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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조병국, 삼성출판사)

바이오매니아 2012. 7. 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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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부산시민도서관에서 "자연과학도서"에 대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특강을 주선하신 분은 예전에 같은 방송에 출연했던 동아대 문예창작학과 이국환 교수님이십니다. 오랜 기간 부산의 여러 방송에서 책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셨고 팬(?)도 많은 분이죠. 지난 번 세남자의 후쿠오카여행에 함께하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이교수님께서 올해 원북 원부산(One Book One Busan)운동의 운영위원장이 되셨다고 하더군요. 원북 운동(One City One Book Project)은 기관, 도시, 나라 등에서 한권의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는 독서 운동이라고 하는데 부산에서는 2004년부터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원북 원부산의 주관기관(?)인 시민도서관에 강연을 간 덕분에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 책이 바로 2012년 원북 원부산 도서로 선정된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입니다. 


2012년 원북원부산 선정 도서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책은 서울시립아동병원과 홀트아동병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데 평생을 바치신 조병국 원장님의 책으로 그 분이 만난 아이들, 입양아, 그리고 그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생을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한 느낌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같은 의사로서의 삶을 다룬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생각이 나더군요. 하지만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저자가 의사 생활을 하며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주 내용이지만 이 책은 아이들, 특히 입양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병국 선생님이 "모든 아동은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홀트아동복지회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입양은 사실 제게 있어서도 약간 뜨거운 감자입니다. 대학 시절 한 선배가 자신의 이상형이 "입양을 할 여자"라는 고백을 했을 때부터 시작된 입양에 대한 부담은, 지금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부터 시작하여 주변의 존경할 만한 여러 그리스도인들이 입양을 하셨고 아내도 가끔 겁없이 입양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주변에 휩쓸려 입양을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만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크고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사람들의 삶을 보며 작은 희망들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책 중의 몇가지 인상적 구절들


사람들은 의사가 매우 냉철하고 이성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되 한계를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의사가 냉철하고 이성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의사들은 기적을 믿는다.(p15)

미국 학교들은 장애를 개인이 아닌, 사회와 모든 사람이 함께 분담해야 할 몫이라고 본다. 장애아가 있는 반에서는 수업시작 전 교사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 하루 이 친구 바디(body) 노릇 해줄 사람 손 들어봐요." (p44)

어찌 보면 지난 나의 50년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꼭 진리는 아니라는 걸 매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다.(p95)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인생을 너무 집요하게 들여다보면 비관적인 사람, 과조하면 냉소적인 사람이 된다. 인생을 보는 적당한 거리를 아는 것, 그게 바로 현명함이 아닐까. (p110)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버려진 아이'는 슬프지만 '발견된 아이'는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입양 서류에 'OO에 버려졌음'이라 쓰지 않고 'OO에서 발견되었음'이라 쓴다. (p140)

입양이란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단어가 아니다. 한 아이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체념에 빛을 잃은 눈동자를 다시 빛나게 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를 찾아줄 마법 같은 힘, 당신을 보라. 당신에게도 이미 그런 힘이 있지 않은가.(p160)

장신구를 살 돈으로 부모 잃은 아이들 입에 들어갈 딸기를 사고, 생활비를 아껴 아픈 아이들 약값을 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더욱 아름다워지고, 아끼지 않으면 더욱 귀해진다는 걸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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