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가 주로 고온성 극한미생물을 연구했었는데 최근 몇 년 호염성 극한미생물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바로 소금 속 미생물 연구입니다. 그래서 천일염 논란이 한참일 때 입이 근질근질 했지만 당장 급히 해야 하는 다른 일들 때문에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 할 일 중 하나는 책을 쓰는 일입니다. 지난 주말 계약서를 받아서 오케이를 했으니 이제 미친듯이 쓰는 일만 남았네요. 현재 절반 쯤 썼는데 연말까지 원고를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어제 SBS 스페셜에서 천일염 방송을 했더군요. 오늘은 (다른 일로) 마음이 싱숭생숭한 김에 그 이야기나 잠깐 해볼까 합니다. 


천일염 논란에서 첫번째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논란이 실은 여러 가지 다른 식품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몸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수 많은 정보들, 반대로 몸에 나쁘다고 하는 수 많은 정보들에 대해서 이젠 좀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이번 논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구요. 반대로 문제 제기한 황교익씨에 대한 마타도어 등은 좀 저열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SBS 스페셜에선 다섯가지의 논점을 이야기했습니다. 


1. 천일염은 친환경적인가?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장판을 깐다면 환경파괴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제 분야도 아니고...   


2. 천일염은 우리 전통소금인가?


아닙니다. 물론 전통을 언제부터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3. 천일염은 위생적으로 안전한가?


이게 제일 문제죠. 여기엔 두 가지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첫째는 균이 있다. 둘째는 불순물이 있다. 


일단 균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분명히 균은 있습니다. 이건 우리 천일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소금 중 상당수가 그렇습니다. 아래는 2014년도 벨기에 연구진의 연구 결과인데 전세계 식용 소금 26종 중에 14개 종에서 호염성 아키아가 나왔다는 논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온 것은 그 유명한 게랑드 소금(Guerande salt)입니다. 무려 1g 당 10만개 이상 나오는 것도 3종이나 됩니다. 자, 그럼 저 소금들은 비위생적일까요? 


2014년도 국제식품미생물학저널


이건 미생물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인데, 균이 있다, 없다는 어떤 배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호염성 아키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배지 뿐만 아니라 염분을 몇 % 넣고 키우느냐에 따라서도 나오는 균의 종류와 숫자가 달라집니다. 위 그래프에서는 1개의 소금 당 4개의 다른 배지를 사용해서 균을 키워봤는데 숫자가 조금씩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균이 안나온다고 균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호염성균이 나쁜지 좋은지 어떻게 아느냐, 솔직히 답은 없습니다. 허무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엔 균을 키우지 않고 균이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으로 DNA 검사를 합니다. 그렇게 DNA 검사를 하면 균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키우지 못하고, 그 녀석들이 자라지 않는 것입니다. 김치를 발효할 때 섞는 온갖 채소와 소금과 향신료와 물 속에 균이 없을까요? 웬만한 것은 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발효시키면 유산균이 많이 나오죠? 그건 그 발효 조건이 유산균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거기 다른 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식재료에 균이 있다고 무조건 비위생적인 것은 아닙니다. 답은, "아직 잘 모릅니다"가 맞습니다. 다만 대장균군과 같은 분변 관련 미생물들은 나오면 안되겠죠. 하지만 분변미생물이 소금에 존재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오히려 오염의 소지가 있겠죠. (참고로 호염성 아키아의 대부분은 10% 이하의 소금 농도에서는 자라지 못합니다.)


여기서 아직 잘 모른다고 하면 일단 규제하고 봐야 한다는 쪽과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겠지요. 그래서 제 생각에 이번 방송에서 아쉬운 점은, 식약처 관계자는 전세계 어디에도 소금의 미생물 규격은 없다고 이야기했고 황교익씨는 일본과 프랑스엔 규격이 있다고 했는데 어느 쪽 이야기가 맞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그 소금 속 미생물 규격이 법적 규격인지 아니면 민간 자체 기준인지도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될텐데 말입니다. 저는 식약처 관계자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만 이 부분도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물에 녹지 않는 불순물의 경우는 결국 그 성분이 뭐냐에 의해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뻘의 모래라면 뭐 그렇게 나쁠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걸 왜 비싼 돈주고 사먹느냐의 문제가 있겠죠. 물론 갯벌 성분이 많은 게랑드 소금을 좋다고 사드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말이죠. 제가 궁금한 것은 천일염 속에 장판염의 성분, 또는 유해한 성분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전에 그런 성분 없다는 논문을 본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그런 것을 한 번 검증해보거나 찾아봤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천일염 미네랄, 우리 몸에 좋은 것인가?


저는 이 부분에 있어서 모든 식품 연구자들이 좀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일염 속 (나트륨을 제외한) 미네랄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양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장점만 부각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워낙 많으니까요. 와인 속 레스베라트롤이나 막걸리 속 파네졸이나 꿀 속의 비타민이나 흑설탕이나 원당의 비타민 류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천일염 속 (나트륨을 제외한) 미네랄이 몸에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겠으나 솔직히 그 양은 너무 미미하고 그걸 많이 먹으려면 나트륨은 더 먹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걸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입니다.  


하지만 나트륨도 미네랄인데 미네랄 많다고 하는 것은 무식하다는 주장은 조금 과합니다. 마치 트위터나 신문의 지면에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듯이 소금 속 미네랄이라고 하면 대충 나트륨은 제외하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건 사실 문맥으로 파악되는 문제죠. 논문이 아니니까요. 


5. 정제염은 전기분해한 화학적 소금인가?


전기 분해가 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고 이미 이온화 되어 있는 성분을 어떻게 분해한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건 방송에 나온 내용으로 대체하면 되겠네요. 다만 정제염이건 천일염이건 화학적 소금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입니다. 화학이 나쁘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사실 지난 겨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Fancy Food Show에 참가했었습니다. 놀랐던 건 거기에 매우 다양한 소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금들은 다양한 요리에 어울리는 맛을 내고, 모양을 내고, 색을 내는데 사용되지 먹으면 몸에 좋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자료에는 미네랄 함량 등이 써 있기는 합니다만 음식의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한 것이죠. 그런데 왜 우리나라 천일염 회사들은 그렇게 마케팅을 하지 않고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저는 이게 우리나라 식품 업계의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식품을 둘러싼 담론과 관련자들 모두 문화적으로 더 풍부해져야 합니다.    


소금 회사 전시장 (Winter Fancy Food Show at SF)

매우 다양한 소금들 (Winter Fancy Food Show at SF)



쓰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아무튼 이번 논란을 통해 식품에 대해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논쟁에서 발견한 좋은 글 하나 소개하고 마칩니다. 물뚝심송님의 소금이야기라는 글입니다. 



[덧붙임] 제게 이번 논란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무슨 식품이든 툭하면 몸에 안좋다고 하시던 분이 천일염 옹호 패널로 나오셨고, 주로 식품의 안전성을 옹호하시던 분이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패널로 나오신 점입니다. 이렇게 역할이 바뀐 것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ㅎㅎ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이쯤되면 금속수저 괴담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어제 요거트와 금속 수저 2탄을 포스팅하고 났더니 트윗으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꿀도 금속 수저로 먹으면 안되나요?"


그럼 꿀 먹을 때 쓰라고 파는 이것들은 다 뭐임??? (구글 이미지 검색)



대체 이건 무슨 소리일까 싶어서 찾아보니 역시 그런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꿀은 효소이므로 금속 수저에 닿으면 안된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덧붙이자면 꿀은 당분이 85%내외 물이 15% 내외 나머지 성분은 눈꼽 만큼도 안됩니다.(물론 어떻게 채취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좀 있지요.) 아무튼 꿀이 효소라는 것은 예전에 설탕 절임을 효소액이라고 팔아먹던 이야기와 비슷한 겁니다. 효소액이 들어 있어도 극미량이고 그걸 먹는다고 몸에 좋을 것도 없습니다. 제발 효소라는 말 좀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마세요. (식물 설탕 절임을 효소액이라고 했던 해프닝은 여길 참조하세요.)  


2) 꿀을 금속 용기에 저장하면 꿀 속의 성분이 금속과 결합하여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이것도 대체 어디서 근거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논문 찾는 사이트에서 honey와 stainless로 검색하니 논문이 딱 두 개 나오더군요. 하지만 꿀과 금속이 결합한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 중의 한 논문은 저자 이름이 Honey ^^) 다시 말하지만 꿀의 성분은 당과 수분이 거의 대부분인데 이 성분들이 금속과 뭐 대단한 반응을 일으킬 일은 없습니다. (꿀 속의 성분은 예전 포스팅, "꿀은 얼마나 몸에 좋을까요?"를 참고하세요. 사실 꿀이나 설탕이나 액상과당이나 주성분은 비슷비슷합니다.ㅠㅠ)


그래서 구글에서 honey와 metal로 검색을 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이트를 찾았습니다. 이른바 꿀에 대한 미신을 정리한 사이트입니다. 아래 그림 두번째 항목을 보면 꿀을 금속 숟가락으로 뜨지 말라고 하는 것은 미신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꿀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도 미신이라고...ㅠㅠ



암튼 꿀을 금속 숟가락으로 먹지 말라는 것도 거의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문은 어디서 왔을까요? 혹시 언제나 손으로 꿀을 퍼먹는 푸우가 퍼뜨린 것은 아닐까요??? ㅎㅎ

그림 출처: Disney.co.jp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이 글은 지난 2008년에 썼던 글 "요거트를 금속 수저로 먹지 마라?"의 후속편입니다. 아직도 요거트를 금속 수저로 먹으면 균이 다 죽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퍼져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작년 SBS 모닝 와이드 (2014년 8월 29일 방송)에서 이에 대한 간단한 검증을 했더군요. 사실 저는 연구년 중이라 그 방송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는데 우리 학생들이 잘못된 식품 정보에 대한 과제를 하면서 그 내용을 찾아 왔더군요. 그래서 여기에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체 분량이 3:30초 되는데 무료 다운로드 가능하니까 다 보실 분들은 위의 링크를 누르세요!)


먼저 유산균 제품 대조군과, 플라스틱 수저를 접촉시킨 것, 그리고 금속 수저를 접촉시킨 것의 균체수를 검증했는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관찰한 균체의 모양이나 개체수도 큰 차이가 없었구요. 




또한 제품 표면에 프린트된 숟가락도 금속이니까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도 덧붙였군요. 



그래서 결론은 숟가락 걱정 마시고 요거트 드세요!!!




방송 내용 중에 요거트 전문점에서 일하시는 분이 금속 숟가락으로 먹으면 균이 죽기 때문에 나무 숟가락이나 플라스틱 숟가락을 제공하고 권한다고 하던데 이제부터는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근거 없는 소문은 이제 그만~~~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오늘도 모 사이트에서 우유에 대한 험담을 보았습니다. 뭐 이런 건 요즘 흔한 일입니다. 그게 정말 우유가 해로워서 그런 것이건, 기존의 믿음이나 상식에 대한 반감이건, 아니면 채식주의자들의 공격이건, 우유가 여러가지로 공격받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우유회사들은 재고가 늘어서 울상이라고도 하더군요. 


그런데 저 기사 중에 제 관심을 끈 대목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우유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게 뭐냐는 질문에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믿음이라고 하더군요. 완전식품이라는 말, 사실 여기 저기서 많이 듣지만 정작 식품 관련 수업시간에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말입니다. 가끔 스쳐지나가듯 책이나 논문에 우유나 달걀 등이 완전식품이라는 구절이 씌어있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그게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군요. 그럼 대체 이 완전식품이라는 말은 어디서 누가 시작한 것일까요?  


경향신문 1966년 2월 9일 신문 내용



일단 저 인터뷰의 원문에 '완전식품'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기사 중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믿음입니다, 라고 번역된 부분의 원문은 "Milk is the only food that makes up an entire food group."의 의역입니다. 완전식품의 영어적 표현을 perfect food, super food, essential food 등으로 생각해볼 순 있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완전식품이라는 의미는 별로 없습니다. 완전식품이라는 개념이 서구에서 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하지만 맨 밑의 추가 사항 참고해주세요!) 


후타키 켄조 박사 (사진 출처:일본 위키)

출처를 알 수 없는 상당히 많은 정보들은 일본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 위키를 뒤져보니 힌트가 나오더군요. 일본 위키에 따르면 "완전식(完全食)"이란 말은 후타키 켄조(二木謙三)라는 일본의 의사가 1921년에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후타키 켄조는 1873년에 태어난 일본의 유명한 세균학자이자 의사인데 건강법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낸 개념이 바로 "완전식"입니다.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이라는 개념을 유럽에서 수입해서 퍼뜨린 원흉주역도 바로 이 후타키 겐조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의 글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은 없다"를 참조하세요.)


그런데 이 후타키 켄조가 완전식품이라고 불렀던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식품과 약간 차이가 있는데 그는 "아직 살아있는 식품이자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풍부하게 포함한 식품"을 완전식품으로 주장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살아 있는 식품은 뭔가를 빼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그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콩은 살아 있는 식품이지만 비지를 제외한 두부는 죽은 식품, 뭐 이런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스비다. 아무튼 후타키 켄조는 완전식품의 대표로 "현미"를 꼽았다고 하네요. 


후타키 켄조 말고 "완전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그는 일본 영양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이키 타다스(佐伯矩)"입니다. 사이키 박사 역시 원래 의학자였는데 영양학이라는 학문을 의학에서 독립시켰고 일본 영양학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합니다. 1886년생이니까 역시 매우 오래 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무튼 사이키 타다스 박사가 주장한 완전식품이란 하루치 필요한 열량을 가진 식사를 의미했습니다. 다른 말로는 표준식이라고도 했다는군요.


1920년대 초 처음 일본에서 주창된 완전식(完全食)과 그 이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완전식품(完全食品)이 같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찾아볼 필요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완전식품이란 일본식 건강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마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제가 일본식 건강법이나 건강서적에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것을 아실텐데요. 실은 이런 완전식품이라는 용어도 어찌보면 비판받을 소지가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떤 하나의 식품이 완전할 까닭은 없으니까요. 아무리 영양적으로 고르다고 해도 찾아보면 뭔가 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죠. 예를 들어 영양학적 밸런스를 따지자면 계란은 탄수화물 비율이 너무 적고 현미는 탄수화물 비율이 너무 높다고 볼 수 있죠.  


보통 완전식품이라고 하면 달걀과 우유가 가장 대표적이고 그 외에 현미나 고구마, 심지어 일본에서는 카레라이스도 완전식이라고 하나 봅니다. 하지만 다른 식품들보다 달걀과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잘 알려진 것은 그간 양계업계나 낙농업계의 마케팅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이렇듯 완전식품이라는 용어는 실제 영양적 측면보다 마케팅적 측면이 강화된 용어이고 때문에 어떤 식품을 완전식품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무조건 그 식품이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건 마치 산성식품, 알칼리성식품과 같은 옛날 영양학적 분류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그 반대로 완전식품이라는 용어가 100년 가까이 지난 일본식 조어이고 학문적인 의미가 없다고 해서 그 식품이 해롭다는 것도 아닙니다. 식품은 식품일 뿐이고, 적당히 먹어서 영양분을 주고 맛있으면 좋은 것이고, 과해서 영양분이 편향되면 해로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해롭다는 것이 뭐 당장 큰 일이 나거나 부작용이 생기는 정도도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저는 우유가 아이들이 매일 마셔야 하는 대단한 식품이라는 것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최근 우유를 무슨 독극물처럼 묘사하고 온갖 성인병의 원인인 것처럼 떠드는 것에는 더욱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하긴 만만한 식품 하나 찍어서 나쁜 놈 만들어 돈 번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만 말이죠. 


추가사항: 마바리님의 제보에 의하면 E. Melanie Dupuis가 쓴 <Nature's Perfect Food: How Milk Became America's Drink>라는 책의 2장에 어떻게 미국에서 우유가 perfect food가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유래는 19세기 중반 부터라고 합니다. 즉 일본에서 완전식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불렀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완전식품이라는 용어는 일본인이 주창한 개념라기 보다는 여기저기서 비학문적으로 사용된 용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요즘 카바이드 막걸리는 괴담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보입니다. 언론 기사도 나오고 아예 카바이드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저는 카바이드로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것은 불가능해도 카바이드와 밀가루, 알코올 등을 섞어서 막걸리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이것 저것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오일쇼크 시대에 소주를 띄우고 막걸리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괴담?


"정부는 1975년에 소주 업체를 지원하고 막걸리 업체를 ‘탄압’하기 시작해요. 소주는 도수를 기존 35도에서 25도로 낮추도록 합니다. ‘소주에 물을 타도록’ 해준 것이죠. 원가가 덜 드니 소주업체들은 마진을 더 챙기게 됐어요. 반대로 비위생적인 술도가를 적발하고 밀주업자를 잡아들이며 막걸리에 비위생적이고 불법이라는 이미지를 씌웁니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에 시작되었는데 카바이드 막걸리는 1960년대 초반부터 언론에 다뤄졌고 60년대 후반부터 언론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카바이드 막걸리가 단순히 오일쇼크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1962.07.09 동아일보 1면 횡설수설 중


게다가 박정희 군사정부가 막걸리에 백미사용을 규제한 것이 1963년부터이고 1966년 8월부터는 전면금지를 시켰는데 그 이후부터 밀가루를 이용한 막걸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카바이드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62.08.27 경향신문 3면 카바이드 탁주를 마시면 주정이 거칠어집니다.^^


2. 카바이드로 발효를 빠르게? 발효를 한 것처럼 보이게? 


저보고 카바이드 막걸리를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찐밀가루 + 알코올 + 카바이드 + 향료나 기타 등등을 섞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걸리의 지게미는 밀가루로, 거품은 카바이드로, 술냄새는 알코올로 내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면 맛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모양은 비슷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그걸 진짜 막걸리랑 섞으면 더 비슷할 수도 있겠죠. 발효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시간도 단축될 것이구요. 그러니까 카바이드로 발효를 시킬 수는 없지만 카바이드로 비슷한 모조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카바이드를 넣으면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게 발효를 촉진시킬 수도 있을 것 같구요. 


1972.11.11 매일경제 7면



3. 누룩 대신 카바이드? 


윗 기사를 보시면 "막걸리 주원료인 쌀과 누룩 대신에 밀가루와 화학약품(호프, 키니내, 테라마이싱)을 혼합하고 발효를 빠르게 하기 위해 카바이드를 섞었다"라고 나오는데 발효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발효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가 맞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왜 말라리아약인 키니네와 항생제 테라마이신을 넣었을까 했더니 이런 기사도 있군요. 


1976.03.06 경향신문 누룩은 균을 키우는 것인데 항생제를???


이 내용을 잘 읽어보면 누룩은 원래 미생물이 왕창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인데 항생제를 넣어서 미생물을 죽이고 대신 카바이드를 넣었다는 겁니다. 아마도 발효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이산화탄소 거품이 일어나느냐의 여부일 것이므로 카바이드를 넣어 거품이 나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이 가능하죠. 게다가 그렇게 만들면 "시지 않고 싱싱한 맛이 난다"고 하네요. 효모와 함께 자라는 유산균이나 잡균들에 의한 발효가 일어나지 않을테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죠. 


 

4. 사실 진짜 위험한 것은 카바이드보다 중금속 불순물


사실 사람들이 카바이드(탄화칼슘)가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바이드는 먹는 것보다 폭발의 위험이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값싸게 판매하는 카바이드는 순수한 탄화칼슘이 아니라 여러가지 유해 중금속이 불순물로 포함되어 있어서 실제로 카바이드를 사용하면 카바이드 자체보다 중금속 오염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5. 막걸리 숙취는 카바이드 때문인가?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숙취는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술을 마시든 숙취는 있습니다. 게다가 막걸리는 발효하기가 쉽지 않은 술인데다 균을 제거하지 않는 술이라 함부로 아무 곳에서나 만들다보니 발효가 잘못되거나 보관이 잘못되어서 숙취가 심한 경우가 더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급한 알코올과 카바이드와 다른 물질을 섞어 술을 만들었다면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더 심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건 대부분 옛이야기이고 요즘엔 막걸리가 특별히 숙취를 많이 일으킨다는 이야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엔


1) 오일쇼크 때 막걸리를 죽이기 위한 소문이라고 보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2) 카바이드를 막걸리에 사용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3) 카바이드로 발효를 촉진할 수는 없지만 발효가 일어난 것처럼 속였을 수는 있다.

4) 카바이드로 막걸리 모조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놀랍지 않습니까? 요즘 중국에선 계란도 가짜로 만든다는데 그들이야말로 화학의 대가! 우리도 예전엔 참 나쁜 짓 많이하며 살았죠. 불량식품도 많았구요. 뭐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다들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말입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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