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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니아 in 언론/굿모닝 사이언스(부산MBC)

멕시코 독감(돼지 독감)에 대해 정리해봅시다.

바이오매니아 2009. 4. 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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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부산 MBC-FM "구인혜의 FM 모닝쇼"의 매주 화요일 코너인 "굿모닝 사이언스"의 원고 내용입니다. 생방송이라서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원고의 내용을 다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방송에서는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 어려워서 이 곳에 조금 더 상세한 원고를 올립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PNAS 2001, 98(5) p2115-2116)

지난 주말엔 멕시코발 돼지 독감과 관련된 뉴스가 점점 더 전세계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계속 새로운 뉴스들이 올라오고 있어서 새롭게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돼지 독감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1. 돼지 독감 (Swine flu)이란 무엇인가?

일단 광우병에서와 마찬가지의 혼돈이 조금 있는데요. 광우병은 소가 걸리는 병이고 사람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고 걸리는 병은 "인간 광우병 (vCJD)"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냥 “광우병”이라고 하는 것처럼 돼지 독감도 약간의 오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독감이란 독한 감기가 아니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모든 증세를 말합니다. 그래서 돼지에게 감염되면 돼지 독감, 새에게 감염되면 조류 독감, 개에게 감염되면 개 독감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종 사이에는 잘 감염이 안되는데 인플루엔자의 경우는 드물게 종간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조류 독감이지요. 그래서 돼지를 감염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어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킬 때 이를 “돼지 독감”이라고도 부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입니다. 독특한 점은 보통 바이러스는 genome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는 genome이 8개의 분절로 나뉘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이 조각들이 서로 다르게 조합하여 새로운 변종을 만들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지요. 이 8가지 분절은 11가지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인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데이즈(N)입니다. 이 두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두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서 H1N1, H3N2 등의 subtype으로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2. 돼지 독감이 왜 이렇게 문제가 되나요?

사실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하고 그 subtype이 유사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배양기)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있어왔습니다. 게다가 최근 10년 정도 문제가 되어 온 조류독감 바이러스도 돼지에 감염될 수 있어서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오던 차에 이번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게 된 것이죠. 현재까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 + 돼지 + 조류에서 발견된 인플루엔자의 혼합 변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돼지 독감 감염자가 2005년 이전까지는 1-2년에 한 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최근 2005년 겨울부터 2009년 2월까지 확인된 환자수가 12명이나 되었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멕시코에서는 4월 28일 오전 현재 1900명이 넘는 환자들과 약 150명의 돼지독감 의심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모두가 정확하게 돼지 독감으로 판명된 것은 아니고 계속 확인중이라고 합니다. 

3. 돼지 독감은 어떻게 해서 걸리나요?

현재까지 알려진 돼지 독감의 경로는 일차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와 접촉하여 사람이 감염되고 그 감염자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과거 외국에서 돼지 독감에 감염된 사례들을 살펴보아도 주로 독감에 걸린 돼지들하고 접촉해서 감염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돼지로부터 사람에게 감염이 되면 그 이후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4. 돼지 고기를 먹는 것은 괜찮나요? 

독감은 호흡기성 질환으로 조리된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 고기를 먹고 사람이 돼지 독감에 걸린 사례는 없습니다. 보통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서 70도 이상의 가열로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돼지고기에 대한 걱정은 안심하셔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불안해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보건당국에서는 멕시코 주변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독감이 유행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먹는 고기가 아니고 사람입니다. 사람간의 직접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인플루엔자 감염자는 격리해서 치료해야 합니다. 그리고 독감이 유행하면 가급적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돼지 독감 백신은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사람용 백신은 없습니다. 예전에 독감백신은 그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6개월 전에 예보하고 거기에 맞춰 백신 회사들이 백신을 만들어서 검증한 후 제품을 낸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을 만들 수가 없었지요. 

돼지용 백신은 현재 시장에 나온 것이 있지만 이 역시도 현재의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돼지용 백신은 H3N2 subtype에 대한 것인데 이번 백신은 H1N1 이기 때문입니다. 이 H1N1형은 독감의 대명사인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subtype인데, 1918-1919년 겨울 당시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무려 4천만, 통계에 따라서는 1,500만명에서 1억명에 이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1919년은 3.1 운동이 일어난 해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약 14만명이 독감으로 사망했었습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된 독감(influenza) 사건과 subtype들을 정리해보면
1918-1919년 스페인독감 - H1N1 : 최소 1,500만에서 최대 1억명 사망
1957년 아시아독감 (중국) - H2N2 : 100만명 사망
1968년 홍콩독감 - H3N2 : 70만명 사망
1997년 홍콩조류독감 인체감염 발견- H5N1 : 6명 사망
2003년이후 아시아 조류독감 - H5N1 : 2009년 4월까지 전세계 257명 (인도네시아 115명, 베트남 56명 등)
2009년 멕시코돼지독감 - H1N1 : 2009년 4월 28일까지 약 150명 사망

그림이 참 좋아서 가지고 왔는데 오류가 있습니다. 스페인독감은 1948년이 아니고 1918년입니다. 그리고 사스(SARS)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인플루엔자 감염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6. 그러면 돼지 독감 치료제는 있나요?

현재까지 나온 항바이러스제는 amantadine, rimantadine, oseltamivir,  zanamivir 등 4종류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amantadine과 rimantadine은 최근의 돼지 독감 바이러스에 잘 듣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Amantadine과 rimantadine은 고전적인 항바이러스제로서 M2 단백질 저해제들이고  태미플루와 렐렌자는 Neuraminidase 저해제인데 다행히 Tamiflu (oseltamivir)와  Relenza (zanamivir)는 이번 독감바이러스 치료제로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 각국 정부에서도 이 약품들을 비축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 두 약품을 약 240만명 분 비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독감치료제로 각광받는 뉴라미니데이즈 저해제의 원리 (source: http://www.fluwikie.com/)


문제는 이러한 치료제는 감염 후 이틀 안에 복용해야지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멕시코나 미국 서남부를 여행하시고 나서 독감 유사 증세를 보이는 분이 계시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서 확진을 받으시고 약을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7. 이번 돼지 독감은 증세가 좀 다르다고 하던데요. 

이번 독감은 일반적인 독감 증상인 고열, 기침, 기관지 이상, 목아픔 등의 독감 증세랑 유사하지만 일부의 경우 열이 심하지 않거나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특이한 점은 사망자가 20-40대에 많다는 것입니다. 보통 독감의 희생자는 아주 어린 아이나 노인들과 같이 면역력이 조금 약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건강한 성인 사망자가 많이 나와서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Crete님의 자세한 설명 클릭!)

8. 어떻게 주의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아직 우리에게 닥치지 않은 것을 미리부터 겁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특히 각국에서 유사의심 환자들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는데 이는 그냥 독감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역시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하겠습니다. 

하지만 여행 주의 지역으로 지정된 멕시코나 유사환자 발생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경우는 입국 후 7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시고 그 안에 독감 증세가 있으시면 빨리 병원에 가셔서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행을 하셔야 하는 분들은 어디서나 손을 잘 씻거나 주변 청결을 유지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동물과 접촉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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