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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의 식탐> (2017, 컬처그라퍼)를 읽고

바이오매니아 2017. 7. 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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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멋진 푸드라이터 정재훈 선생님의 두번째 책 <정재훈의 식탐(食探)>을 읽었습니다. 정선생님의 첫번째 책 <생각하는 식탁>이 참 좋았기에 두번째 책도 나오자 마자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식탁에 이어 식탐, 뭔가 라임이 맞는 제목 같습니다.^^ 실제로 정기적으로 식탐 모임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저도 <솔직한 식품> 나온 다음에 한 번 꼽사리 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찍고 보니 좌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우 <솔직한 식품> ㅎㅎ


제목이 식탐(食貪)이 아니라 식탐(食探)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24가지 음식에 대한 탐구서입니다. 그 탐구는 역사, 맛, 조리, 과학 등등 전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음식에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음식의 한 부분에 대한 책은 많아도 이렇게 한 음식에 대해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 책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자는 약사로서의 이력답게 해박한 주변 지식과 뛰어난 논문 해독력을 보여주시는데, 여러 음식 관련 연구에 대하여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친절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이 책은 <올리브> 매거진에 2년간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입니다. 그래서 정재훈 선생님의 글을 즐겨 찾아 읽으시는 분들에겐 살짝 새로움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절반 이상은 봤던 글이더군요. 하지만 그걸 4가지 묶음(재료, 음료, 가공식품, 간식)으로 묶어서 한꺼번에 읽으니까 뭔가 정리가 잘 되는 느낌입니다. 아울러 웹페이지를 스크롤해서 읽는 것과는 다른, 책이 주는 맛이 있구요. 


요즘 식품에 관련된 좋은 국내 저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제가 여러번, 심지어 신문 칼럼에서도 추천했던 최낙언 선생님이 논쟁적으로 글을 쓰시는 '푸드파이터'(원뜻은 이 뜻이 아닙니다만)라고 한다면, 정재훈 선생님은 맛깔나는 '푸드라이터'가 아니신가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 맛이 느껴지는 듯해서, 라면을 읽으면 라면이 먹고 싶어 지고, 어묵을 읽다 보면 어묵이 먹고 싶어집니다. 


아래는 책을 읽다가 기억할 만한 좋은 구절들의 일부를 모아 놓은 것입니다.


- 프랑스 보르도 대학교의 와인학 전공 학부생 54명 모두가 화이트 와인에 붉은 색소를 물들여서 만든 가짜 레드 와인에 속아 넘어간 실험 결과 (13쪽)

- 글루텐에 민감하다고 주장한 참가자들이 실제로 글루텐 때문에 불편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대치에 좌우된 결과 (40쪽)

- 유펜의 심리학자 폴 로진은 어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의 속성이 먹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믿음이 나타남을 보여줌 (52쪽)

- 원추리는 콜히친이 들어 있어서 이 성분을 제거하지 않고 먹다가는 구토, 복통, 설사로 고통을 겪을 수 있음(68쪽)

-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의 생명을 희생시켰다는 의미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에게 생명을 빚지고 있다.(103쪽)

- 현대의 과학자들은 알칼리 처리가 영양 면에서도 유익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35쪽)

- 20세기 중반에는 섬유질을 제거한 밀가루로 만든 시리얼이 주류가 되기도 했다. (152쪽)

- 신야 히로미는 "우유는 원래 송아지를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같은 논리로 보면 꿀도 벌을 위한 음식이다.(180쪽)

- 음식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반드시 작품을 파괴해야 한다. (211쪽)



그리고 책을 읽다가 조금 어색하거나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는데, 


45쪽의 '유중수형'과 '수중유형'은 유중수적형, 수중유적형이라고 바꾸면 어떨까 싶네요. 적어도 식품분야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쓰는데 다른 분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47쪽에는 '관련된다.'라는 말 다음에 뜬금없는 따옴표(")가 하나 들어 있습니다. 아마 앞의 것이 빠진 듯합니다.

75쪽에는 100억마리가 전부 살아서 장까지 가도 몸에 있는 100조 마리와 "100만 대 1"의 싸움을 펼쳐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100억대 100조면 1만 대 1 아닌가 싶네요.ㅎㅎ

    

아무튼 음식과 식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고 아울러 자매품 <생각하는 식탁>도 같이 읽어보시면 더 좋을 듯합니다. 더운데 밖에 나가서 고생하지 마시고 책 한 권 읽으시죠! 


[덧붙여] 읽다가 깜놀했는데 제 이름이 살짝 등장합니다. 전에 올리브매거진 연재 글을 읽고 블로그에 코멘트를 달았던 것인데 그 의견에 대해 꼼꼼하게 각주를 달아 놓으셨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본문에 "정제" 올리브유라고 수정을 하셨더군요. 꼭 제 이름이 언급되어서가 아니라 저는 이런 꼼꼼함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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