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SNS에서 화제의 기사는 아래의 것이었습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러셀 엘(L). 블레이록이 "식품업계의 반발을 각오하고 책을 쓴 이유"도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기다리기에 어린아이와 고령자에게 닥칠 위험이 너무 중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흥분독소'는 엠에스지처럼 인체에 해를 끼치는 화학물질군을 통칭하는 단어다.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세포인 뉴런이 이런 물질에 노출되면 아주 빠르게 신호를 전달하다가 흥분해 죽은 것처럼 갑자기 사멸해 신경과학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혀의 미각 세포를 자극하는 이 물질들은 각종 소스와 수프, 참치캔, 다이어트 식품, 담배에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글루탐산과 GABA의 밸런스가 중요. source : http://learn.genetics.utah.edu/content/addiction/reward/pathways.html
이러한 글루탐산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불러온 사건은 저 위의 책소개 기사에도 나오는 존 올니 박사의 연구입니다. 저 책의 저자인 블레이록과는 다르게 유명한 신경생물학자인 존 올니 박사는 1969년 사이언스지에 "Brain lesions, obesity, and other disturbances in mice treated with monosodium glutamate"라는 논문을 발표하는데 갓태어난 아기 생쥐에게 MSG를 "피하주사"한 결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논문에서의 포인트는 "아기 생쥐(new born mice)"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의 글루탐산은 뇌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뇌로 들어가는 입구는 blood-brain barrier(BBB)가 엄밀하게 출입을 통제하는데 글루탐산은 거길 출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어린 아기의 경우는 아직 BBB가 충분히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간의 글루탐산 출입이 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올니 박사도 어린이에게 MSG를 조심하라고 했지 무조건 글루탐산이 나쁘다고 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주장 조차도 문제가 좀 있는데 그건 올니 박사의 실험 방법 때문입니다. 위 논문에서 올니 박사는 아기 생쥐 1kg당 4-8g의 MSG를 피하주사로 주입했다는 것입니다. 몸무게 1kg당 4g이면 사람의 경우 70kg 성인으로 따지자면 280g을 "주사"한 것으로 하루 섭취권고량 2g의 140배를, 먹은 것도 아니고 주사했다는 것인데 지나치게 과량을 사용한 무리가 있는 실험이라는 지적이 있었죠. 게다가 그 이후에 쥐의 경우 사료와 같이 먹이면(경구투여)하면 kg당 45g을 섭취해도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었고 그리고 설치류가 아닌 영장류는 과량의 MSG를 주사해도 신경독성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합니다.(출처: <감칠맛과 MSG 이야기>(최낙언/노중섭) 162쪽) 이건 귀찮아서 논문을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섭취한 글루탐산은 소장에서 흡수되어 95%가 바로 사용되기 때문에 간까지도 잘 가지 않고 혈중 글루탐산의 농도가 그다지 높아지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혈중 글루탐산 농도(50–100 μmol/L)보다 뇌의 글루탐산 농도(10,000–12,000 μmol/L)가 200배 가까이 높습니다. 하지만 세포외액(extracellular fluids, ECFs)의 글루탐산 농도는 0.5–2 μmol/L로 매우 낮은데 바로 이것이 BBB에서 차단을 하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논문을 참고하세요. "The blood-brain barrier and glutamate."
ECF의 글루탐산과 아스파트산의 농도가 혈장 대비 최저. Am J Clin Nutr. 2009. 90(3): 867S–874S.
논문이 익숙하지 않거나 영어가 싫으신 분들은 이와 관련된 정보가 잘 정리된 최낙언 선생님의 홈페이지의 일독을 권합니다. 그림으로 보기 좋게 설명이 되어 있으니까요.
자, 그럼 공부했으니까 시험봐야죠.
Q1. 뇌와 혈액 중 글루탐산 농도가 높은 곳은 어디일까요?
A1. 정답은 뇌!
Q2. MSG를 많이 먹으면 혈액의 글루탐산 농도가 뇌의 농도보다 높아질까요?
A2. 정답은 아니요!
Q3. 섭취한 글루탐산은 뇌로 가나요?
A3. 정답은 아니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예전에 경향신문 과학칼럼에 썼던 "책 보고 하는 과학"이라는 글에 나와 있는 그대로입니다. 앞의 링크를 눌러서 다시 읽어보셔도 좋겠지만 간단히 그 때 주장을 요약하자면
1. 엉터리 같은 책 좀 보지 말자 (특히 건강 관련 책들),
2. 과학 지식은 업데이트 하자,
3. 과학자는 논문으로 말해야 한다.
이렇게 3가지 였는데 또 동어반복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아무튼 오래전 문제가 되었던 책을 번역하고 되새기는 것이야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Socially Dangero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주의 산화취 또는 소독약 냄새에 대하여 (0) | 2014.09.01 |
---|---|
타임지가 소개한 식품 미신 6가지 (9) | 2014.04.08 |
인산염을 뺀 커피믹스 논란과 자학적 마케팅 (0) | 2013.11.28 |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해 알아봅시다 (0) | 2013.11.25 |
먹거리 X-file 효소 논란 종결판의 데이터 (5) | 2013.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