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과 MSG 이야기>(최낙언/노중섭, 리북)를 읽었습니다. 아마 분야마다 학계(또는 업계)와 대중 사이의 간극이 있겠지만, 식품이야말로 그 간극이 넓은 분야이고 그 중에서도 MSG는 대표주자지요. 이 책은 거기에 대한 약간 격정적이면서도 충실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MSG와 관련된 여러가지 논란을 총정리하는 책이라고 할까요. 적어도 MSG와 관련된 논쟁을 하려면 이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한 합당한 반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엔 MSG의 유해성과 관련된 기사나 방송이 나와도 그 댓글을 보면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MSG는 silent marketing을 하는 대표적 식품이었죠. 그냥 소리 소문없이 팔아야 더욱 많이 팔리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과거엔 그냥 조용히 넘어갔었으나 최근에는 여러가지 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 식품과학회에 갔더니 커다란 부스를 내고 홍보전도 펼치고 있더군요. 세상이 많이 바뀌긴 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책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감칠맛이란 무엇인지를 다루고, 2장은 일본의 다시와 서양의 스톡(stock)을 통해 감칠맛을 내는 방법과 원리를 다룹니다. 3장에선 본격적으로 글루탐산이라는 것이 단백질의 가수분해 산물임을 상기시키고 4장에서는 발효기술을 통해 어떻게 MSG를 생산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은 5장과 6장인데 유해성 주장의 역사적 맥락과 그 주장들이 어떻게 과장 또는 오해되어 왔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7장은 불안감을 해소할 대안을 찾습니다. 제가 보기엔 거의 모든 MSG 관련 논란들을 빠짐 없이 다루고 있고 자료도 쉽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기억해둘 만한 부분을 조금 꼽아보자면,
1개의 미뢰에도 동시에 여러 종류(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 쓴맛)의 미각세포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미각세포는 한 가지 맛을 주로 느낀다. 맛은 5개이지만 미각세포의 타입은 대략 40종이다. 38쪽
결국 인간은 단맛 1종, 감칠맛 2종, 짠맛 1종, 신맛 1종, 쓴맛 25종의 수용체로 모든 맛을 느끼는 것이다.(중략)맛은 오로지 이 맛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미량의 물체의 감각 만을 조합한 결과이다. 39쪽
새우의 감칠맛 성분은 좀 독특하게 아데닐산이다. 새우에는 이노신산이 별로 없어서 다른 느낌을 준다.(중략) 조개류의 감칠맛 성분은 글루탐산, 이노신산과 호박산이며 이중에서 호박산은 조개류의 고유한 감칠맛을 내며 약간의 떫은 맛도 있다. 99쪽
기름은 향을 유지하는 능력이 아주 크다. 요리 중 만들어진 향은 기름에 잘 녹는 성분이다. 기름이 많으면 향이 많이 남아서 보다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구우면 맛이 있다. 107쪽
(쉬르스트뢰밍은) 청어를 나무통에 담고 1-2개월 동안 발효시킨 다음 캔에 밀봉해 추가로 1년 정도 더 계속 발효시킨다. 캔 안에서 숙성을 담당하는 특이한 박테리아는 할로아나로이비움종이다. 129쪽
아이들이 유난히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는 어른은 느끼기 힘든 쓴맛 때문이다.(중략) 신생아 시기에는 입안 전체에 맛봉오리가 돋아 있고 입천장, 목구멍, 혀의 옆면에도 미각수용체가 있다. 132쪽
피자는 이탈리아의 오랜 전통식품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50년에 불과하다. 모차렐라치즈가 피자에 처음 사용된 건 공식적으로 1889년부터다. 일부 지역에서 유행했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147쪽
1977년 캐나다에서 수컷 쥐들에게 사카린을 먹였더니 방광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파탄이 났다. 그러나 이 실험에 사용된 사카린은 사람이 다이어트 음료를 하루에 800캔씩 마시는 만큼의 엄청난 양이다. (중략) 이 결과가 공식 번복된 것은 2001년으로 무려 20여 년이 걸린 것이다. 154쪽
쥐에서 과량의 MSG를 피하주사나 유동식으로 인공투여하면 신경독성이 일어나지만 동일한 양을 사료와 같이 경구투여하면 kg당 45g을 섭취하여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과량의 MSG를 주사하였을 때 설치류에 독성이 나타나지만 사람, 원숭이 같은 영장류는 혈액의 MSG가 정상치를 유지하며 신경독성을 일으키지 않는다. 162쪽
우리는 어떤 식품이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양이 부족하다고 하면 되고, 영양이 풍부하면 비만 식품이라고 하는 식이다. 현실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242쪽
반대로 이 책의 한가지 단점을 꼽자면 교정이 조금 아쉽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죠.
9쪽, 무엇인 있는가? ---> 무엇이 있는가?
68쪽, 나머지는 곰팡이 넣어 ---> 곰팡이를 넣어
105쪽, 가자미 식혜 ---> 가자미 식해 (이건 식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106쪽, 고기를 스테이크를 하면 ---> 고기로 스테이크를 하면
124쪽, 생성된 향기물질은 포집하여 ---> 향기물질을 포집하여
132쪽, 유난이 ---> 유난히
137쪽, 코린박테리움 ---> 코리네박테리움
190쪽, 웬지 ---> 왠지
201쪽, 나머지는 간문 맥을 거쳐 --->간문맥을 거쳐
저도 오타 엄청 많이 내고 띄어쓰기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사람이라 저자를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책으로 나올 때는 출판사에서 교정보시는 분들이 좀 신경을 쓰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책이 많이 팔려서 2쇄, 3쇄 계속 나가면 수정을 하시겠죠.ㅎㅎ
최근 연속하여 식품과 관련된 책들을 격정적으로 펴내고 계신 최낙언 선생님은 여기저기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주목(?)을 받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엔 뭔가 불안을 팔아먹는 책들이 주로 사랑을 받았는데 과연 그 반대편에 있는 이런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어제 팟캐스트 이이제이 조봉암편을 듣는데 이작가님이 MSG를 예로 들면서, 자기가 정답이라고 믿고 살아 왔던 것이 새로운 자료에 의해서 붕괴되어 새로운 답이 나오면 그걸 받아들어야 한다고 설파하시던데 과연 흔쾌히 그걸 받아들일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그걸 MSG 문제 없으니까 막 퍼먹어라,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반칙이죠. 아무튼 MSG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또는 좀 더 잘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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