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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로마 여행기 (2001-05-11) ; 카타콤베와 성베드로성당

바이오매니아 2001. 5. 1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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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를 다녀 온 것도 벌써 4개월이 넘었다. 난생 처음 이태리를 가서 느낀 점을 간단하게 나마 정리해 보고 싶었다. 로마를 1박 2일 동안 둘러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카타콤베라고 하는 초기 기독교 지하교회 무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다.

카타콤베와 성베드로성당은 정확히 대칭되는 점이 있다. 전자가 공인 받기전 초기 기독교의 모습이라면, 후자는 기독교 공인 후 소위 기독교 시대의 절정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박해의 상징인 카타콤베는 지리적인 위치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서 한 참을 걸어가야 했지만, 베드로성당은 로마 카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의 한 가운데 위치한다.

먼저 아침에 카타콤베에 다녀왔다. 유일하게 로마를 돌아다니며 내게 도전을 준 곳이 바로 카타콤베였다. 그 옛날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어느 부자가 자기 재산을 교회에 내어놓아 지하에 만들었다는 이 지하 동굴은 너무 길이 복잡해서 전문 안내원들이 몇군데만 골라서 보여준다.

사진출처: http://blog.cbkmc.com/blog/index.php?article_id=1350&blog_code=sunghwa


카타콤베 지하동굴의 묘지들



거기에 시신을 두었던 엄청나게 많은 관 모양을 보면서 참 이 사람들은 그 옛날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여기에 피해 들어와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이 로마라는 당시 최고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것을 다 포기하게 만들었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을 떠나 오후엔 성베드로 성당에 가 보았다.  

성베드로 성당 앞에서


저 멀리서도 우뚝 솟아 보이는 성베드로성당



위 사진은 성베드로 성당의 외관이다. 그 앞에 줄서있는 사람들의 크기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크다. 그 위용에 나는 한마디로 질려버렸다. 그 안에 들어가보면 우리가 말로만 듣던 유명 예술가들의 미술품들이 있는데, 이렇게 높고 큰 건물을 어떻게 지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러나... 결코 기분이 좋지는 못하다. 게다가 성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 면죄부를 팔았고 결국은 그것이 개신교와 천주교의 분열(종교개혁)을 가져왔다는 역사를 읽으면 더욱 그렇다. 그 옛날 기독교국가의 모습의 타락을 보면서 나는 대한민국 또는 세계를 기독교 국가화 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다. 그것이 종교가 하나의 제도로만 이루어졌을 때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길이 남을 역사적 교회를 짓자며 역삼동에 엄청난 교회를 지었다. 그런데 과연 그 교회를 후손들이 와서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20세기 후반 후반 한국 기독교의 부흥이 멈추고 외적인 물량주의가 판치던 시기, 서울에서 가장 땅값 비싼 곳 노른자위 땅에, 보통 국민학교 운동장보다 큰 주차장을 지하에 완비한, 대통령을 배출한 교회가 서울에 있었단다. 당시 기독교의 모습을 대표하는 것이란다. 뭐 이런 소리를 하지는 않을까? 난 그게 두렵다. 그 멋진 성 베드로 성당을 보고서 우울했던 까닭이다.

[덧붙임]

1. 카타콤베가 로마시대 부자의 개인 묘지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2. 이 글은 천주교를 음해(?)하고자 쓴 것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천주교가 더 사회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고, 나도 일정 정도 동의하는 바다. 무종교인들에게 질문했을 때 가장 좋아하는 종교도 천주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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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디렉토리를 만들고나서 7년전에 유럽키틴학회에 갔다가 썼던 글을 리바이벌해 봤습니다.  
앞으로 예전 여행 경험들을 정리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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