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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X-file 효소 논란 종결판의 데이터

바이오매니아 2013. 9. 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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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효소 논란 종결편"이 방송되었습니다. 그 동안 여러 방송을 통해 효소 제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아마 그 논란들을 나름대로 잘 정리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 동안 별로 검증되지 않았던 제품들을 가지고 실험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효소 관련 유명 동호회에서 의뢰했던 그 검사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그만 두고 오늘은 그 데이터들만 한 번 보죠. (참고로 아래 그림들은 아이패드에서 캡쳐한 사진들입니다.)


1. 효소액의 효소 활성


일단 효소액에 효소가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나왔지요. 당연한 것이지만 역시 amylase나 protease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건 사실 효소액이 아니라 곡물 효소 식품에 들어 있는 효소들이죠.) 물론 식물 속 수천가지 효소 중에 딱 2개만 측정하는 자체가 사실 별로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다른 식물의 효소들은 조금씩 있었겠죠. 그래도 아무튼 효소액이라는 명칭이 잘못된 것이고 발효액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봅니다. 



2. 효소액의 미생물 검사


그렇다면 과연 효소액은 발효액일까, 알아보기 위해서 총세균, 유산균, 효모의 수를 측정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효모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하긴, 효모가 많았으면 술이 되었을 수도 있죠. 총세균수를 보면 최고 8000 CFU/g (8 x 10^3 CFU/g)인것도 있지만 보통 10^1에서 10^2 수준입니다. 이건 미생물의 입장에서는 없다고 봐야겠죠. 일반인들이 보기에 g당 1000마리(10의 3승)면 균이 많아 보일지 몰라도 사실 이건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특히 발효가 되었다면 균주가 충분히 생육해야 하는데 보통 균주들이 잘 자라면 ml당 1억(10의 8승) 마리 정도는 가뿐히 자랍니다. 그러므로 미생물도 거의 없고 발효가 되었다고 보기 힘들죠.    



3. 효소액의 당 검사 결과


발효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설탕이 발효되어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된다고 하시는데 그게 발효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설탕이 분해가 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방송에서 설탕은 원래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가 잘 된다고 나왔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설탕의 분해는 효소의 작용일 겁니다. 그런데 그게 미생물의 효소 작용이냐? 저는 식물 속 invertase (sucrase, 설탕을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하는 효소)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먹거리 X-파일 제작진께 산야초의 invertase 활성을 측정해 보시라고 했는데 그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 제일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cell wall bound invertase를 가지고 있고 아마도 이 식물의 효소가 설탕을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설탕이 분해되었으니 유해하지 않은 것일까요? 이걸 좋게 이야기하면 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요즘 악명 높아지고 있는 액상과당(HFCS)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4. 당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일반적으로 효소액을 만들 때 식물 대 설탕의 비율이 1대1로 들어갑니다. 어떤 분들은 1:0.7 정도로 넣기도 한다는군요. 그렇다면 넣어준 당 중에서 얼마나 소비되었을까요? 만약 제게 효소액을 발효액이라고 우겨보라고 한다면 이런 식의 반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발효가 되다가 발효가 진행되면서 미생물이 다 죽었다구요. 실제로 일부 젓갈 등의 논문을 보면 발효가 진행되면서 초기에는 균 수가 높다가 나중에는 적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하지만 초기에 균이 충분히 자랐다면 당이 소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당의 함량은 여전히 50%를 상회합니다. 이건 당이 거의 소모되지 않고 그냥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변환되었다는 이야기고 결국 미생물이 거의 자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요. 



5. 분말 효소의 효소 활성


그렇다면 효소액(발효액)은 그렇다치고 곡류로 만든 분말 효소는 어떨까요? 결과는 생각보다 들쑥날쑥입니다. 원래 오래전부터 발아 현미나 발아 보리(맥아) 등은 통곡식을 그냥 섭취하는 것보다는 소화가 잘 된다고 알려져 있었고 그 이유는 식물이 발아를 하면서 여러가지 효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이나 노인들께 권하는 분들도 계셨죠. 그런데 요즘엔 아예 곰팡이를 배양해서 효소를 분비시키기도 하더군요. 쉽게 말하자면 막걸리나 청주 담글 때 사용하는 누룩을 먹는 셈이라고 할까요? 




6. 방송의 몇가지 아쉬운 점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 방송에서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1) 포도당은 암세포의 먹이이므로 해로울 수 있다는 말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건 밥이 나쁘다는 것하고 비슷한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2) 당이 들어가면 삼투압차이로 물만 이동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오해를 불러올 수 있죠 (나중에는 수용성 성분도 같이 나온다고 방송에 나왔습니다만...). 당연히 삼투압으로 주로 식물 속의 물이 이동하지만 유기산과 같은 수용액 성분도 같이 이동할 것이고 오래 담궈놓다 보면 세포가 물러져서 나오는 성분도 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새롭게 만들어지진 않겠지만 말이죠. 3) 마지막으로 위생적인 문제는 효소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는 약간 분리해서 생각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논문쓰기가 아닌데다 긴 인터뷰 중에서 편집을 하다보면 약간은 맥락을 무시한 말이 나오곤 하지요. 그런 것을 감안하고 볼 때 이번 방송은 그래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잘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길 바라구요. 그런데 채널A에서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은 유투브에 거의 다 올려 놓는 것 같더군요. 방송을 보실 분들은 아래 동영상들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돈내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유투브 동영상은 너무 많아서 접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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