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런 날 많이 있죠. 아무리 원수를 사랑하라고 배웠지만 때로는 분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미국에서 운전을 할 때 였습니다. 아틀란타 시내에 나갔다가 잠깐 신호에 걸려서 본 광경이었는데 옆의 차를 보니까 어떤 엄마가 뒷자석에는 베이비 카시트를, 그리고 앞좌석에는 다른 아이 하나를 태우고 가더군요. 앞자리의 아이는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보통 미국에선 아이들을 차 앞좌석에 앉히지 않지요. 저 엄마는 왜 저럴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엄마가 손을 입에다 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앗, 그런데 그 손에는 담배가...

아주 어린 아기와 유치원 정도의 어린이를 차에 태우고 가면서 그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엄마, 그냥 내려서 뺨을 한 대 후려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차가 다시 출발했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잘 자라고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서울에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버스를 탔는데 유치원생 정도의 사내아이가 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일어나 버스 뒷문 근처에서 자꾸 장난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라는 인간이 갑자기 일어나서 아이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더군요. 아이는 한 방에 벌벌벌 떨면서 엄마에게 끌려가서 자리에 앉고 버스는 공포에 질렸습니다. 그 때도 사실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그냥 어이없이 바라만 보았죠. 

이런 잡설을 늘어놓는 이유는 오늘 아이들과 부산 어린이대공원에 갔다가 목격한 장면때문입니다. 감기에 걸린데다 생각보다 복잡하기만 하고 소박한 어린이대공원이라 약간 실망(?)도 했지만 전혀 상관없이 좋다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빼곡히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 가운데서 담배를 뻑뻑피워대는 어떤 할아버지...

가만히 서서 그 할아버지를 쏘아보았더니 그 할아버지가 이 자식이 왜 쳐다봐, 이런 표정으로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약간의 눈싸움이 벌어지는 찰라, 그 때 그 할아버지의 팔에 매달리는 두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래, 저 할아버지도 손녀와 손자 때문에 오셨을 텐데 이런 것으로 기분나쁘게 해서 뭐하냐는 생각에 그냥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혹시 깨달으실까해서 연방 기침을 해댔지만 전혀 관계없이 꽁초까지 다 피우시더군요. 

담배를 피우진 않아도 나름 애연가들과 잘 어울리며 간접흡연 열심히 하는 편인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게다가 줄에 서서 담배를 피운 그 할아버지 말고도 유모차옆에서 담배피우는 사람 등등 왜 그렇게 어린이 대공원에서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러고보니 강원과 영남지방의 흡연, 음주율이 충청, 호남의 두배에 달하기도 한다던데 설마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요. 어디나 생각없는 사람들은 있으니까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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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urologist.kr BlogIcon 두빵 2009.04.13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제가 아는 분은 담배 피우고 와서 바로 아기를 안고 좋아하시던 할아버지들도 있었는데요....
    그런 것을 보면서 엄마 생각좀 하시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생각보다 다혈질인가 보군요....하하...
    저같으면...에궁....하면서 피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s://biotechnology.tistory.com BlogIcon 바이오매니아 2009.04.13 09: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애들이 한 참 줄서있었기 때문에 다른데 가기도 어렵더라구요.
      좀 다혈질이었으면 좋겠는데, 말만 이렇게 하고 뒤에서 궁시렁대는 스타일이라 좀 답답하죠. ^^

  2.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9.04.13 15: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

    저도 마음만 다혈질이고 대부분 그냥 삭힙니다.

  3. Favicon of http://www.sis.pe.kr BlogIcon 엔시스 2009.04.13 2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통 대중교통 버스를 내리고 나면 버스안에서 흡연욕구를 참았는지 내리자 마자 걸어가면서 담배를 뻑뻑 피우면 뒤따라 가는 사람에게는 아주 불쾌하지요...다른 길로 가긴 합니다만 아이들이 있을땐 좀 삼가하는게 어른들이 보여줄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4. Favicon of http://avila.tistory.com BlogIcon Avila 2009.04.14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를 두들겨 패주고 싶었던 날'이라는 제목 때문에 은근히 기대했던 저로써는 대실망이예요 킁킁. 뭔가 더 액숑어드벤처가 펼쳐지길 바랬건만.

    저는 간파하신 바, 싫으면 싫은 소리 꼭꼭 놓치지 않고 다 해버리고 홀가분하고 발걸음 가볍게 돌아서는 캐릭터입죠. 저는 분명 콜록거리면서 혼잣말처럼 (하지만 명백히 들으라는 의도에 부합하는 충분한 데시벨로) 한마디 투덜거렸을겝니다.

  5. Favicon of http://urologist.kr BlogIcon 두진경 2009.04.14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오매니아님 답글 보고 저도 생각이 하나 나서....

    전 여름에 문열고 차 운전하고 있는데, 앞 차에서 담배꽁초를 버렸는데 그게 날라와서 바로 뒤의 제차의 창으로 바로 들어와 제가 크게 사고날뻔 했다는.....

    그때 정말로 그놈 꼭 찾아서 패주고 싶었는데 ..... 라는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그냥 삭혔다는...-.-
    그때 차가 아반떼였는데 그 차 운전석에는 아직도 불탄 흔적이 있다는....-.-

  6. Favicon of http://avila.tistory.com BlogIcon Avila 2009.04.15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흐흡. 어쩐지 이것 '세상에 이런 일도' 에피소드로 가는군요. 그렇다면 빠질 수 없지요!!! 저도 2회 영화제인가, 미친듯 뛰어다니다가 옆에서 날린 담배의 불똥이 손등에 붙어서 덴 적이 있어요. 엉엉 울면서 그 양반의 옆구리를 찌르고 이바요 아저씨가 이랬어요 엉엉 했었지요.

    음. 결말은 로맨틱 코미디류에 가까워요. 울면서 계속 남포동 거리를 쫓아다니는 저를 보고 그 양반이 약을 사서 길에서 기다리다가 마침내 잡아서 약을 발라주고, 전화번호를 받고, 그 양반은 마침 잘나가는 회사의 건축설계사였고, 저는 손등에 생긴 흉을 핑계로 내 인생 책임져라 외쳤었다는. ㅋ

    • Favicon of https://biotechnology.tistory.com BlogIcon 바이오매니아 2009.04.15 2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모호해지는 에피소드군요. 나중에 미나샘 손등을 확인해보고 결론을 내리도록하죠. 그나저나 결국 그 양반이 인생은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 모양이군요.

  7. 각얼음 2009.04.19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야...제목에 낚였군ㅎㅎ

    근데 자넬 보고 쫄지 않더란 말인가?

    그 영감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