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출연했던 YTN 사이언스TV의 <과학, 미래를 열다> 프로그램에 다시 한 번 출연했습니다. 실은 다음 주에 part 2가 방송되니까 두 번 출연을 하게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군요. 원래 한 회로 끝내려고 했는데 내용이 좀 길고 피디님과 작가님께서 재미있다고 하셔서(정말?) 두 편으로 하게 되었네요. 주제는, 예상하시겠지만 극한미생물입니다.
첫 편에는 극한미생물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와 서식 환경, PCR등 생명공학 기술, ,그리고 효소 등을 이용한 친환경 청정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후편에 더 재미있는 내용이 더 많을 것 같지만 극한미생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아예 재생이 안되는 것 같고 크롬에서도 화면이 깨지는군요.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 보시려면 YTN 사이언스 앱을 깔아야 하는 모양입니다. 뭐 그렇게까지 보실 분이 계실까 모르겠습니다만...^^)
* 그런데 제 소속이 잘못 나왔군요. 신라대학교 극한미생물연구소인데 엄하게 중간에 "한국"이 들어가버렸네요.ㅠㅠ
아래는 방송 원고 ^^
과학, 미래를 열다 : 극한의 위대한 발견, ‘극한미생물’ 1
1. 오프닝
안녕하십니까. ‘과학, 미래를 열다’ 이한승입니다. 저는 오늘 극한미생물이라는 조금 생소한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여러분은 미생물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시나요? 김치나 요구르트 발효를 하는 유산균, 막걸리나 맥주와 같은 술을 발효하거나 빵 발효에도 사용되는 효모 등이 잘 알려진 미생물들인데요, 하지만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 미생물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고, 특히 인간이 생활하기 힘든 오지의 극한 환경에도 미생물들은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극한 미생물이 친환경 청정기술이나 생명공학에도 사용되고 있죠. 그럼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있는 극한 미생물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극한미생물이란?
극한미생물은 “극한 (extreme)” 조건을 생육에 필요로 하거나, 또는 극한 조건에서 왕성하게 생육하는 미생물을 뜻하는데요. 하지만 ”극한“이라는 말은 우리 인간의 기준에서 극한 조건이라는 것이고, 극한미생물의 입장에서는 그저 정상적인 환경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이용하는 목욕탕의 가장 뜨거운 탕의 온도라고 해봐야 45도 정도이고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화상을 입습니다. 하지만 초고온균의 입장에서는 100 °C가 정상 조건이고 40 °C가 초저온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극한 조건은 온도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pH(수소이온농도), 염농도, 압력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보통 이런 극한 조건에 따라서 극한미생물을 구분합니다.
온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55°C 이상의 온도에서 최적으로 생육하는 미생물을 고온균 또는 호열균이라고 하고, 80°C 이상의 온도에서 최적으로 생육하는 미생물을 초고온균 또는 초호열균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15°C 이하에서 최적으로 생육하거나 20°C 이상에서 자라지 못하는 미생물은 저온균이라고 하죠.
그리고 pH에 따라서는 pH 9 이상의 알칼리 조건에서 최적으로 생육하는 미생물을 호알칼리균이라고 하고, pH 3 이하의 산성에서 최적으로 생육하는 미생물을 호산균이라고 합니다.
또한 염농도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는데요, 최소 0.2M 이상의 염농도를 생육하는데 반드시 필요로 하는 미생물을 호염균이라고 하고 생리 식염수의 10배의 농도에 해당하는 1.5M 이상의 염농도가 필요한 미생물을 초호염균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심해저와 같은 고압에서 최적으로 생육하는 미생물을 호압균이라고 하고 메탄을 생성하는 메탄생성균, 영양성분이 낮은 상태에서 자라는 빈영양균, 낮은 수분에서도 생육하는 건조내성균 등도 극한미생물의 범주에 넣습니다. 이제 극한 미생물에 대해 좀 더 이해하셨을텐데요. 그럼 이제는 이러한 극한미생물의 특성과 서식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극한미생물 서식지
보통 미생물학자들은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심지어는 인간이 살기 힘든 극한 환경에도 미생물은 존재하고 있죠. 그렇다면 극한미생물이 살고 있는 지구상의 극한 환경은 과연 어떤 곳일까요?
아마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남극이나 북극 같은 극지방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지구에서 온도를 관측한 이래로 가장 낮은 기온은 1983년 7월 21일 남극에 있는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에서 측정한 -89.2도라고 합니다. 물론 이 정도로 추운 영하의 기온에서는 미생물이 생육하기 힘든데요, 하지만 극지방에도 4계절이 있고 극지방의 여름에는 기온이 오르기 때문에 저온성 극한미생물들이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럼 지금까지 측정된 가장 높은 기온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이란의 루트사막에서 측정된 70.2도인데요. 하지만 이런 지표면 말고도 화산 지대나 심해저, 그리고 온천 지대 등의 온도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고온성 미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연구가 진행된 분야가 바로 고온성 극한미생물 분야인데요. 그렇다면 초고온성 극한미생물은 과연 몇 도까지 생육이 가능할까요? 2003년 메사추세츠 대학 데렉 러블리 (Derek Lovley) 교수팀이 발견한 미생물인 ‘스트레인 121’의 생육 최고온도는 무려 섭씨 121도였습니다. 121도는 미생물 실험실에서 실험이 끝난 균주들을 멸균할 때 사용하는 온도인데, 그 온도에서 사는 미생물을 발견한 것이죠.
그러나 2008년 일본의 연구진은 그보다 1도 더 높은 122도에서 자라는 초고온성 메탄생성 미생물 Methanopyrus kandleri를 보고하였고 현재까지 가장 높은 온도에서 생육하는 극한미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고온성 미생물은 어떻게 고온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백질의 안정성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가 한 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나 자동차 위에 대표적인 단백질 식품인 달걀을 올려놓으면 날달걀이 프라이가 되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걸 생화학적으로는 단백질의 3차 구조가 바뀌는 변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단백질이 변성되면 그 단백질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데요, 일반적으로 많은 단백질은 50도만 넘어가도 활성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고온성 극한미생물들의 단백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심지어 100도가 넘는 온도에서도 안정한 구조를 이루고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온에서 살 수 있는 것이죠.
또한 극한 환경 중 하나가 염분이 매우 높은 염호나 염전과 같은 환경입니다. 우리나라엔 염호가 없지만 아마 이스라엘의 사해가 가장 유명한 염호가 아닐까 싶은데요. 사해 바닷물의 염농도는 평균 27.5%이고 최고는 거의 소금의 포화농도인 35%에 달합니다. 보통 바닷물 염분 농도의 10배 가까이 되고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생리 식염수의 30배가 넘는 엄청난 양의 염분이 있는 것이죠. 때문에 오히려 물 속으로 잠수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력이 세지만 눈에 바닷물이 들어가거나 이 물을 삼키면 건강을 위협할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농도의 염호에도 미생물들은 살고 있고, 그것이 바로 호염성 극한미생물들입니다.
일반적으로 염농도가 높은 환경에 세포가 놓이면 세포 속 물이 빠져나와 삼투압의 차이에 의해 세포는 죽고 맙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호염성 극한미생물은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세포 밖의 나트륨 이온에 대응하여 세포 내부에 대응 물질, 예를 들어 칼륨 등을 많이 저장해서 삼투압의 차이를 극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염호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 쪼여 수분의 증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초호염성 미생물들은 붉은 색소 단백질인 박테리오로돕신을 생산하여 빛 에너지로부터 화학적 에너지를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초호염성 미생물들이 번성하기 때문에 염호가 가끔 붉게 물들거나, 염호 주변의 동물들 색깔이 붉은 색을 띄는 것이죠.
단백질의 구조를 연구하는 구조생물학자들에게 극한미생물의 단백질은 매우 좋은 연구재료이기도 합니다. 2009년 노벨화학상은 원핵생물 리보좀(ribosome)의 3차원 구조를 밝히는데 공헌한 3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는데요. 영국 MRC 랩의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Venkatraman Ramakrishnan) 박사와 미국 예일대의 토머스 슈타이츠 (Thomas A. Steitz) 교수,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아다 요나스 (Ada E. Yonath) 박사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실 단백질 하나의 3차 구조를 밝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요. 리보좀은 두 개의 커다란 덩어리로 되어 있고 여러 개의 단백질과 RNA가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구조를 밝히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8월에 이 세 연구진들은 고온성 세균인 Thermus thermophilus와 사해에서 발견한 초호염성 미생물인 Haloarcula marismortui의 리보좀을 분리하고 결정화한 후 X-선 을 이용하여 복잡한 리보좀의 3차원 구조를 풀 수 있었고, 이 때문에 구조생물학자들에게 극한 단백질은 좋은 연구 재료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극한 조건에서 안정한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면 단백질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생명현상의 이해는 물론 신약의 개발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4. PCR 기술
그럼 이제는 극한미생물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볼텐데요, 먼저 알아볼 기술은 PCR 기술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쥐라기 공원>을 보셨을 텐데요. 그 원작 소설을 쓴 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였기 때문에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남들보다 뛰어났던 소설가입니다. 그는 <쥐라기 공원> 소설 속에서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의 호박 화석으로부터 공룡의 DNA를 추출하고 그 극미량의 DNA를 통해 실제 공룡을 복원하는 방법을 선보였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극미량의 DNA를 증폭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 DNA 증폭 기술을 ‘중합효소 연쇄반응, 즉 PCR이라고 합니다.
DNA가 이중 나선 구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야기는 DNA가 상보적인 두 개의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상보적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 쌍이 있다는 뜻인데요, 그래서 한 쪽 가닥의 서열을 알면 나머지 한 가닥의 서열은 자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상보적인 DNA는 온도가 높아지면 마치 지퍼가 풀리듯이 두 가닥이 풀려서 변성되고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서로 결합을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원래 세포가 분열할 때 DNA가 두 쌍으로 복제되는 이유도 바로 이 두 가닥을 원형으로 하여 DNA 중합효소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새로운 가닥을 하나씩 더 만들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원하는 DNA를 2배씩 증폭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일단 90도가 넘는 고온에서 두 가닥을 풀고, 50도 내외의 저온에서 작은 단편(primer)을 결합시킨 후 그 중간 온도에서 DNA 중합반응을 일으키면 원하는 DNA의 양이 두 배가 되는 것이죠. 이론적으로 30번 정도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3시간 이내에 1개의 DNA로부터 2의 30승, 약 10억개의 DNA를 증폭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90도가 넘는 고온에서 이 두 가닥을 변성시키면 DNA 중합효소 단백질도 변성되어 활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고온에서 안정한 DNA 중합효소를 이용한 DNA의 복제입니다. 그리고 이 때 사용된 고온성 극한미생물이 Thermus aquaticus이죠. 이것이 없었다면 PCR은 실제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기술이었습니다.
PCR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캐리 멀리스는 화산 지대가 많은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70도에서 최적으로 자라는 Thermus aquaticus라는 세균에 주목하였고 이 세균으로부터 분리한 DNA 중합효소가 90도가 넘는 온도에서도 몇 시간 동안 변성되지 않고 견딜 수 있다는 것에 힌트를 얻어 이 효소를 PCR에 이용하여 DNA 증폭에 성공하였던 것입니다. 참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이었죠.
예전에는 식중독균이나 병원성 바이러스 등을 검출하려면 균이나 바이러스를 하루나 이틀 이상 키워야 했고 검사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PCR 기술을 이용해서 빠르고 쉽게 검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PCR 기술은 단순한 DNA 증폭뿐만이 아니라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의 검출, DNA 염기서열 시퀀싱 방법, 유전자의 복제 방법 등 매우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생명공학 기술입니다.
이렇듯 극한미생물로부터 유래한 단백질과 효소들은 일반적인 효소들의 특성과는 다른 독특한 조건에서 반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생명공학 기술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5. 친환경 청정기술
그럼 이제는 극한미생물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산업에 응용된 예를 알아볼 텐데요. 먼저 식품 산업의 전분당 가공입니다. 예전엔 전분으로부터 물엿이나 포도당을 만들 때, 염산이나 황산과 같은 강산을 넣고 가열해서 당화를 시키고 강알칼리로 중화시킨 후 정제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산당화엿”이라고 불렀죠. 그런데 이러한 방법은 몸에 해로운 부산물들이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강산, 강알칼리의 사용으로 많은 오폐수가 발생하는 등 환경과 건강 모두에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효소를 이용해서, 산과 염기를 사용하지 않고 물엿이나 포도당 등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전분을 분해하는 고온성 효소인 아밀라제 덕분인데요. 전분은 상온에선 단단한 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물에 녹지 않고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분을 고온으로 끓이거나 가열하면 풀처럼 호화가 일어나는데 이 때 고온에서 안정한 아밀라제를 사용하면 전분이 분자량이 적은 덱스트린으로 분해되어 엿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효소당화엿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포도당으로 분해가 가능한 글루코아밀라제를 처리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포도당을 만들 수 있죠. 그리고 그 포도당에 글루코스 이성화효소(glucose isomerase)를 처리하면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환하여 액상과당 또는 고과당옥수수시럽이 만들어집니다. 이렇듯 효소 분해 및 전환 과정은 고온에서 반응성이 크고 전환율이 높기 때문에, 고온성 효소를 사용하면 생산성도 좋고 환경에도 바람직한 공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전분당 공업뿐만 아니라 피혁 가공, 펄프 및 제지 생산, 세탁용 세제, 그리고 생물전환 기술 등 다양한 화학 산업에서 친환경적인 효소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특히 세제 시장은 전세계 산업용 효소 사용량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섬유 성분이 셀룰로스이고 때의 주성분이 밥풀과 같은 전분이나 지방 또는 단백질 등이기 때문에 때가 묻은 섬유소를 분해하는 셀룰라제,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 그리고 단백질을 분해하는 프로테아제와 아밀라제 등의 효소가 세제용 효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제는 대부분이 강알칼리성 물질이기 때문에 호알칼리성 세균들이 생산하는 알칼리성 효소 또한 사용되어 왔는데요, 1984년경에 처음으로 알칼리성 셀룰라제를 세제에 이용하였고, 1989년에는 알칼리성 리파아제를 세제에 이용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다양한 알칼리성 효소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더운물 보다는 찬물에 세탁을 하는 것이 좋은데요, 찬물에는 효소의 활성이 높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저온성 극한미생물이 생산하는 효소들을 사용하려는 시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고 특히 극지방의 저온성 극한미생물로부터 이러한 저온성 알칼리성 세제용 효소를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찬물에서도 빨래를 깨끗하게 할 수 있는 효소세제들이 개발될 지도 모릅니다.
공해유발산업이라고 알려진 피혁 제조 같은 경우는 동물 가죽 원피를 유연하게 만들고 털을 제거하는 등의 과정에서 강산과 강알칼리 처리를 하고 중금속을 사용하는 등의 과정들이 있습니다. 또한 펄프나 제지 산업에서도 원목 중에서 불필요한 리그닌이나 헤미셀룰로스를 제거하는 과정, 재생지를 만들 때 잉크를 제거하는 과정 등이 있는데 이런 과정에 다양한 유해 화학 물질 들이 사용되고 있죠.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효소를 이용해서 조금 더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수행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반응에 적합한 극한 효소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치킨집으로 가볼까요? 최근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200m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닭 소비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보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닭을 소비하면 그 닭의 깃털은 어떻게 처리될까요? 닭털은 주성분이 케라틴이라는 단백질인데요, 이를 분해하여 사료나 미생물 배지 등의 용도로 사용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쉽게 분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단백질 분해효소, 케라티네이즈를 생산하는 고온성 극한미생물을 이용하면 닭털을 간단히 분해할 수 있을텐데요. 1996년 독일의 연구진들이, 그리고 2002년에는 국내 연구진들이 케라티네이즈를 생산하는 Ferbidobacterium 이라는 고온성 미생물을 이용하여 아주 간단히 닭털을 분해하는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또한 케라틴은 사람의 각질 단백질이기도 해서 케라티네이즈를 각질 제거용 크림 등에 사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연구들이 성과를 낸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극한미생물을 이용하여 환경 유해 물질 사용이 줄고, 우리의 삶이 좀 더 쾌적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6. 클로징
오늘은 이렇게 극한미생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알아 봤는데요. 아직까지 국내에 극한미생물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는 블루 오션으로 점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극한 미생물의 미래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룰 테니, 기대 많이 해주시고요, 지금까지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