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의 시작은 SNS를 다 끊는 것부터였습니다. 뭐 대단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과 제가 해야 할 일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지요. 시간도 좀 지혜롭게 사용하구요. 그 덕분에 나름 방학 기간 동안 이런 저런 일들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하지만 막판에 결국은 제 버릇 남주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하나 벌이고 말았으니 그게 바로 극한미생물연구소를 개소한 것입니다.
이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께는 그리 생소하지 않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학계에서 "극한미생물"은 미생물학의 마이너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극한미생물은 생명의 신비를 연구하는 최전선이기도 하고 바이오연료나 식품, 화장품 소재 개발에 이용되는 등 다양한 이유에서 점점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의외로 대중적인 관심도 꽤 높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극한미생물연구소의 설립은 나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국내 대학에서 극한미생물에 특화된 연구소가 생기는 것은 처음입니다. 물론 연구소 설립보다 중요한 것은 착실하게 관련 연구를 해나가는 것이겠죠.
사실 이런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 제 오랜 꿈이기도 했습니다. 전에도 한 번 썼지만 17년 전인 1996년, 제가 소속되어 있던 연구소가 특수환경미생물의 탐색과 응용이라는 심포지엄을 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난 2010년에는 한국극한미생물연구회 첫모임을 신라대학교에서 열기도 했었죠.(저 아래 초대장에 2009년이라고 썼는데 제 실수입니다.ㅠㅠ) 공교롭게도 17년 전의 심포지엄이나 2010년의 연구회 첫모임이나 이번 심포지엄의 날짜가 모두 8월 말이더군요.^^
아무튼 신라대학교 극한미생물연구소 개소기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을 모시고 미니 심포지엄을 갖습니다. 초고온균, 메탄균, 초호염균, 호열성세균 등 분야도 다양하죠. 아키아와 바이오수소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내고 계신 해양과학기술원의 강성균 박사님, 최근 한우에서 메탄균을 발견하고 열심히 연구하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병찬 박사님, 식품과 여러 환경에서 초호염성 아키아를 연구하며 엄청난 성과(석박사 54개월간 SCI급 논문 62편)를 내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노성운 박사님, 그리고 호열성 세균으로 타가토스 산업화를 이끌었고 누구보다 활발하게 연구활동으로 하고 있는 2013년 한국미생물학회 신진과학자 수상자 경북대 이동우 교수님 등 한 번에 다 모시기 힘든 분들이 기꺼이 부산까지 오셔서 도와주신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간을 길게 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ㅠㅠ)
혹시라도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 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참가비 이런 것은 없구요. 이번에는 전문적인 연구 내용보다는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소개하는 의미에서 조금은 일반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하려고 합니다. 일시는 2013년 8월 27일 오전 11시, 장소는 신라대학교 본관 3층 회의실입니다. (점심 준비 때문에 참석 여부를 미리 알려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뭔가 거대한 일을 이루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그냥 이 분야가 발전하는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하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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