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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어른, 김민기를 추모하며

얼마전 제 주변 소셜 미디어에 김민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넘쳤습니다. SBS에서 방영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다큐멘터리 3부작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 잊고 있었던 이름입니다. 하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기도 하죠.   찾아보니 김민기 선생님에 대해서 26년 전에 쓴 글이 이 블로그에도 있더군요. 아마도 98년도에 지하철 1호선을 보고 와서 쓴 글인 것 같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이렇게 썼었습니다. "그는 내 청소년기의 우상이었으며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었다고. 제가 평생 누군가를 우상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쩌면 그는 유일한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김민기라는 인물은 정말 전무후무한 사람입니다. 군사독재시절의 희생자이면서 신화적 존재였으나, 그 모든 추앙을 ..

우연히 만난 부산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책 <부산미각>(문학동네)

지난달 부산 학회에 갔다가 제가 애정하는 “우연한 서점”에서 우연히 산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이라는 책입니다. 은 부산과 관련한 여러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사실 ‘웅어’를 제외한 다른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거나 들어본 내용이었고 대부분 제가 라디오 방송할 때 다뤘던 내용이지만, 군데군데 숨어 있는 부산에 대한 역사적 소개와 그 연관성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면 부산의 옛 이름 ’동래‘는 동쪽의 신선이 사는 세상 봉래(蓬萊)의 약칭이라거나, 조선인이 최초로 설립한 민간은행인 경남은행의 전신이 구포은행이라거나, 영도의 여러 이름(영선동, 청학동, 봉래산)은 신선이나 도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 등 단순하게 부산 음식 뿐만 아니라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잘 버무린 솜씨가 ..

WHO의 항생제 내성 병원성 세균 우선순위 리스트 (WHO BPPL) 2024 발표

(읽기 전 참고 사항)엄밀한 의미에서 내성(tolerance)과 저항성(resistance)은 다른 개념인데, 내성은 약물에 대한 감염숙주(환자)의 반응 저하 개념이고, 저항성은 약물의 효과에 저항할 수 있는 감염체(미생물)의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내성 세균보다는 저항성 세균이라는 용어가 맞습니다만 대중적으로 내성 세균이라는 개념이 아직까지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주로 내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2022년 연말에 WHO에서 최초로 병원성 진균 우선순위 리스트 (fungal priority pathogens list, WHO FPPL)를 발표했다는 포스팅(아래 링크)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세균을 위한 항생제 개발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항진균제 개발의 ..

빈틈의 위로 (김지용, 강다솜, 서미란, 김태술 지음), 인생을 어떻게 바꿀까?

를 읽었습니다. 초판 1쇄 펴낸일이 2024년 7월 17일(하지만 오늘은 7월 7일)이라고 찍혀 있는 따끈따끈한 새 책입니다. 예약 주문을 했더니 펴낸일보다도 먼저 책을 보내주네요.ㅎㅎ    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인터넷 서점에 달려갔는데, 추천사를 쓴 사람 중에 손석희 사장님(?)이 계셔서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아마 저자들 모두 MBC와 이런저런 관련이 있어서 쓰신 것이겠지만, 본인과의 미담이 적혀 있다는데 과연 뭘까 싶은 궁금증이 강하게 생겼구요. (아주 고차원의 떡밥인 것도 같지만 말입니다.ㅎㅎ)   의 저자는 김지용, 강다솜, 서미란, 김태술 4명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아는 이름이 있을 수 있고, 아마 그 사람이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유퀴즈에 출연하신"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정신과 ..

우리는 정의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영화 <프리즈너스>를 보고)

올해 본 가장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가 드니 빌뇌브의 이고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바로 이것이다. "He is a good man."  그는 선한 사람이에요, 그는 착한 사람이에요, 정도로 해석 가능한 이 대사는 영화의 맨 마지막에 나온다. 주인공의 아내가 주인공 켈러 도버(휴 재맨)에 대해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에게 한 말이다.  주인공은 어린 딸을 유괴당했고, 확실한 증거없이 유력한 용의자를 잡아 가두고 고문했다. 그는 직관적으로 그 용의자가 범인이라고 믿었고, 증거가 없다고 그를 풀어준 경찰을 불신했다. 영화는 자녀를 유괴당한 부모의 끔찍함과 그가 행하는 끔찍한 고문을 대비시킨다. 그의 아내는 그렇게 끔찍한 고문을 행한 남편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왜냐고? 그는 딸을 사랑했으며 이 일은 유괴된..

중증 진균 감염병 전세계 발생률 및 사망률 추정치

지난 주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실린 리뷰 논문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보도의 핵심은 대략 10년 전에 비해 사망자가 2배 가까이 늘어서 매년 380만명(전 세계 전체 사망자의 약 6.8%)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Global deaths from fungal disease have doubled in a decade – new study Better and more timely diagnoses of fungal diseases could save millions of lives a year. theconversation.com 여러 보도에 언급된 논문 제목은 Global incidence and mortality of sev..

2023년에 본 영화들 그리고 제13회 나만의 시상식

누구도 시키지 않지만 괜한 의무감에 하는 열세 번째 나만의 시상식입니다. 2023년에 본 장편 영화는 대략 120편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영화를 본 한 해였습니다. 그 다음은 코로나가 터졌던 2020년에 본 111편(+드라마 시리즈 2개)이었는데, 2023년에 드라마는 안봤지만 영화는 참 많이 봤네요. 그렇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넷플+왓챠+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 등 OTT의 힘과 스티븐 스필버그와 웨스 앤더슨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2년엔 코엔 형제의 전작을 전부 다 찾아서 봤는데, 그게 나름 괜찮은 경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와 를 보고나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웨스 앤더슨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2023년에 스필버그의 영화 10편과 웨스 앤더슨 영화 9편 (+단편 4편)을 몰아서..

헷갈리는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카스거비 뭐가 다른가요?

최근 유전자 치료(Gene Therapy)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전자 치료란 환자의 유전자를 바꿔서 유전병을 치료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2020년 CRISPR/Cas9 유전자 가위법이 노벨상을 수상한 후 더 관심이 높아졌고, 이 유전자 가위 방법을 사용한 카스거비(Casgevy, 상품명 엑사셀)가 겸상적혈구증(낫적혈구증) 치료제로 영국에서 첫 승인을 받은 것이 지난 주에 크게 뉴스(아래 링크)가 되었지요. 오는 12월에 미국 FDA에서도 허가가 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16973.html 노벨상 ‘유전자 가위’, 질병 치료 문 열었다…수십억 비용 걸림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

오베라는 남자 vs 오토라는 남자, 그리고 스웨덴과 미국

지난 주말 를 봤습니다. 는 스웨덴 소설이자 영화인 의 헐리웃 리메이크 작인데, 얼마 전 아내를 잃은 세상에 불만 많은 퉁명스런 노인네의 이야기입니다. 뭐 이든지 든지, 이런 영화는 많지요. 아무튼 영화는 그냥 대충 예상하는 그대로 흘러가는데, 그러면서도 뭔가 아련한 감정이 피어오르더군요. 그런데 영화 중 오토는 포드 자동차를 좋아하는 옆집 친구와 자동차에 대한 의견 때문에 절교를 합니다. 아무래도 이건 분명 볼보와 사브의 싸움일 것이라고 예상을 했고, 그래서 다음 날 를 찾아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영화를 다 볼 생각은 아니고 자동차만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 다르더군요. 그래서 보다 보니 끝까지 보았는데, 영화 속 작은 차이들이 생각보다 크게 보여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화제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vs 젭바운드) 3차 대전 간단 정리

지난 11월 8일 미국 FDA에서 일라이 릴리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허가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번 포스팅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100년 전쟁 (feat 프레데릭 밴팅))의 100년 라이벌 두 회사 대진표가 확정되었는데요. 이를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https://v.daum.net/v/20231109080121142 美 FDA,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승인…한달치 140만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8일(현지시간)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용 신약 젭바운드를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젭바운드의 성분은 티르제파티드 v.daum.net 1. 100년 라이벌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이번 비만/당..

스위스에 대한 단상 (2023-10-28 ~ 11-02)

지금 하고 있는 국제 과제 때문에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취리히 대학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연구 내용 발표도 하고 실험 방법 등도 배우고 왔는데,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서 스위스 구경도 좀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멋진 광경에 감탄 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길래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1. 잘사는 나라입니다. 1인당 명목 GDP 10만불 넘는 세계 3위. 1인당 명목 GDP 1위가 도시국가인 룩셈부르크인 것처럼 대부분 1인당 명목 GDP 상위 국가들이 작은 나라지만 스위스는 그 중에서 규모가 큰 나라에 속하죠.(국가 GDP로 20위권?) 2. 자연의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 많은 곳이 한마디로 그림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을 보고 살면, 아둥바둥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관광..

중증 COVID-19 환자의 염증과 과도한 장내 진균의 관련성

이번 주 네이처 immunology에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장내 곰팡이의 불균형이 중증 COVID-19 환자나 장기 감염자에게 과도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논문입니다. 물론 그 순서는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중증 COVID-19 환자는 효모 캔디다 알비칸스를 포함하여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 가지 곰팡이 종에 대한 항체가 약 4배 더 많이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해당 곰팡이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마우스에게 COVID-19 환자에게서 얻은 진균들을 먼저 감염시킨 후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감염시킨 경우에, 진균 감염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만 감염시킨 마우스보다 더 많은 호중구가 동물의 폐에 침입하여 염증 반응을 활성..

글로벌 제약회사 순위 Top 50과 나라들 (아시아 제약회사들)

비만치료제 관련 포스팅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전세계 제약회사 순위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잘 정리된 2021년도 자료가 있더군요. 물론 저도 이전에 네이처의 Top 10자료를 포스팅(코로나 전과 후, 글로벌 제약회사 순위 변화)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찾은 2021년 Top 50위 까지의 자료를 가지고 글로벌 제약 기업의 국가를 정리해 봤습니다. (여기서 잠깐, 기업 순위를 시가총액이나 다른 기준들로 다양하게 매길 수 있지만 여기선 매출액 기준임을 밝힙니다.) 전세계 제약회사 순위 50위까지를 국가별로 봤을 때 가장 많은 나라는 당연히(?) 미국(16개 회사)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다음인 2위였는데, 2위는 일본이더군요. 50위 중에 7개 회사(다케다, 아스텔..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100년 전쟁 (feat 프레데릭 밴팅)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들은 팟캐스트가 있는데 경상대 백승만 교수님의 약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최근 비만치료제 전쟁을 하고 있는 일라이-릴리(마운자로)와 노보 노디스크(위고비)의 인슐린 시대부터의 뒷 얘기가 참 흥미로웠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인슐린 발견으로 노벨상 받은 "대인배"와 당뇨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그 대인배에게서 허락을 받고 인슐린을 만든 "사랑꾼"에 대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언더스탠딩 - 없어서 못 파는 삭센다 위고비는 1달러에 만들어졌다? 백승만 경상국립대학교 약학과 교수 여기서 그 대인배는 의사 출신 프레데릭 밴팅(Frederick Banting)입니다. 캐나다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슐린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사람이죠. 밴팅은 토론토대학 매클라우드 교수 연구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상 후 단상

0. 봤습니다. 생각할 것이 참 많은 영화였습니다. 그 내용을 흘려보내기 아쉬워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1. 재난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왔고, 아파트 하나만 빼고 다 무너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없는 영화일지 모릅니다. 기본 설정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영화가 많이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 여기부터 스포일러 주의 ------------- 2. 생각이 납니다. 빈부와 공간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 남의 집에 들어가는 사람, 비극적 결말 등등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영화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 것도 비슷합니다. 는 이병헌이 아파트 노래를 부르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앞부분은 약간 코미디적이고 후반부에는 웃음기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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