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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과당이 설탕보다 1.5배 달다? 액상과당 총정리

바이오매니아 2013. 8. 13. 22:48

오늘 무려 KBS 9시 뉴스에 액상과당과 관련된 보도가 있었다는군요. 대개 이런 방송이 나가면 특정 검색어 유입이 늘어나서 조금 나중에 알게 되지요. 아무튼 이번 뉴스에는 액상과당이 설탕의 6배가 아니라 1.5배 달다고 방송을 했네요. 그런데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1.5배 달다는 것은 사실일까요? 지난 번 글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6배 달다? 당도에 대해 알아봅시다."를 읽으신 분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은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설탕보다 1.5배 단 것은 액상과당이 아니라 정제된 과당입니다. 


물엿과 고과당옥수수시럽 (High Fructose Corn syrup, HFCS)은 다릅니다.라는 예전 글에서 액상과당에도 몇가지 종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보통 HFCS-42, HFCS-55, HFCS-90으로 나누는데 뒤의 숫자는 전체 당량 중에서 과당의 함유량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HFCS-42는 과당이 42% (나머지는 포도당이 58%), HFCS-55는 과당이 55% (포도당이 45%) 이렇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과당은 설탕보다 1.5배 정도 달지만 포도당은 0.7배 더 달죠. 그래서 과당이 많으면 더 달고 포도당이 많으면 덜 답니다. 그래서 HFCS-42는 설탕보다 당도가 낮고, HFCS-55는 설탕과 당도가 비슷하고 HFCS-90은 설탕보다 당도가 높습니다. 


"Starch: Chemistry and Technology" 2nd ed. Roy L. Whistler et al., p613 Academic Press


[최낙언 박사님 페북 코멘트를 보고 추가] 그러고 보니 한가지 빠뜨린 것이 있는데 과당은 설탕과 달리 온도에 따라 당도가 달라집니다. 저온일수록 달고 온도가 올라가면 당도가 낮아져서 상온이 넘어가면 설탕보다 당도가 낮아진다고 하죠. (당도는 원래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값은 약간 들쑥날쑥합니다만 추세가 그렇죠.) 좀 더 어렵게 말하면 과당이 pyranose 형태가 되면 당도가 높고 furanose 형태가 되면 당도가 낮은데 결정과당은 저온에서 pyranose 형태만 갖는다고 하죠. 음료수에 과당을 넣는 이유가 적게 넣어도 차게 마시면 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림 출처: http://www.bs-wiki.de/mediawiki/images/D-Fructose_pyranose_furanose_kettenform.gif


결국 음료나 식품의 당도란 액상과당 중 어떤 것을 얼마나 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몇%짜리를 얼마나 넣었는지는 사실 모르는 것이죠. 그건 회사에서 자기네 레시피에 따라 맛과 물성을 최적화해서 사용할 테니까요. 게다가 요즘엔 식품회사들이 한가지 당만 쓰지 않고 이것 저것 마구 섞어서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튼 제가 알기로는 HFCS-42가 가장 싸고 과당의 함량이 높아질 수록 비싸진다고 "들었습니다"만 정확한 것은 모르겠네요. 


그리고 과당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중 하나가 과당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간다는 것인데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순수 과당은 혈당을 높이지 않습니다. 물론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고 해롭지 않다는 것은 아니죠. 예전에는 혈당을 높이지 않아서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오히려 그래서 더 해롭다는 이야기도 나오니까요. 물론 HFCS는 과당과 포도당이 섞여 있으므로 HFCS-90은 혈당을 많이 높이지 않겠지만 HFCS-42는 혈당을 꽤 높이겠죠. 이건 설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실 설탕의 당지수(glycemic index)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입니다. 

기능성 당 타가토스


HFCS가 해롭다는 이야기는 최근 여기 저기서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HFCS보다는 과당이 나쁘다는 쪽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과당이 과식을 유발한다?) 물론 HFCS가 위험하다는 보고도 있지요.(HFCS, 당뇨병 발생과 연관성 있어) 하지만 저는 액상과당(HFCS)이 설탕보다 더 나쁘다는 것은 여전히 좀 과장이 아닐까, 또는 이제 설탕의 위해성은 많이 우려먹었고 사람들이 잘 아니까 새로운 타겟으로 액상과당을 자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런 기사도 있지요.(액상과당, 만성질환 유발 근거 없다.) 물론 뭐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과학자들의 소리,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아무튼 이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요. 하지만 역시 대원칙은 얼마나 먹느냐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설탕이나 액상과당이라는 물질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욕망"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덧붙임 1] 어떤 분의 트윗에서 맛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만 본 블로그에서 맛은 다루지 않는 것이 (제 나름의 쓸데없는) 원칙입니다. 맛은 과학보다 문화라는 생각에서 그렇습니다. 물론 맛에 과학적 요소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덧붙임 2]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싫으시다면 CJ에서 나온 "타가토스"라는 제품을 권해드립니다. 그 개발에 저도 살짝 한 뼘 정도 걸쳐 있어서 드리는 (광고)말씀입니다만 당지수도 매우 낮고 (GI 값이 3) 칼로리도 설탕의 반이 안되며 미국 FDA에서 GRAS (generally regarded as safe, 먹어도 안전한 식품 인정)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물론 가격은 설탕보다 많이 비싸죠.ㅠㅠ


[덧붙임 3] 그동안 본 블로그에 썼던 관련된 내용들을 아래 박스에 링크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설탕의 죄악"이라는 칼럼은 한 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바리님 블로그에서 과당을 검색하시면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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