공학과 공장식 축산을 다루고 있더군요. 그러고보면 이상하게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제 수업의 단골 소재였습니다. 제가 처음 봉준호 감독의 매력에 푹 빠졌던 데뷔작 <프란다스의 개>는 개고기, <살인의 추억>은 유전자 검사와 PCR, <괴물>은 돌연변이, <설국열차>는 식용 곤충의 예를 들 때 매우 유용했었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아예 대놓고 GM 동물과 육식, 공장식 축산을 다룬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개봉하자마자 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하지만 영화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지 않기 때문에 몇 관 되지 않는 극장을 수소문해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영화는 기대보다는 평이했습니다. 솔직히 기대가 컸기 때문에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영화가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을 잇는 이야기가 약간 이질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악역을 맡은 생명공학 기업 미란도는 전형적이면서 평면적이었고 주인공들도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도 좀 덜컹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옥자를 데려와서 바로 그렇게 죽일 거면 뭐하러 뉴욕까지 데려와서 교미까지 시켰나 싶기도 했구요. 이게 교미인지 아니면 그냥 성적 학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쩌면 너무 주제가 직선적이라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답습니다. 특히 <괴물>의 향기가 살짝 났습니다. 착한 괴물(?)이라고나 할까. 사람을 납치하는 괴물에서 사람이 납치하는 괴물, 괴물을 죽이기 위한 사투에서 괴물을 살리기 위한 사투, 화학물질 투기로 원치 않게 만들어진 괴물과 인간이 의도를 갖고 만든 괴몰, 뭐 이런 식으로 보면 대조적으로 비슷해보이는 면이 꽤 있는 듯합니다. 미자가 옥자의 입에서 나오는 장면도 괴물을 연상시켰구요. 


하지만 가장 봉준호스럽다고 느낀 부분은 역시 맨 마지막의 거래 장면이었습니다. 금돼지와 옥자를 맞바꾼 장면이요. 사실 그 금돼지로 옥자를 데려온 것이니까 금돼지를 받고 옥자를 놔 주는 것은 미란도 입장에선 손해를 보는 것이겠지만, 오히려 너무나 자본가답게 까짓거 하면서 시혜를 베푸는 장면은 어쩌면 정말 무서운 자본주의 비판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옥자를 데려가면서 미자가 본 수 많은 '옥자'들의 울부짖음과 그러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새끼 돼지 하나 몰래 빼오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무력감. 그게 가장 섬뜩하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을 주더군요. 


영화를 보고 채식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고들 했는데, 저는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게 꼭 제가 고기를 좋아해서인 것 같지는 않고 뭔가 그냥 답이 없는 답답함이 남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공장식 축산과 공장식 도축 과정이 문제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육식을 막을 방법도 없고, 육식을 하지 말자고 하기도 그렇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채식을 한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죠. 영화도 결국은 옥자 하나와 새끼 돼지 한마리만 살렸지 여전히 미란도는 성업하고 있을 것 같구요. 마치 가난으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뜻 맞는 사람들끼리 사유재산을 포기하고 삽시다, 뭐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마지막 쿠키 영상을 통해 ALF의 새 얼굴이 등장하고 세력을 키워 언젠가는 이 부조리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식의 운동이 과연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는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옥자>는 생각하고 이야기할 것이 많은 영화이고, 그래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아마 몰랐던 새로운 면이 보일지도 모르죠. 사실 내용이 잘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특히 미란도 패밀리 스토리는 정확하게 정리가 잘 안되더군요. 다시 보면 가족 이야기로 보일 수도, 아니면 정말 순수한 러브 스토리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그냥 스쳐지나가듯 생각났던 것들입니다.   


* 정말 슈퍼돼지를 만들려면 10년이나 키워야 하는 건 아니겠죠. 영화적인 설정이겠지만 돼지는 6개월 정도 키우고 도살되는데 10년이나 키우면 손해죠.


* ALF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은 흥미로운 설정이라는 생각입니다. 별 생각없이 보면 진보적인 단체인 듯 하지만 어쩌면 저런 단체가 정말 (기술적인 부분에선) 보수적인 단체일 수도 있으니까요.  


* 안서현 양의 역할은 어디까지가 대역일지 궁금했습니다. 뛰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장면이 매우 많아서요. 


* 옥자의 배 위에서 미자가 자는 장면은 분명히 토토로의 오마주겠죠?


* 저도 제일 신났던 장면은 역시 명동지하상가(?)를 옥자가 다 때려부수면서 달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옥자>와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일단 봉감독은 생명공학에 대해 꽤 부정적인 생각이 있는 듯합니다. GM 연어에 대해 언급한 인터뷰도 있던데 GMO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진보적인 감독이 보수적인 입장을 갖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GMO를 찬성하는 것이 꼭 진보는 아니겠습니다만 저는 이것이야말로 일종의 클리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생명공학이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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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솔직한 식품>이 나온지 대충 4개월에 가까워지는군요. 책을 내고 솔직히 여러가지로 놀랐습니다. 


첫째는 의외로 많은 언론에서 책을 다뤄주셨다는 것인데, 저는 그냥 출판사의 힘인가보다 생각했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하더군요. 아마 거의 모든 신문에 작게 나마 신간소개로 나갔고 좀 길게 소개한 경우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책 소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소개가 되었다더군요. (혹시 언론 기사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시면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의 반응이었습니다. 원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책 많이 보시는 분들이 계신줄은 알았지만 그 분들이 이렇게 좋아해주시고 홍보를 해주실 줄은 사실 생각도 못했거든요. 제가 SNS에서 그렇게 사교적이지 않고 잘 모르는 분들과 잘 말을 섞지도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인스타그램의 솔직한 식품 검색 결과, 트위터의 솔직한 식품 검색 결과)


하지만 가장 놀란 세번째는 책이 꽤 팔렸다는 것입니다. 언론 기사와 SNS에서의 홍보는 뭐 그렇다쳐도, 솔직히 요즘 출판시장이 워낙 불황이라는데 이 책이 팔려야 얼마나 팔릴까 싶었죠. 초판 1쇄를 3천권이나 찍어서 그거나 다 팔리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얼마 안있어 2쇄를 찍는다고 하시길래 그건 정말 의외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3쇄도 찍는다고 하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심지어 교보문고 교양과학 부문 2위인지 3위도 잠깐 했었다는데 제가 갔을 땐 4위를...ㅎㅎ


덕분에 난생처음 팟캐스트 출연 (The 빨간책 1부, 2부)이라는 것도 한 번 해봤고, 이런 저런 방송에서 연락도 오고, 그 와중에 부산 KBS 아침마당에서 50분짜리 강연(감상은 무료지만 KBS 로그인이 필요합니다)을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냥 짧은 인터뷰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맘대로 할 수 있어서 제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일 놀랐던 것은 의외로 제 블로그를 접해보셨던 분들이 꽤 많으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누군지는 잘 몰라도 블로그에 들어와 한 두번 구경을 하셨던 분들은 꽤 많더라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 제 블로그는 거의 폐가 수준이고 이곳을 꾸준히 찾아주신 분들께는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었죠. 그래서!!! 뚜둥,


저도 뭔가 블로그 이벤트를 한 번 하려고 합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댓글 달아주시는 선착순 다섯분께 제 책을 싸인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비밀댓글로 주소와 성함,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책을 구입하셔서 책이 필요 없으신 분들께는 다른 책이나 스타벅스 기프티콘 같은 것으로 대신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너무 폐가였다고 설마 댓글 다섯개가 안 달리진 않겠죠? ㅠㅠ) 


제가 최근 트위터를 접었습니다. 너무 거기에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서요. 뭐 그 전에도 몇 번 쉰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또 얼마나 쉴지, 아니면 아예 접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 이벤트 블로그 글은 다른 어떤 SNS에도 올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냥 제 블로그가 궁금해서 찾아오시는 분들이나 RSS 구독하시는 분들, 아니면 검색으로 들어오셨다가 인연이 닿는 분들께 보잘것 없지만 작은 선물을 드리려고 재미로 하는 것이니까 혹시라도 맘 상하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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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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