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바이드 막걸리는 괴담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보입니다. 언론 기사도 나오고 아예 카바이드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저는 카바이드로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것은 불가능해도 카바이드와 밀가루, 알코올 등을 섞어서 막걸리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이것 저것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오일쇼크 시대에 소주를 띄우고 막걸리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괴담?


"정부는 1975년에 소주 업체를 지원하고 막걸리 업체를 ‘탄압’하기 시작해요. 소주는 도수를 기존 35도에서 25도로 낮추도록 합니다. ‘소주에 물을 타도록’ 해준 것이죠. 원가가 덜 드니 소주업체들은 마진을 더 챙기게 됐어요. 반대로 비위생적인 술도가를 적발하고 밀주업자를 잡아들이며 막걸리에 비위생적이고 불법이라는 이미지를 씌웁니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에 시작되었는데 카바이드 막걸리는 1960년대 초반부터 언론에 다뤄졌고 60년대 후반부터 언론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카바이드 막걸리가 단순히 오일쇼크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1962.07.09 동아일보 1면 횡설수설 중


게다가 박정희 군사정부가 막걸리에 백미사용을 규제한 것이 1963년부터이고 1966년 8월부터는 전면금지를 시켰는데 그 이후부터 밀가루를 이용한 막걸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카바이드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62.08.27 경향신문 3면 카바이드 탁주를 마시면 주정이 거칠어집니다.^^


2. 카바이드로 발효를 빠르게? 발효를 한 것처럼 보이게? 


저보고 카바이드 막걸리를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찐밀가루 + 알코올 + 카바이드 + 향료나 기타 등등을 섞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걸리의 지게미는 밀가루로, 거품은 카바이드로, 술냄새는 알코올로 내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면 맛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모양은 비슷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그걸 진짜 막걸리랑 섞으면 더 비슷할 수도 있겠죠. 발효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시간도 단축될 것이구요. 그러니까 카바이드로 발효를 시킬 수는 없지만 카바이드로 비슷한 모조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카바이드를 넣으면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게 발효를 촉진시킬 수도 있을 것 같구요. 


1972.11.11 매일경제 7면



3. 누룩 대신 카바이드? 


윗 기사를 보시면 "막걸리 주원료인 쌀과 누룩 대신에 밀가루와 화학약품(호프, 키니내, 테라마이싱)을 혼합하고 발효를 빠르게 하기 위해 카바이드를 섞었다"라고 나오는데 발효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발효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가 맞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왜 말라리아약인 키니네와 항생제 테라마이신을 넣었을까 했더니 이런 기사도 있군요. 


1976.03.06 경향신문 누룩은 균을 키우는 것인데 항생제를???


이 내용을 잘 읽어보면 누룩은 원래 미생물이 왕창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인데 항생제를 넣어서 미생물을 죽이고 대신 카바이드를 넣었다는 겁니다. 아마도 발효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이산화탄소 거품이 일어나느냐의 여부일 것이므로 카바이드를 넣어 거품이 나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이 가능하죠. 게다가 그렇게 만들면 "시지 않고 싱싱한 맛이 난다"고 하네요. 효모와 함께 자라는 유산균이나 잡균들에 의한 발효가 일어나지 않을테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죠. 


 

4. 사실 진짜 위험한 것은 카바이드보다 중금속 불순물


사실 사람들이 카바이드(탄화칼슘)가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바이드는 먹는 것보다 폭발의 위험이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값싸게 판매하는 카바이드는 순수한 탄화칼슘이 아니라 여러가지 유해 중금속이 불순물로 포함되어 있어서 실제로 카바이드를 사용하면 카바이드 자체보다 중금속 오염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5. 막걸리 숙취는 카바이드 때문인가?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숙취는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술을 마시든 숙취는 있습니다. 게다가 막걸리는 발효하기가 쉽지 않은 술인데다 균을 제거하지 않는 술이라 함부로 아무 곳에서나 만들다보니 발효가 잘못되거나 보관이 잘못되어서 숙취가 심한 경우가 더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급한 알코올과 카바이드와 다른 물질을 섞어 술을 만들었다면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더 심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건 대부분 옛이야기이고 요즘엔 막걸리가 특별히 숙취를 많이 일으킨다는 이야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엔


1) 오일쇼크 때 막걸리를 죽이기 위한 소문이라고 보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2) 카바이드를 막걸리에 사용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3) 카바이드로 발효를 촉진할 수는 없지만 발효가 일어난 것처럼 속였을 수는 있다.

4) 카바이드로 막걸리 모조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놀랍지 않습니까? 요즘 중국에선 계란도 가짜로 만든다는데 그들이야말로 화학의 대가! 우리도 예전엔 참 나쁜 짓 많이하며 살았죠. 불량식품도 많았구요. 뭐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다들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말입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정말 오랜 만에 온 가족이 극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부산 MBC (비)공식 영화평론가 미나쌤의 추천을 받고 <위플래쉬>를 보기 위해서 말입니다. 얼마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남우주연상이 맞을 것 같은데 왜 조연???)을 받은 J. K. 시몬즈가 열연한 바로 그 영화입니다.J. K. 시몬즈가 누구냐구요? 바로 이 블로그 우측 상단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J. K. 시몬즈입니다. 


영화 <위플래쉬>의 포스터


이 영화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가 있고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상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앗, 선댄스? 그럼 재미없는 저예산 독립영화 아닌가, 하는 생각은 버리셔도 좋습니다. 선댄스에서 심사의원 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받았다고 하니까요. 원래 관객상은 좀 대중적인 경우가 많죠. 거기다가 아카데미상까지 3개(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를 받았다니 두루두루 상을 섭렵했더군요.


(여기까지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한 서론이었고 이후부터는 영화 보신 분들만 보세요)


이 영화는 한 선생님과 제자의 이야기입니다. 얼핏 보면 괴팍하지만 뛰어난 스승이 숨은 재능을 가진 제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최고의 연주자로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영화 많죠. <굿 윌 헌팅>이나 <파파로티> 같은 영화들 말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다릅니다. 시각을 달리 하면 미치광이 선생이 또 다른 미치광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위플래쉬>는 이 두가지 해석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원래 인생에 정답 찾기가 어렵듯 진실은 이 중간 어딘가에 있겠죠.


뉴욕의 세계적 음악학교인 쉐이퍼 음악학교(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학교랍니다!)의 신입생 앤드류는 밤에 혼자 드럼 연습을 하다가 악명 높은 플레처 교수를 만납니다. 플레처 교수는 앤드류를 눈여겨 보고 '더블 타임 스윙'을 쳐보라고 하죠. 잔뜩 긴장한 앤드류는 실수를 반복하다가 빠른 속도로 더블 타임 스윙을 연주하게 되는데 그 순간 플레처 교수는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마이너 밴드의 보조 연주자에 불과했던 앤드류는 어느 날 플레처 교수에 의해 그 학교 최고 스투디오 밴드의 보조 드러머로 픽업됩니다. 그리고 연습 중 쉬는 시간에 플레처 교수가 복도에서 앤드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유명한 재즈 연주자 찰리 파커가 어떻게 '버드'(찰리 파커의 별명)가 되었는줄 아나? 그건 드러머 조 존스가 그에게 심벌즈를 던져서 모가지가 날아갈 뻔 했기 때문이야"라고 말입니다. 엉터리 연주를 한 찰리 파커는 심벌즈가 날아온 치욕적인 경험 후에 미친 듯이 연습에 몰두해서 훗날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었다는 뜻이죠. 그리고 바로 이어진 밴드의 연습 시간, 플래쳐는 서툰 연주를 한 앤드류의 뺨을 때리고 그에게 의자를 집어 던집니다. 


찰리 파커를 다룬 영화 <버드>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여자 친구도 없이 아버지와 극장에 가는 앤드류는 친구도 없는 일종의 '너드'입니다. 하지만 플레처의 스튜디오 밴드에 뽑히고 나서는 자신감을 얻고 극장에서 팝콘 파는 아가씨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서 여친을 만드는데도 성공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플레처에게 엄청난 모욕을 당한 후, 앤드류는 이를 악물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자기가 성공하는데 여친이 방해가 될 거라며 절교까지 선언합니다. 


재즈 페스티벌에 출전하는 날, 수석 드러머 태너의 악보를 맡은 앤드류는 악보를 의자에 놓아두고 자판기에서 음료를 꺼내는데 그 잠깐 사이에 태너의 드럼 악보가 없어집니다. 결국 악보를 다 외우지 못한 태너 대신 악보를 다 외워버린 앤드류가 긴급 투입되고 그 이후 앤드류는 수석 드러머 자리를 꿰어 찹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플래처 교수는 예전 앤드류가 있었던 마이너 밴드의 수석 드러머였던 라이언을 새로 영입하더니 라이언이 수석 드러머가 되고 앤드류는 다시 보조 드러머가 될 처지에 놓입니다. 이후 이 세사람의 '글자 그대로' 피나는 경쟁이 시작되고 결국 앤드류는 다시 수석의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재즈 페스티벌이 있는 날, 앤드류가 타고 가던 버스 타이어가 터지고 우여곡절끝에 렌터카를 빌려 타고 뒤늦게 도착한 앤드류는 두고 온 드럼 스틱을 가지러 렌터카 사무실에 급하게 다녀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사고 후에도 이를 악물고 경연에 참가하지만 결국 연주를 마치지 못하죠. 이전에 플레처 교수는 연습실에 CD를 한 장 가져와서 틀며 자신이 키워서 성공한 제자 션 케이시가 버스 사고로 죽었다며 눈물을 보인 적이 있는데, 병원에서 앤드류는 션 케이시가 교통 사고가 아니라 자살한 것이며 플레처 교수를 만나서 불안과 우울증세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플레쳐 교수의 제자 학대에 대해 증언을 하게 됩니다.


얼마 후 드럼을 그만 둔 앤드류와 제자 학대 혐으로 학교에서 쫓겨난 플레처는 시내의 한 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플레처는 앤드류에게 다시 찰리 파커와 심벌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학생들이 한계를 뛰어 넘어 찰리 파커와 같은 최고가 되기를 바랬다고 말합니다. 최고가 될 놈들은 모욕받고 그만 두라고 해도 그만두지 않는다구요. 그리고 그 방법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지만 아직까지 찰리 파커를 만들지는 못했다고도 고백하죠.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There are no tw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굿 잡(잘 했어)'보다 더 해로운 말은 없어!!!


이 광기어린 선생의 교육 방침을 알게된 앤드류는 플레처가 이끄는 밴드의 드러머로 다시 들어가 재즈 페스티벌 오프닝 공연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플레처가 "네 녀셕 때문에 내가 학교에서 쫓겨난 것을 모를 줄 아냐?"고 화를 냅니다. 첫 곡으로 연주할 신곡의 악보를 혼자만 받지 못한 것을 알게된 앤드류는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고 챙피함을 이기지 못하고 무대를 떠나... ...려고 하다가 갑자기 다시 돌아와 혼자 연주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모두들 놀라고 어색했으나 그의 연주는 신들린 듯했고 결국 플레처는 그의 연주에 맞춰 지휘를 하고 이상 야릇한 표정으로 마지막 사인을 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보고 이렇게 영화 줄거리를 길게 요약해 본 적이 없는데 오늘 이렇게 장황하게 쓴 이유는, '과연 여러분은 이 줄거리를 보고(또는 영화를 보고) 플레처가 훌륭한 선생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싶기 때문입니다. 플레처는 위악으로 제자의 한계를 극복하게 만든 훌륭한 스승일까요? 얼핏 그렇게 보입니다. 그는 첫 만남에서 앤드류의 재능 또는 열정을 알아보았고 '더블 타임 스윙' 힌트를 알려줍니다. 수석 드러머 태너의 악보가 없어진 것도 악보도 못 외우는 태너 대신 앤드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플레처의 의도였을지 모릅니다. 앤드류가 자만하려고 할 때는 언제나 그를 박살내고 갖은 모욕을 주기도 합니다만 결국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제자는 앤드류입니다. 친구 하나 없이 음악 밖에 모르는 너드 앤드류는 그 모든 시험을 뚫고 조 존스의 심벌즈 덕분에 피나는 연습을 해서 유명해진 '버드' 찰리 파커와 같은 연주자가 될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시선으로 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플래처는 조금 실력있는 또라이입니다. 그는 최고가 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학생들을 모욕하고 학대합니다. 마치 강하게 키우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그 자신이 또라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교육 방식이 옳다고 하지만 실은 아직까지 찰리 파커와 같은 제자는 키워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실력있는 놈들의 경쟁으로 최고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그 경쟁 속에 제자들은 다 나가 떨어지고 상처받고 심지어 죽습니다. 그렇다면 앤드류는? 사실 앤드류는 플레처와 같은 똘끼가 있는 사람입니다. 최고가 되는데 방해가 될 거라며 애인을 차버리고, 3부 리그에서 운동하는 사촌 형제들을 무시합니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앤드류와 플레처의 표정은 그 둘이 같은 종류의 또라이임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또라이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마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노력 없이는 열매가 없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경쟁 사회가 만들어내는 황폐함을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이 영화가 좀 더 특별했던 이유는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학생의 한계'가 저의 큰 고민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을 가르칠 때 그들의 한계를 알려주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 한계를 뛰어 넘도록 채찍질(Whiplash)해야 할까요? 조금 단순화 해서 성취가 중요합니까, 아니면 행복(자기 만족)이 중요합니까? 아마 이런 고민하시는 선생님들이 꽤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만나는 제자 누구나 붙잡고 '넌 대학원 와야 할 놈'이라며 대학원 오도록 설득해서 죽도록 고생시키고 교수 제자를 수십명 만든 노교수와,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라며 실험을 하든 말든 제자들을 내버려 둬서(다른 말로 자유를 줘서) 교수가 된 제자가 한 명도 없는 노교수. 그 둘 중에 누가 더 훌륭한 교육자였을까요? 정말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각설하고, 좋은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을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계속 이어지는 질문은 이런 겁니다. 과연 성공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일생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앤드류는 성공한 것일까요? 플래처와 같은 위악은 필요할까요? 소수의 성취를 위해 많은 이들의 희생은 상관없는 것일까요? 그 답은 잘 모르겠지만 계속 이런 질문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위플래쉬>는 제게 무척이나 좋은 영화였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보고 토론해볼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카라반>을 감상하시죠.^^


[덧붙임 1]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음악영화, 그것도 비트가 센 드럼 영화인데도 음향이 뛰어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뭐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말이죠. 하지만 드럼 연주 장면에선 대부분 사람들이 긴장하고 손을 꼭 쥐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덧붙임 2]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제일 먼저 생각난 영화는 <블랙 스완>이었습니다. 내용은 많이 다른데 그냥 느낌이 그랬네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연구년 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파티에 갔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맥주 한 잔을 받아서 마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포스팅은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평소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저는 맥주 맛을 알 까닭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날 마신 맥주는 정말, 한마디로 쓰고 고약한 맛이었습니다. '뭐야, 이거!!!'라는 소리가 터져 나올뻔 했죠. 그래서 그 맥주병을 유심히 봤더니 이렇게 써 있더군요. India Pale Ale. 그래서 이건 인도 맥주인가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파티 음식이 남았다고 해서 다들 남은 음식을 나누어 집어 가길래 저는 남은 맥주 한 병을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대체 이 맥주의 정체는 무엇인가,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내 생애 첫 IPA (라벨에 영국에서 인도까지의 항로가 그려져 있습니다.ㅎㅎ)


그런데 알고 보니 IPA는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맥주였던 겁니다. 인도 맥주는 당연히 아니고 영국에서 처음 개발된 맥주이지만 지금은 영국보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맥주라고 하더군요. 영국에서 인도까지 배를 타고 가던 시절엔 적도를 두 번이나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더워서 맥주가 자주 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발효할 때 홉(Hop)을 왕창 때려 넣은 맥주는 잘 상하지 않는 것을 알고 홉을 왕창 넣은 맥주를 만들었는데 그래서 이름이 India Pale Ale(IPA)가 되었다는 것이죠. 홉은 원래 방부 효과가 있고 쌉싸름한 맛과 다양한 풍미를 주는 원료인데 홉을 왕창 넣다보니 보통 맥주보다 쓴 맛이 강하게 나는 것이 IPA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쓴맛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홉에서 다양한 향이 함께 나는데 처음엔 그걸 알 턱이 없었던 것이죠.


그 이후로 학회나 모임 등등에 가면 IPA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정말 대부분의 파티에서는 밀러, 버드와이저, 쿠어스 같은 대중적 맥주보다 이 IPA가 많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도대체 미국인들은 왜 이 쓴 IPA를 마시는지 궁금해서 한 모금씩 마셔보다가 결국엔 동네 마트에서 한 병씩 사가지고 와서 사진을 찍고 분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가 그 결과입니다. ㅎㅎ 

 

1년 동안 동네 마트에서 구입한 IPA 22 종류 (붉은 색은 최고점 수준의 평가)


위의 표에서 오른쪽 4개의 칼럼은 맥주를 rating하는 대표적인 두 사이트, Ratebeer.comBeeradvocate.com에서 저 IPA 맥주들의 점수입니다. 100에 가까울 수록 좋은 것인데 참고로 국내 맥주인 카스 라이트의 Ratebeer overall은 4점, 맥스의 BA score는 61점입니다.ㅠㅠ 보통 IPA들은 알코올 도수가 일반 라거형 맥주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칼로리도 좀 더 나가구요. 


알코올 도수와 IBU 모두 최고이면서 평가도 높게 받는 도그피쉬의 90 minute IPA와 60 minute IPA


IBU는 International Bittering Unit의 약자인데 쉽게 말하자면 맥주의 쌉싸름한 맛의 척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IBU 값은 홉을 많이 넣을 수록 높아집니다. 보통 버드와이저나 밀러 같은 맥주들의 IBU는 10에서 20사이인데 홉을 많이 넣어 발효하는 IPA는 보통 40이 넘고 90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 IBU 맥주는 2천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IPA들이 꼭 쓰기만 하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물론 처음에 마실 때 이게 무슨 사약이냐, 이럴 수 있지만 사실 다른 여러가지 향이 납니다. 특히 전체적으로 감귤향(시트러스향)강하게 나는 편입니다.


보스톤 지역의 크래프트 맥주에서 전국적 브랜드가 된 샘 아담스의 IPA 세트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IPA는 워낙 많기 때문에 그걸 다 구입하기도 어렵고 마셔볼 수도 없지만 그래도 조지아 동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나름 전국적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중 대중적이면서도 맥주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IPA는 아래의 두 종류, Sierra Nevada의 Torpedo와 Ballast Point의 Sculpin이 아닌가 싶습니다. 듣자하니 이 맥주들은 한국에서도 팔고 있다고 하더군요.


시에라 네바다의 톨피도와 밸라스트 포인트의 스컬핀


뭐 미국엔 동네마다 마이크로 양조장들이 많이 있지만 특별히 제가 사는 동네에는 Terappin 이라는 맥주 회사가 있는데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지만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 공장 견학도 무료로 시켜준다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ㅠㅠ


우리 동네 맥주회사 테라핀의 Hopsecutioner


아무튼 맥주 맛도 모르지만 발효와 미생물 가르친다는 이유로 IPA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어 여기까지 왔네요. 솔직히 어느게 좋고 나쁘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다 나름대로의 맛과 멋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의 평가 사이트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호피(hoppy)한 맛이 강할 수록 평가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맥주 맛이 없다고들 하는 것일까요?

 

나머지 IPA 맥주들 사진.


요즘엔 한국도 법이 바뀌어 크래프트 비어를 팔 수 있다고 하던데 맥주에서도 다양성을 맛볼 수 있는 날이 오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 한국인들은 다양성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식당에 가도 웬만하면 다 통일하자고 하잖아요.^^


(참고로 외국 전문가들이 뽑은 Top 10 IPA들죽기 전에 먹어봐야 하는 30종류의 IPA도 있으니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지만 하다 보니 계속 하게 되는, 1년 동안 본 영화의 총정리입니다. 2011년, 2012년, 2013년에 이어 벌써 네번째네요. 올해는 연구년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느라 예년에 비해 본 영화가 적었습니다. 2014년 동안 본 영화를 전부 세어보니 딱 50편이네요. 그리고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그 유명한 <미생>입니다. 원래 제가 갖고 있는 (쓸데 없는) 생활 신조 중의 하나가 드라마를 보지 않는 것인데 올해는 7년 만에 그 신조를 깼습니다. 실은 바둑에 (다시) 관심이 생겨서 웹툰을 먼저 봤다가 드라마를 보면 나중에 학생들과 뭔가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연말에 1주일 넘게 인터넷/전화가 되지 않는 곳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 기간 동안 몰아서 다 봐버렸네요.

짱돌은 어디에나 있다! (이런 건 학생들도 좀 알아야지 말입니다.)


올해는 솔직히 베스트와 워스트 영화들을 뽑는데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아주 인상적이거나 최악인 영화가 그만큼 적었다는 뜻이었겠죠. 그래도 베스트는 단연코 <한공주>였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보니까 더 아프더군요. 그리고 의외로 박찬욱의 <스토커>도 매우 좋았고, 아버지 장례식 끝내고 본 두 편의 아버지에 대한 영화 <어바웃 타임>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올핸 못봐서 아쉬운 영화가 특히 많은데 <인터스텔라>, <호빗>,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등의 외화들과 많은 한국영화들입니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극장에서 자막 없이 보기엔 너무 어렵고 아쉬울 것 같아서 포기했는데 내년엔 좀 더 많은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된다면 우리 연구실 사람들도 큰 관심을 보이는 넷플렉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즈> 시리즈도 보고 싶지만 드라마 보지 않는 생활 신조가 문제군요.ㅎㅎ 아무튼 2015년은 문화적으로 좀 더 풍성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내가 뽑은 2014년 영화 개인상  


올해의 영화 <한공주>와 천우희


최우수 감독상 - 박찬욱 (스토커)

최우수 작품상 - 한공주

남우주연상 - 앤디 서키스 (혹성탈출 시리즈 시저) 

여우주연상 - 천우희 (한공주) 

남우조연상 - 이희준 (해무) 

여우조연상 - 한예리 (해무)

특별상 - 드라마 미생

아차상 - 빌 나이히 (어바웃 타임)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오블리비언) 

올해의 발견 - 임시완 (드라마 미생)

올해의 괴작 - <미션 투 마스>와 <노아>

올해의 과대평가 - <주노>

가장 허비된 배우 - 한효주 (반창꼬)와 정우성 (신의 한수)

가장 허비된 캐릭터 - 슈퍼맨 (맨 오브 스틸)



2014 Best 5 movies


1. 한공주

2. 스토커

3. 어바웃 타임  

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5.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2014 Worst 3 movies


1. 반창꼬

2. 카우보이 vs 에일리언

3.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아래는 2014년 동안 본 영화들(가나다순)과 제 나름대로의 별점입니다.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 80년대의 촌티까지 전해진다. 

겨울왕국 ★★★☆ 두 딸을 위해 만든 최고의 동화

결혼전야 ★★☆ 러브 액추얼리 아류는 이제 그만!

공범 ★★☆ 울지만 않았어도 별 반 개는 더...

군도 ★★★ 시의적절하지만 과하다. 

그녀(Her) ★★★☆ 소재는 신선하지만 핵묵은 주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버지의 무게와 성공의 의미와 가족이란 무엇인가!

남자가 사랑할 때 ★★☆ 깡패가 사랑할 때?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 상투적 이야기에 묻힌 대단한 배우들!

노아 ★★★☆ 정의를 독점한 자들에게 던지는 물맷돌

로보캅 (2014) ★★☆ 경찰이 아니라 수퍼 히어로!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 매튜 맥커너히의 부활

맨오브스틸 ★★☆ 그렇게 때려부수면 좋냐?

머니볼 ★★★☆ 수학과 과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명량 ★★★ 이야기의 부재를 스펙타클로 덮는다.

미생 (드라마 1-20화) ★★★★ 바둑을 빼고 사람을 넣었다. 

미션 투 마스 ★★★ 그래비티가 갑자기 NASA 홍보영화로 바뀐다. 

반창꼬 ★★ 말이 되는 영화를 만듭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영원한 것은 없다. 늙든지 젊든지.

브이 포 벤데타 ★★★ 시대가 요상하니 별 반 개 더!

소스코드 ★★★☆ 세월호 사건과 겹쳐보이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수상한 그녀 ★★★ 반짝반짝 빛나는 심은경 + 향수돋는 음악이 여러가지 단점을 덮는다. 

숨바꼭질 ★★★ 대한민국에선 집 자체가 공포!

슈퍼배드 ★★★ 악당이 아빠가 된 착한 이야기. 

슈퍼배드2 ★★☆ 착해지니까 조금 재미 없다.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 ★★★ 똥꼬가 짜릿한 기분나쁜 느낌

스토커 ★★★★☆ 이야기가 단순하니 박찬욱의 진가가 더 빛난다.

신의 한수 ★★★ <타짜>인 줄 알았더니 <아저씨>였네.

애니 (2014) ★★☆ 애들 보는 뮤지컬로 전락한 애니 

어바웃 타임 ★★★★ 시간 여행자의 아버지

역린 ★★★ 그렇게 욕먹을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연애의 온도 ★★★ 민폐가 성숙을 만든다?

오블리비언 ★★★☆ 뻔한 이야기에 미니멀한 아름다움. 

오페라의 유령 ★★★ 뮤지컬의 상상력이 영화에 가로막힌다.

우주전쟁 ★★★ 삼각대 우주인과 미물들이 싸운다! 

인빅터스 ★★★ 엄청난 소재치고는 밋밋하다.

조선미녀삼총사 ★★☆ 뭐라 쓸 말이 없네

주노 ★★★ 쿨한 가족이라는 판타지

천국에 다녀온 소년 ★★☆ 기독교 영화도 좀 더 세련되게 만듭시다.

카우보이 vs 에이리언 ★★☆ 007과 인디아나 존스를 허비한 괴작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 ★★★ 이제는 반듯한 히어로가 낯설다.

퍼시픽 림 ★★★ 변형 에반게리온 커플판인가? 

프라미스드 랜드 ★★★ 환경 프로파갠더 영화

한공주 ★★★★☆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자화상.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1 ★★★☆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2 ★★★☆ 해리 포터, 많이 컸다!

해무 ★★★☆ 어버이연합을 이해하게 되었다.  

호빗: 뜻 밖의 여정 ★★★★ 시작은 반지의 제왕보다 낫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 가운데 낀 영화의 한계를 스펙타클로 넘는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 인간이나 유인원이나, 사고는 매파가 치고 수습은 비둘기파가 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유인원 영화의 진화의 시작!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1. SNS를 두 달 정도 쉬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GMO 관련된 헛소문이 여기저기서 전방위로 들려와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잘 참았다. 덕분에 방치했던 블로그에 포스팅을 꽤 올렸다. 하지만 관심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 책쓰려던 계획도 포기하고 두 달 동안 실험에 매진했다. 밤까지 샐 뻔 했다. 그런다고 결과가 잘 나오지도 않았다. 실험의 지난함이란...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도 같다.


3. 실험하면서 미뤄뒀던 팟캐스트들을 열심히 들었다. 요즘은 한물 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매체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매력적이다.


구독하는 팟캐스트들


4. 연구년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도 없이 돌아갈 것 같은데, 연구년이 아니라 차라리 안식년이라 생각하고 놀기나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가끔씩 몰려온다. 솔직히 그래도 한국에 있는 것보다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위로한다.


5. 오늘은 갑자기 몇 군데서 이메일 연락이 왔다. 전화가 안되서 이메일을 보낸다는 연락. 연구년 나온 사실을 10개월이 지나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 역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있지 남에겐 별 관심이 없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6. 최근 강의하는 악몽에 며칠 동안 시달렸다. 학생들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말을 듣지 않고,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강의하는 것인데, 강의가 악몽이 되다니 별일이다.


7. 두 달 정도만 무인도에 가서 글만 쓰다 오고 싶다. 하지만 두 달 뒤엔 귀국해야 한다. 아니, 딱 50일 남았다. 아마 50일 뒤에는 딱 열흘만 더 있었으면 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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