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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액 논란 정리, 당성분과 발효

바이오매니아 2013. 7. 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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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효소액에 대한 방송을 많이 하나 봅니다. "효소액 설탕 덩어리"라는 검색어로 유입되는 수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한 때는 종편에서 효소액을 띄우더니 이제는 비판적 방송을 하나 보네요. 덕분에 저도 인터넷 검색을 좀 해보니 효소액과 관련된 동호회나 모임 등에서도 여러가지 혼란과 혼선이 있는 모양입니다. 솔직히 효소액을 먹으면 암이나 성인병 등등에 효험이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중에 암이나 질병, 하다 못해 발효와 식품에 대한 기초 지식도 없어서 엉터리 개념들을 마구 혼재해서 사용하시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몇가지만 일단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 "효소액"은 아니다.


일단 산야초나 과일 등에 설탕을 절반(또는 그 이하) 정도 넣고 몇 개월 동안 담궈 놓은 액을 "효소액"이라고 부르는 것이 잘못된 명칭이라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시는 것 같습니다. SBS 방송에서 한 분이 말씀하신대로 '발효소액'에서 '효소액'이 되었다고 본다면 효소액보다는 "발효액"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효소란 크게 6가지 클래스(class)로 나눠지는데(아래 그림 참조) 유명한 효소 데이터베이스인 BRENDA를 보니 약 6,130 종류나 되는군요. 하지만 전에 이야기한대로 그런 효소를 먹는다고 우리 몸에서 생체 반응이 활발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죠. 


효소의 분류법 (출처: 레닌저 생화학 제5판 상권, 백형환 등 역, 월드 사이언스)


2. "발효액"은 미지수다.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럼 "발효액"이라는 이름은 맞을까요? 이것도 아직까지는 미지수입니다. 효소액 중에 미생물이 얼마나 있는지 아직까지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왜 방송들이 그걸 측정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네요. 총세균, 유산균, 효모, 곰팡이가 어느 정도 있는지 봐야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당이 50%라면 세균이 자라기는 거의 힘든 조건이므로 곰팡이나 효모는 조금 나올 수 있겠지만 생균의 수가 극히 일부 나온다면 발효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발효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인데요. 좁은 의미로 발효는 (미)생물이 자라면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럴 경우엔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적어도 ml 당 수천 마리 정도는 나와줘야지 발효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넓은 의미로 발효라고 하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집니다. 넓은 의미의 발효라면 (미)생물이 아니라 효소에 의한 변화를 뜻하고 이것도 발효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혜 발효 같은 것이지요.


식혜는 곡물과 엿기름(맥아)을 따뜻한 곳에 두어 발효(?)시킨다고 하는데 사실 그 속에서 미생물이 자라기 보다는 엿기름 속의 효소들(주로 아밀라제들)에 의해 전분이 포도당으로 변화되어 단 맛을 내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런 넓은 의미로의 "발효"라고 한다면 "발효액"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누룩을 이용해서 미생물로 발효시키는 식혜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끼워맞춘 느낌이 들죠. 미생물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일단 미생물 분석을 해보는 것이 급선무일 듯하군요. 그리고 나서 미생물이 많지 않다면 그냥 당침출액, 또는 당절임액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해 보입니다.   



3. "설탕 덩어리"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효소액이 설탕 덩어리라는 것인데요. 일단 설탕이 발효(?)에 의해서 없어졌느냐가 가장 관건입니다. 하지만 설탕이 없어졌다고 발효가 되었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분해되어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존재한다면 그거나 그거나죠. 그러니까 설탕이 분해되어 발효과정을 통해 없어졌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그러려면 효소액 속에 당류(설탕+포도당+과당 등의 총합)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하겠죠. 


인터넷에서 본 자료에 따르면 어떤 효소액 관련 동호회에서 각종 효소액의 당 성분을 조사한 것이 있던데 효소액 100g 당 당류가 약 37%에서 53%까지 존재하더군요. 그렇다면 이건 "당류 덩어리"라고 부를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 설탕 과다 섭취의 주범인 탄산 음료의 경우 250ml 작은 캔 하나에 약 28-30g의 당이 들어 있는데, 효소액은 250ml라고 한다면 약 120g 내외의 당이 들어있다는 뜻이니까요. 대충 계산해도 콜라의 4배 가까이 되겠군요. 이걸 매일 마시는 것은 과연 몸에 이로울까요? 물론 당류 외에 산야초의 이로운 성분들이 침출되어 나올 수 있다지만 그렇다면 그냥 산야초를 먹으면 안되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뭔가 중요한 성분의 변화라도 생기는 것인지...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음료 속 설탕량. 아마 효소액은 맨 오른쪽으로 가야할 듯!



4. 효소액과 곡물 발효 효소는 다르다. 


그리고 또 하나, 여기 저기서 혼돈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효소액과 가루 형태로 나오는 효소제품은 다른 제품으로 봐야 합니다. 대개 가루나 곡물 가공품 형태로 나오는 제품은 아마 효소가 꽤(?)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발아 현미 같은 것일텐데요. 보통 곡물에 싹이 나면 효소의 양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곡식 중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이용해서 뿌리와 줄기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 대표적인 것이 맥아(엿기름)이고 그걸 본따서 만든 것이 발아 현미였죠. 그냥 현미는 소화시키기가 어렵지만 발아 현미는 소화효소가 많아서 소화가 좀 더 용이한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설탕을 비롯한 당류도 거의 없을 것이구요. 



이상이 요즘 회자되는 효소액과 관련된 중요한 쟁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발효나 당침출에 의해서 산야초의 유용성분이 증가하거나 흡수가 용이해지거나 뭔가 건강에 이로운 점이 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았지만 그건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오랜 연구를 거쳐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논란에 맞춰서 제가 한가지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발효 식품은 건강 식품"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편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발효에 따른 잇점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단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발효는 식재료를 오래 보존하기 힘들 때 사용한 방법이었지 건강하게 먹기 위한 방법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농업과 운송이 발달하면서 (돈만 있다면) 사시사철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고 집에는 냉장고가 몇 대씩 있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려면 냉장고를 버려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시대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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